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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아프리카에서 이렇게 섬세한 와인이? … 남아공 희망봉에서 와인을 건지다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11-07 16:29:30
  • 수정 2020-11-09 10: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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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19세기 유럽 사로잡은 ‘뱅 드 콘스탄스’ 생산지 … 인종차별 정책 폐지 이후 글로벌 무대 재입성, 눈부시게 성장 중인 보물섬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에서 패한 후 세인트 헬레나섬으로 유배갈 당시 남아공 특산 와인인 '뱅 드 콘스탄스'를 매일 공급받는다는 조건을 달았을 정도로 남아공 와인을 사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아프리카에도 와인이 생산된다. 지구의 6대륙, 즉 아시아, 유럽,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중 와인이 생산되지 않는 대륙은 하나도 없다. 뜨거운 적도의 땅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생산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심지어 2015년 기준으로 세계 와인 생산량 8위를 기록한 와인 강국이다. 와인 역사도 오래돼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아공 와인은 한 때 프랑스의 나폴레옹과 영국의 문호 제인 오스틴이 즐겨 마셨을 만큼 글로벌한 인기를 자랑했다. 하지만 이후 질곡의 역사 속에서 남아공 와인은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이 지워졌다. 21세기 들어 다시 비상을 시작한 남아공 와인은 처음에는 값싼 와인으로 자리를 잡다가 이내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보물섬으로 인정을 받았다. 아직은 거칠다는 평가가 많지만 어느 지역에서도 맛 볼 수 없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는 찬사도 나온다. 마치 오지탐험과 같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와인을 알아본다.

17세기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에 와인 양조 시작 … 인종 차별로 경제제제 후 2010년에 새롭게 떠올라

남아공 와인 역사는 17세기 네덜란드인이 이 지역에 정착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네덜란드인들은 해상 무역을 위해 신대륙을 개척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 때 앞장 선 곳 동인도회사는 아프리카 남쪽 지금의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유럽과 인도, 극동을 오가는 선박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식민지 기지를 만들었다.

당시 총감인 얀 반 리베크(Jan van Riebeeck)는 의사 출신으로, 지역의 기후가 지중해와 비슷하다며 선원들의 건강을 위해 포도를 재배해 와인을 양조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역 와인 양조 시작이다. 처음 밭이 만들어진 해는 1655년이고 첫 와인이 병입된 해는 1659년이다.

이렇게 시작된 남아공의 와인은 1688년 프랑스의 개신교들이 종교 박해를 피해 대규모로 넘어오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보르도 등 프랑스의 양조기술을 접목해 단숨에 이 지역의 와인 수준을 높이며 와인산업의 기틀을 잡았다.

18~19세기에 남아공 와인은 유럽에 대량 수출을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품질을 자랑했다. 특히 콘스탄시아(Constantia) 지역에서 뮈스까 블랑 아 쁘띠 그랑(Muscat Blanc à Petits Grains) 품종으로 빚은 달콤한 디저트 와인 ‘뱅 드 콘스탄스’(Vin de Constance)는 유럽에서 큰 성공을 이뤘다. 1795년 영국이 이 지방을 네덜란드로부터 빼앗아 1814년 합병한 후 영국 최대의 와인공급지로 자리잡으며 남아공 와인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당시 유럽 귀족 사이에서는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게 하는 남아공 와인이 인기를 끌었는데, 프랑스의 루이 필립 왕은 이 와인을 원활하게 공수하기 위해 남아공에 구매 담당관을 파견했고,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에서 패한 후 세인트헬레나섬으로 유배갈 당시 뱅 드 콘스탄스를 매일 공급받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영국인 소설한 제인 오스틴은 그녀의 대표작 ‘이성과 감성’에서 뱅 드 콘스탄스를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묘약”이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큰 인기를 끌던 남아공 와인은 세계 1‧2차 대전과 독립 등 어수선한 시대상에 따라 부침을 겪었지만 여전히 국제적인 팬들을 거느리며 탄탄한 입지를 자랑했다. 하지만 1970년 남아공의 잔혹한 인종차별 정책이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으며 남아공 와인의 위상도 떨어지게 됐다. UN은 남아공의 반인륜적인 정책을 적극 비난하며 경제제재를 선언했고, 이에 따라 많은 국가들인 남아공과의 교류를 단절했다.

