이중(二重) 엔도텔린수용체 길항제(endothelin receptor antagonist, ERA) 계열로 허가를 취득한 것은 트리비오가 최초다. 유럽에서는 ‘제라이고’(JERAYGO)라는 상품명으로 2024년 7월 1일 유럽위원회(EC)의 승인을 받았다.
참고로 아이도시아는 2017년 존슨앤드존슨이 악텔리온(Actelion Pharmaceuticals)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별도로 분사돼 설립된 회사다. 존슨앤드존슨은 아이도시아의 개발 품목 중 1품목에 대한 판매 구매 옵션을 행사, 아프로시텐탄을 지목 판매 권리를 확보했다. 이후 양사는 2023년 합의에 따라 존슨앤드존슨이 아프로시텐탄의 판권을 아이도시아에 반환했으며 아이도시아가 FDA와 유럽 승인을 받게 됐다.
트리비오는 2007년에 FDA 승인을 받은 노바티스의 ‘라실레즈’(Rasilez, 성분명 알리스키렌, Aliskiren)와 그 복합제인 ‘엑스포지(Exforge, 성분명 알리스키렌+하이드로클로로치아자이드) 이후 17년 만에 등장한 고혈압 치료제다. 칼슘길항제(니페디핀 1981년, 베라파밀 및 딜티아젬 1982년 미국 승인) 이후 40여 년 만에 새로운 작용기전으로 허가받은 고혈압 약이기도 하다.
라실레즈의 경우 직접 레닌 억제제(direct renin inhibitor)로 작용시간이 길고 효과도 좋을 것이라 기대를 모았지만 그에 부응하지 못하는 유효성(심혈관질환 및 신장질환 환자에서 장기적 효과 미입증), 부작용(동아시아인에서 심한 기침 유발, 두통, 어지럼증, 설사 등), 높은 약가 대비 낮은 효율성 등을 이유로 국내서 허가가 난 지 6년 만인 2014년에 자진 퇴출됐다.
아프로시텐탄은 엔도텔린(ET-1)이 ETa 및 ETb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강력하게 억제함으로써 혈압을 떨어뜨린다. 엔도텔린은 내피세포에서 생성되는 21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펩타이드로서, 혈압 상승에 관여하는 호르몬의 일종인 알도스테론의 생성을 촉진하는 주요한 인자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엔도텔린은 강력한 혈관 수축제로 작용하며 때로는 암의 전이(예컨대 전립선암의 골 전이)에 관여하기도 한다.
기존 항고혈압제들은 나트륨과 수분량을 조절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이뇨제,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RAAS) 길항제, 세포 외부에서 세포 내부로 유입되는 칼슘의 양을 낮추는 칼슘채널 차단제, 베타교감신경의 활성화를 억제해 심근수축력과 심장박동수를 감소시키는 베타교감신경차단제, 혈관수축을 억제하는 알파차단제, 베타차단제 중 비 선택적 혈관확장제(carvedilol, bucindolol, labetalol 등) 등이 주종을 이뤄왔다.
트리비오의 권고용량은 식사와 병행하거나 병행하지 않으면서 12.5mg을 1일 1회 경구 복용하는 것이다.
아이도시아의 장-폴 클로젤(Jean-Paul Clozel) 대표는 트리비오 허가 당시 “수백만명의 미국민들이 기존 치료제들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혈압을 충분하게 조절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심혈관계 및 뇌혈관계 여러 증상 위험성을 높이는 중요한 공공보건상 이슈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이슈에 대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아이도시아가 엔도텔린 수용체 길항제인 아프로시텐탄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클로젤 대표는 “아이도시아가 최소한 3개 치료제들을 최적 용량으로 사용했거나, 때로는 4~5개에서 최대 6개에 이르는 항고혈압제들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고혈압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야심찬 임상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며 “이제 조절이 어려운 고혈압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대안을 의사들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을 대단히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트리비오는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단독요법으로 이루어진 1건의 2상 임상시험, 저항성 고혈압을 진단받은 환자들을 위한 부가요법제로 사용한 1건의 3상 ‘PRECISION’ 임상시험을 통해 평가받았다.
PRECISION 임상에서 트리비오는 수축기혈압이 140mmHg 이상이고 적어도 3개의 고혈압약(이뇨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칼슘채널차단제 등 표준요법)을 복용한 사람을 대상으로 4주차(4주간의 표준요법 스크리닝 기간 완료 후)에 평가했을 때 위약 대조군 대비 양호한 내약성을 나타냈고 우위의 혈압강하 효과가 입증했다. 그 효과는 40주차까지 유지됐다.
이 임상에서 모든 피험자는 위약으로 4주간의 휴약기간(run-in period)를 거쳤다. 휴약기를 마친 후 730명의 환자는 4주간의 1차 이중맹검(DB) 치료 기간에 거의 같은 비율로 아프로시텐탄 12.5mg 또는 25mg 1일 1회 복용, 위약 1일 1회 복용 등 3가지 그룹으로 나뉘어 무작위 배정받았다(파트1).
이어 모든 환자는 단일맹검 치료 기간(파트2)에 들어가 32주 동안 1일 1회 아프로시텐탄 25mg을 투여받았다. 32주가 지난 후 환자들은 12주간의 2차 이중맹검(DB) 기간에 아프로시텐탄 25mg 또는 위약을 1일 1회 투여하도록 다시 무작위 배정됐다(파트3).
