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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는 정보의 댐 만드는 것 … 한번에 물을 채워야 하는 속도전”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9-18 16:06:45
  • 수정 2020-09-22 21: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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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대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디지털헬스케어본부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대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디지털헬스케어본부장
김대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디지털헬스케어본부장는 최근 말 그대로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날을 보내고 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정보전략본부장, 가톨릭빅데이터통합센터장,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과장 등을 겸임하고 있어서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의 IT정보화 사업을 총괄하면서 빅데이터를 비롯한 디지털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에 더해 책임지고 있는 빅데이터 관련 국책연구도 다수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가 없다.

“올 여름 휴가를 신청해 놓고도 잊어버렸어요. 같이 일하는 직원이 알려주더라고요. 지난 1년 동안 정시에 퇴근한 게 네 번이라고, 집에서 안 쫒겨나길 늘 기도합니다.” 사람 좋은 미소로 건네는 너스레가 결코 과장이 아닌 게 느껴진다.
 
‘디지털중독’ 전문가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선봉장으로

디지털 데이터 구축에 파묻혀 지지만 그의 본령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다. 그의 전공 분야는 중독. 국내에서 손꼽히는 금연치료 전문의로 금연캠프와 금연 클리닉을 이끌며 5000명 이상의 니코틴중독 환자를 치료했다. 게임‧인터넷‧디지털 등 각종 ‘중독’ 연구에서 활약하며 관련 이론 정립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그런 그가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에 선봉에 서게 된 까닭은 뭘까?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을 다루며 애플리케이션 등 디지털의 역할과 기능을 공부하고 고찰하게 됐어요. 이를 잘 활용하면 환자치료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디지털헬스케어 시스템에 대한 비전을 그때 그리게 됐습니다.”

그는 환자가 자신의 생활과 컨디션을 기록하고 주치의가 그에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생활교정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등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연구를 지속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이 지난해 ‘CMC Digital Transformation’을 선언하며 디지털의료 실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자 가톨릭중앙의료원 정보전략본부장 및 가톨릭빅데이터통합센터장에 발탁됐다. 병원 전반의 IT 인프라 경쟁력을 강화할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됐다.

올해엔 병원 내 디지털헬스케어본부가 신설되면서 초대 본부장에 올랐다. 병원 내 IT 업무를 총괄하는 부원장급 보직으로, 빅데이터 활용을 통해 디지털병원 구축의 업무를 수행한다.

본부는 산하에 정보관리 및 정보활용 업무를 담당하는 정보전략팀과 지능의료데이터센터를 둬 의료원 산하 8개 병원 간 빅데이터 허브 구축 및 운영, 이를 활용할 환경 조성까지 관장하고 있다.

국내 대다수 대형병원들이 디지털헬스케어의 기치를 내걸고 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개념은 모호하다. 김 교수는 의료 전반에 걸친 서비스가 디지털로 전환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디지털헬스케어 개념이 모호하면 지금까지의 아날로그 의료서비스를 떠올려 보세요. 연구실에서 유리 슬라이더에 담긴 병리조직의 모습을 보고 사진 찍고, 파일로 보관하고, 종이로 된 의료 차트에 환자의 진료 내역을 기록하고, 서류형식으로 보관되던 과거의 모습이 이젠 디지털 정보로 전환돼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사용하게 되는 겁니다. 환자는 한번 작성된 의료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어느 때나 볼 수 있고 필요하면 가까운 병원에 전달해 연계된 치료를 받을 수 있죠.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증상에 맞는 새로운 치료법이나 신약을 추천받을 수도 있고요.”

가톨릭의료원 산하 8개 병원 단일시스템 의료기록 1500만명 분 … 빅데이터 사업에 이상적

정부가 지난 5월 7일 디지털의료를 포함한 ‘디지털 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국내 중요 병원들도 디지털의료화 사업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다만 인공지능(AI) 진단, 스마트 진료 시스템, 디지털치료제 개발 등 병원마다 힘을 쏟는 방향만 차이가 날 뿐이다.

그 중에서도 서울성모병원은 의료 빅데이터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보건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에 선정돼 2020년 11월까지 국비지원 7억원과 기관대응 16억원, 총 23억원을 들여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김 본부장은 디지털헬스케어의 시작은 의료정보의 디지털화라고 강조했다. 의료차트, 인체은행, 병리소견, 유전, 영상진단 등 각 영역의 정보들이 통일된 형태의 정밀한 디지털정보로 가공되면 환자의 치료, 질병연구, 치료제 개발, 인공지능 학습 등에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다. 디지털헬스케어의 쌀알이 디지털화된 의료정보, 즉 의료 빅데이터라는 것이다.

서울성모병원이 의료 빅데이터를 구축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다. “빅데이터의 1차 가치는 양입니다. 가톨릭의료원 산하 부속병원 8곳이 단일 시스템으로 동일한 폼의 의료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총 병상만 6000여개고, 지금까지 모인 데이터만해도 1500만명 분이죠.”라고 그는 말했다.