글로벌 시장을 잃은 남아공 와이너리들은 저렴한 내수시장용 와인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면서 점차 쇠퇴했다.

1994년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취임하고 인종차별 정책이 폐지되면서 경제제재도 풀렸다. 남아공 와이너리들은 새로운 양조기술을 받아들이며 빠르게 정비했다. 특히 스텔렌보쉬(Stellenbosh) 지역을 중심으로 새롭고 개성 있는 와인을 추구하는 양조자들이 와인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다. 대표적인 양조가가 ‘남반구에서 가장 훌륭한 와인 양조자’로 평가받는 에반 사디(Eben sadie)다.

경제제재가 막 풀렸을 당시 남아공 와이너리는 마트에서 쌓아놓고 파는 값싼 와인들을 대량 생산했지만 지금은 어느 곳보다 젊고 개성 강하고 독특한 와인을 생산하는 주목할 만한 생산지로 성장했다. 앞으로도 빠른 발전이 예상돼 많은 와인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랭 해류 영향으로 온후한 지중해 기후, 다양한 토질 … 피노타지, 슈냉블랑 대표적 품종

남아공의 와인이 이토록 빠르게 성장한 데는 환경적인 혜택이 컸다. 아프리카 대륙은 바다에 잠겨 있던 땅이 융기해 만들어진 곳으로 수십억 년에 걸쳐 융기‧침강‧퇴적을 반복해 어떤 땅보다 복잡한 지질과 토양을 갖추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남쪽에 위치한 남아공은 적도와 떨어져 적당한 열기를 갖춘 지중해성 기후를 가지고 있다. 여름은 따뜻한 편이며, 겨울 날씨는 선선하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은 적도와 떨어져 적당한 열기를 갖춘 지중해성 기후로 포도 재배에 유리하다.
특히 포도밭이 많이 있는 사우스웨스턴케이프(South Western Cape)는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곳으로 남극권에서 아프리카 서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차가운 벵겔라 해류 때문에 기후가 같은 위도에 비해 기온이 낮다. 포도가 천천히 익으면서 맛과 향을 충분히 응축할 수 있기에 좋은 환경이다. 자연도 무척 아름다워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이 지역의 와이너리는 해안가 산맥에 주로 자리잡고 있는데 골짜기마다 일조량‧바람‧지질 등 미세기후가 달라 같은 품종을 재배해도 맛과 향이 다르다. 양조자의 인종과 성향에 따라 양조법도 달라서 같은 지역에서도 와인의 특색이 제각각이다.

재배되는 포도품종도 다양해서 유럽에서 들여온 대부분의 인기 품종들이 다 있다. 하지만 기억할 만한 주요 품종으로는 레드와인 용 피노타지(pinotage)와 화이트와인 용 슈냉블랑(Chenin Blanc)을 들 수 있다.

피노타지는 피노누아(Pinot Noir)와 쌩쏘(Cinsault)를 교접해 개량한 남아공의 품종이다. 남아공 와인은 레드보다 화이트가 강세였으나 피노타지가 등장한 이후 레드와 화이트의 비율이 비등해지고 있다고 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현재 남아공의 와인 비율은 대략 화이트 60%, 레드 40%이다.

피노타지의 첫맛은 쌩쏘의 특징처럼 강렬하지만 뒷맛은 피노누아처럼 부드럽게 섬세한 아로마가 지배한다. 맵고 향이 강한 아프리카 음식과도 잘 어울리며, 한식과도 멋진 마리아주를 만들어낸다.