1차 유효성 평가지표는 파트1 완료 시점(치료 기저점 대비 4주차)에 앉은 자세에서 측정한 수축기혈압(sitting SBP, SiSBP, 착석 수축기혈압)의 변화였다. 이는 무인진료실자동측정혈압(unattended automated office blood pressure, uAOBP)으로 평가됐다.
주요 2차 평가지표는 36주차(4주+32주차 시점, 즉 파트3에서 아프로시텐탄 25mg 또는 위약을 배정받은 시점)와 40주차(배정받아 4주간 치료를 마친 시점)의 uAOBP를 통해 측정된 약물 복용이 혈압이 떨어지는 최저점(trough) 기준의 SiSBP의 변화였다.
환자의 평균 연령은 62세(24~84세)였으며 60%가 남성이었다. 인종별로는 백인(83%), 아프리카계 미국인(11%), 아시아인(5%)이었다. 약 10%가 히스패닉이었다.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34kg/㎡ (범위 18~64kg/㎡)였다. 기준선(치료시작 시점)에서 환자의 19%는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이 30~59mL/min/1.73㎡였고 3%는 eGFR 15~29mL/min/1.73㎡였다. 기준선에서 환자의 24%는 소변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UACR)이 30~300mg/g이었고, 13%는 UACR이 300mg/g 이상이었다. 환자의 약 54%는 당뇨병 병력이 있었고, 31%는 허혈성 심장질환, 20%는 울혈성 심부전을 앓고 있었다. 기준선에서 환자의 63%가 4개 이상의 항고혈압제를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트리비오 12.5mg은 4주차(파트1)에 SiSBP를 감소시키는 데 있어서 위약보다 통계적으로 우수했다. 치료 효과는 앉은 자세에서 측정한 착석 이완기혈압(SiDBP)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트리비오의 혈압 강하 효과의 지속성은 파트3에서 입증됐다. 아프로시텐탄을 투여받은 환자는 모든 환자에게 25mg을 투여한(파트2) 이후 다시 위약 또는 아프로시텐탄 25mg으로 다시 무작위 배정한(파트3) 결과 위약으로 다시 무작위 배정된 환자에서는 평균 SiSBP가 증가한 반면 아프로시텐탄 25mg으로 다시 무작위 배정된 환자에서는 SiSBP에 대한 평균 효과(mean effect, 실험군과 대조군의 평균 치료효과의 차이가 유지됨)가 유지되었으며 40주차에 위약보다 통계적으로 우수했다. 치료 효과는 SiDBP에 대해 일관되게 나타났다.
환자 대부분의 혈압 강하 효과는 트리비오 치료 첫 2주 이내에 나타났다. 다만 트리비오는 25mg 용량으로 승인되지 않았다. 파트 1의 기준선 대비 4주차까지 SiSBP 변화 정도를 1차 평가지표로 측정한 결과 25mg 아프로시텐탄 용량의 효능은 12.5mg 용량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트리비오의 혈압 강하 효과는 연령, 성별, 인종, BMI, eGFR, UACR, 당뇨병 병력으로 정의된 하위군과 혈압 측정 방식(uAOBP 및 보행혈압 측정 포함)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PRECISION 연구의 4주간의 이중맹검 위약대조 치료 기간(파트1) 동안 트리비오에 대해 가장 자주 보고된 이상반응은 부종/체액정체 및 빈혈이었다. 이 기간 트리비오 투여 환자 중 0.8%가 과민반응(발진, 홍반, 알레르기 부종)을 경험한 반면, 위약 투여 환자에서는 보고된 바가 없었다. 1명의 환자는 아프로시텐탄 25mg을 투여하는 동안 입원이 필요한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경험했다. 아프로시텐탄이나 그 부형제에 과민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트리비오 투여가 금기다. 임신 중 트리비오 사용도 금기다.
혈압을 낮추면 치명적 및 비치명적 심혈관사건, 주로 뇌졸중과 심근경색의 위험이 줄어든다. 이러한 이점은 다양한 계열의 항고혈압제에 대한 대조군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 다만 트리비오는 이런 효과를 입증한 대조군 시험이 이뤄지지 않았다.
아이도시아의 마르틴 클로젤(Martine Clozel) 최고과학책임자는 “일찍이 우리는 엔도텔린이 다른 항고혈압제들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혈압 조절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관여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면서 “이 같은 환자들에게서 엔도텔린 작용경로를 억제하려는 시도가 부재한 상황에서 우리는 이상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약제로 엔도텔린 수용체 길항제인 아프로시텐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항고혈압제들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혈압을 충분하게 조절하지 못한 환자들에게서 트리비오가 보여준 가 나타낸 효능 및 안전성 자료를 접하고서 고무됐다”고 회고했다.
PRECISION 임상에 참여한 뉴욕주립대 마이클 웨버(Michael A. Weber) 심혈관내과 교수는 “치료를 진행한 고혈압 환자들 가운데 최소한 10% 정도는 혈압을 권고치 미만으로 낮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환자들은 심혈관계 부작용에 직면할 위험성이 높은데다 동반질환들을 나타내는 것이 통례”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치료경로에 작용하는 경구용 항고혈압제가 승인받기까지 우리는 30여년을 기다려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트리비오를 처방받은 다른 약물들과 병용해 1일 1회 경구복용하면 조절할 수 없는 고혈압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약물 상호작용 위험이 없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트리비오는 의사들이 간편하게 처방할 수 있고, 환자들도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항고혈압제”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