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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미국시장 장벽 … 국내 신약 30개 중 FDA 허가는 ‘팩티브‧시벡스트로’ 뿐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11-10 17:15:41
  • 수정 2021-08-06 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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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식적 FDA 허가는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포함 4개 … 한미·대웅이 국내 31호 신약 놓고 경쟁
미국 의약품 시장의 장벽은 높았다. 30호까지 배출된 국산 신약 중 미국시장에 진출한 실제 팔리고 있는 의약품은 동아에스티가 2015년 개발한 그람양성균 항생제 ‘시벡스트로정’(Syvextro, 테디졸리드인산염 tedizolid phosphate)이 거의 유일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것은 LG화학의 항생제 ‘팩티브정·주사’(성분명 gemifloxacin)과  ‘시벡스트로’(성분명 테디졸리드인산염 tedizolid phosphate)가 전부다. 게다가 현재 미국 등 해외서 미국 시판을 목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것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와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의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정’(성분명 테고프라잔 Tegoprazan) 등 불과 2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1993년 국산 신약 1호인 SK케미칼 위암치료제  ‘선플라주’(성분명 헵타플라틴 heptaplatin)를 시작으로 2018년 7월까지 30개 신약이 허가됐지만 FDA 승인을 획득한 것은 2개에 그쳤다.
 
첫 번째 FDA 허가를 받은 약은 LG화학(당시 LG생명과학)의 ‘팩티브정’이다. 2002년 12월 27일 국산 신약 5호로 허가받은 ‘팩티브정’은 이듬해인 2003년 국산 신약 최초로 미국 FDA 허가를 획득해 국내 제약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퀴놀론 계열 항생제 전반에 내성 및 안전성 이슈가 생겨 현재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글로벌 허가를 바탕으로 남미, 아시아 지역 등에 원료를 연간 100억원 수준으로 수출하고 있다.
 
두 번째는 동아에스티가 2015년 개발한 국산 신약 24호 항생제 ‘시벡스트로’다. 2014년 6월 팩티브정 이후 11년 만에 FDA 허가를 획득했다. 2007년 2월 미국 트리어스테라퓨틱스(Trius Therapeutics)에 기술수출했고, 2014년 FDA 허가를 받은 후 머크(MSD)가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트리어스테라퓨틱스는 2013년 7월에 항생제 전문기업인 큐비스트(Cubist Pharmaceuticals)에 인수됐으며, 2015년 5월 다시 머크(MSD)에 합병됐다.
 
우리나라 현존 신약은 정확히 27개, FDA의 허가는 2개다. 지난해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가 성분 변경 논란으로 허가 취소된 데 이어 지난 6월 동아에스티의 항생제 ‘시벡스트로정’과 ‘시벡스트로주’도 허가를 자진 취하하면서 총 30개의 신약 중 3개가 사라졌다.

시벡스트로정의 국내 허가 취소는 신약 등의 재심사 기준에 따라 2020년 6월까지 의약품 시판 후 조사(PMS) 자료를 제출해야 했으나, 허가 이후 제품 발매를 하지 못해 PMS자료 제출이 어렵다고 판단돼 자진 취하한 데 따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신약은 27개지만 비공식적으로 추산한다면 29개다. 2019년 3월 미 FDA로부터 기면증 치료제 ‘수노시정’(Sunosi, 성분명 솔리암페톨, Solriamfetol, 국내 미허가), 같은 해 11월 뇌전증(간질) 치료제 ‘엑스코프리’(Xcopri 성분명 세노바메이트 Cenobamate, 국내미허가)가 허가받았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이들 제품은 국내에서 아직 판매 허가가 이뤄지지 않아 신약으로 카운팅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신약 인정을 받고 국내로 들어오게 되면 ‘도입’의 개념이 돼 역시 국산신약으로 간주할 수 없다.
 
국산신약 개발의 청신호는 감감무소식이지만 국산 1호인 백금착제 항암제 ‘선플라주’는 의약품 품목허가갱신 제도에 따라 자진 철수될 예정이다. 임상시험에서 효능이 좋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다국적 제약사들의 신약에 밀려서 의사들이 처방하지 않고 환자들도 찾지 않아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선플라주의 품목 유효기간은 2022년 12월 31일이고, 갱신신청 기한은 2022년 6월 30일이다. 갱신신청 기한까지 생산실적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품목허가가 취소된다. 선플라주는 2009년부터 생산을 중단해 생산실적이 없는 상황이다. 허가는 유지되고 있지만 생산실적이 없어 사실상 사라지게 되는 품목에 올라와 있다. 
 
그동안은 생산실적 없이 허가만 받아도 품목이 유지됐으나 2018년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는 의약품 품목허가 갱신 제도에 따라 앞으로 제조·수입 허가만 받고 생산을 하지 않는 품목은 앞으로 갱신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자동으로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미국 진출을 위한 현지 임상을 진행 중인 국산 신약도 2개에 불과하다. 코오롱 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는 현재 미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허가된 유래 세포주와 실제 임상시험에 활용된 세포주가 바뀌는 인보사 사태로 국산 신약 28호의 지위를 잃고, 미국 임상도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가까스로 올해 4월 FDA로부터 임상 3상 재개 승인을 받았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상황으로 아직 임상 3상을 다시 시작하지는 못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인보사 3상 재개 결정에 대한 공문을 받은 후 임상시험을 위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신약 30호 ‘케이캡’은 6월 FDA로부터 미국 내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 현재 HK이노엔은 건강한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 약력학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정이 국내 시장에서 차세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으로서 새로운 치료 트렌드를 만들어 왔듯이 미국 시장에서도 성공적인 연구를 통해 대한민국 신약의 저력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산 신약 31호의 후보로는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와 대웅제약의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프라잔’이 꼽히고 있다. 한미는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3상을 마쳤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이 2012년 스펙트럼파마슈티컬스(Spectrum Pharmaceuticals)에 기술수출한 바이오 신약이다. 한국 식약처에는 5월 8일 신약승인을 제출했다. 미국에는 원래  올 하반기에 신약승인신청을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허가 신청도 미뤄졌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3월 FDA가 평택 바이오 플랜트 실사할 예정이었다. 미국 허가와 달리 국내 허가를 위한 심사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한미 관계자의 설명이다.

식약처가 롤론티스를 허가해준다면 바이오의약품으로는 첫 신약이 된다. 한미약품 파이프라인의 약 90%는 바이오 신약이다. 이 중 국내 허가 단계에 접어든 것은 롤론티스가 유일하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1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프라잔’의 임상 3상을 마친 뒤 국내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품목허가 신청 시기만 놓고 보면 한미약품보다 6개월가량 앞선 셈이다.
 
펙수프라잔은 기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처방됐던 프로토펌프억제제(PPI) 계열의 단점을 보완한 P-CAB 계열 제제다. 대웅제약의 목표는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혁신 신약이다. 이를 위한 행보 중 하나로 대웅제약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환자 대상 3상 외 여러 산 분비 관련 적응증 획득을 위한 추가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펙수프라잔 주사제에 대한 임상 1상도 승인받은 바 있다. 

펙수프라잔은 지난 8월 중남미 최대 시장인 브라질에 수출계약을 마쳤으며 미국과 중국에서 임상 시작을 위해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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