프랑스 품종인 슈냉블랑은 남아공이 와인 생산국으로 입지를 굳히는 데 한몫했다. 달콤한 과일향이 맴도는 인기 화이트 품종이다. 프리미엄 슈냉블랑은 오크통에서 숙성시키기도 한다. 남아공은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슈냉블랑을 재배하고 있다.

케이프타운 내 와인랜드, 스텔렌보스크‧콘스탄시아‧로버트슨 등 … 남쪽 오버버그는 피노누아 산지로 유명

남아공 와인의 주요 산지는 남쪽 해안가 케이프타운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어 이 지역을 와인랜드라고 부른다. 스텔렌보스크(Stellenbosch), 콘스탄시아(Constantia), 로버트슨(Robertson) 등이 대표적이다 더 남쪽으로 오버버그(Overberg)도 유명하다.

스텔렌보스크는 남아공 최고의 와인 생산 지역으로 현재 남아공의 와인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1994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해제 이후 젊은 와인 생산자들이 몰려 새로운 양조기술을 적용한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기후는 상대적으로 덥고 건조하며, 남쪽 바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구릉지에 와이너리들이 모여 있으며 토양은 진흙이 포함된 화강암과 사암으로 함수력과 배수력이 모두 적당하다. 카베르네소비뇽, 시라 등 레드와인 품종이 유명하다. 카논콥(Kanonkop), 미어루스트(Meerlust), 루첸베르그(Rustenberg), 텔레마 앤 워릭(Thelema and Warwick) 등 남아공 유명 와인들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로버트슨은 브리드강 계곡에 위치한다. 석회암이 풍부해 샤르도네 재배에 적합해 스파클링 와인을 주로 생산한다. 시라, 카베르네소비뇽 등 레드와인 품종도 재배된다. 신선한 과실향과 단단한 탄닌감을 가진 와인이 특징이다.
 
콘스탄시아 지역의 대표 와이너리 중 하나인  ‘그룻 앤드 클레인 콘스탄샤’(Groot and Klein Constantia) 양조장.
콘스탄시아는 케이프 와인 역사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해안가에 위치해 선선한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신선한 화이트와인과 스위트와인을 생산한다. 이곳에 위치한 클레인 콘스탄시아(Klein Constantia)에서 만든 스위트와인은 동인도회사를 통해 유럽에 전파돼 남아공 와인을 알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귀부균(貴腐菌, 보트리티스 곰팡이)이 아닌 늦수확 방식으로 스위트 와인을 양조한다. 주요 품종은 뮈스까 블랑 아 쁘띠 그랑이다. ‘그룻 앤드 클레인 콘스탄샤’(Groot and Klein Constantia)와 ‘부이텐버와치팅’(Buitenverwachting) 등 역사적인 와이너리들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어 관광지로도 인기가 높다.

좀 더 남쪽으로 떨어진 오버버그는 서쪽으로는 엘긴밸리(Elgin Valley)와 보트리버(Bot River), 동쪽으로는 브리드리버(Breede River), 남쪽으로는 대서양과 인도양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다른 와인 생산지보다 적도에서 떨어져 보다 서늘한 기후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토대로 섬세한 피노누아 품종으로 세련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한다. 엘긴밸리는 고원으로 사과, 배, 오차드(orchard)와 곡물을 재배한다. 남아공은 수확된 사과의 40%를 수출하는데 전체 생산량의 60%를 엘긴 지역이 담당한다. 서쪽 해안에 접한 워커 베이(Walker Bay)는 풍광과 먹거리가 좋은 고급 관광지에 속한다.

빠르게 성장 중인 남아공 와인은 지켜보며 그 안에 보석을 찾는 즐거움이 각별한 곳이다. 하지만 올해와 내년까지는 남아공 와인이 국제 시장에 넉넉하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남아공 정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와인 및 신선 농산품의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얼른 이 사태가 끝나 남아공 와인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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