이런 엄청난 분량은 싱가포르 등 작은 국가 전체보다 많다. 국내 의료기관을 거친 환자의 8~10%, 전체 적용 약물의 9~10%에 관한 기록이 의료원에 남아 있는 셈이다. 한국은 신약과 첨단치료법이 빠르게 적용되는 의료선진국으로 데이터의 질 면에서도 매우 뛰어나다. 그는 “이를 활용할 수 있다면 국내 의료계 전체의 경쟁력을 올릴 보물상자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은 한국의 미래 먹거리 …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야

김 본부장은 디지털 뉴딜 정책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 사회발전조사기구(Social Progress Imperative)가 발표한 ‘2020 사회발전지수’ (SPI·Social Progress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IT 접근성과 활용성에서 1위, 의료 접근성과 수준에서 5위를 기록했다.

디지털헬스케어는 한국이 가장 잘하는 것들을 묶은 것이다. 당연히 그 수준이 세계적이다. 한국이 운명을 걸고 도전해볼만한 미래사업 영역이라는 게 김 본부장의 시각이다. 디지털헬스케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서둘러 국가 역량을 집중, 육성해 시장을 선점하면 향후 글로벌 리더십을 가지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빅데이터 사업은 국가 의료 경쟁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바쁜 와중에도 정부와 협업해 정부과제 연구사업에 적극 나선 이유다. 이달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 중 신경계질환 분야의 책임연구자를 맡아 사업단을 이끌게 됐다.

하지만 일선 병원에서는 정부와 대형병원들이 주도하는 의료 빅데이터 사업 등 디지털헬스케어 정책이 너무 빠르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중소형 병원들이 따라가기 어려운 속도라는 것이다. 병원별로 보관하고 관리하던 의료정보를 모든 병원에서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에도 거부감이 남아있다.

이에 김 본부장은 “의료 빅데이터화는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커다란 정보의 댐을 만드는 것”이라며 “한 번에 많은 물을 가둬야 하지, 물을 조금씩 흘려 넣어봤자 댐은 완성되지 않는다”고 비유했다. 그는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해 “조금씩 환경이 변하는 ‘체인지(change)’가 아니라 변신하듯 한 번에 바뀌는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 빅데이터의 윤리적 사용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료데이터는 기본적으로 민감 자료입니다. 데이터 품질 유지 및 안전을 위해 의료원에서 한해 사용하는 비용만 6~7억원입니다. 환자가 원하면 언제든 자신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지만 연구에 사용할 때에는 철저하게 익명화돼야 하죠. 공동선을 위한 연구에만 윤리적인 사용이 허용돼야 합니다. 데이터를 재산적 가치, 사업적 가치로만 따져선 안돼요”

내년에 빅데이터 플랫폼 완성 예상 … 디지털헬스케어 환경 완성까지 6~7년

그가 그리는 디지털헬스케어 비전은 일상 속으로 의료가 스며드는 것이다. 그 비전이 현실화되면 스마트폰 등 웨어러블 기기로 각종 의료정보가 기록되면 의사는 이를 활용해 환자의 질환을 더 세밀하게 진단하고 정확한 처방을 내리게 된다. 병원에서 의사와 대면하고 끝나는 진료‧치료가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일상 속에서 생활습관 관리와 투약 교육이 이뤄진다. 환자 진료 정보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의사가 더 정확한 진단을 하도록 돕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안할 수도 있다.

다만 비대면 진료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국가에서는 필요할지 모르나 한국처럼 의료접근성이 높은 국가는 정밀한 진단과 치료로 의료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대면진료를 1.2.3차 병원이 디지털화된 의료정보를 공유하며 환자를 협진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그동안 논란이 된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이나 지방의료 불균형 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보고 있다.

이런 꿈같은 디지털헬스케어 환경이 완성되기까지 그는 6~7년을 내다봤다. 가톨릭의료원 초고도화 빅데이터 플랫폼 완성에는 1~2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 중 상당수는 올해 안에 공개될 예정이다. 시기를 너무 바투 잡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그는 웃었다.

“미래는 언제나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언제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연구하고 혁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대진(金大振)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디지털헬스케어본부장
 
학력
1991년 가톨릭대 의학 학사
1995년 가톨릭대 정신과학 석사
2001년 가톨릭대 정신과학 박사
 
경력
1991~1992년 가톨릭대 성가병원 인턴
1992~1996년 가톨릭대 성모병원 정신과 레지던트
1996~1998년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정신과 임상강사
1998~2000년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정신과 전강대우
2013년          가톨릭대 산학협력단 성의연구지원부실장
2013~2015년 가톨릭대 의대 연구진흥부학장
2013~2015년 가톨릭대 성의교정 연구지원부학장
 
학회활동
2014~2016년 대한생물정신의학회 총무이사
2016~2018년 Psychiatry Investigation 편집장 (SCIE)
2016~2018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국문 학술지 편집장(간행이사)
2016~현재 대한생물정신의학회 부이사장
2016~현재 한국중독정신의학회 특임이사
2020~현재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 
2020~현재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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