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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부르고뉴, 피노누아의 두 번째 산지 미국 오리건 와인
  • 김지예 ·소믈리에 기자
  • 등록 2020-08-31 18:56:10
  • 수정 2020-09-03 12: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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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고급 와인 30% 차지, 95%가 내수로 소진… 차갑고 습한 기후 이기고 까다로운 피노누아 재배에 성공
미국 오리건주 윌라메트밸리의 ‘킹 이스테이트 와이너리’(출처: 미국관광청 홈페이지)
신세계 와인 시장 중 절대 강자는 누가 뭐라고 해도 미국이다. 엄청난 자본으로 빠른 양적 성장을 거둔 미국와인은 1976년 이른바 ‘파리의 심판’ 사건 이후 뛰어난 질마저 인정받고 있다. 미국와인은 나파밸리를 축으로 캘리포니아에서 90%가 생산되고 있지만, 최근 오리건주‧워싱턴주‧뉴욕주 등 다른 지역의 와이너리에서 저마다의 색깔이 강한 와인들을 생산해 내면서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중 오리건주는 카베르네소비뇽과 메를로를 주 종목으로 강건하고 묵직한 풀보디의 캘리포니아 와인과 달리 피노누아를 내세워 섬세하고 나긋한 레드와인을 만들어 내고 있어 피노누아 마니아들이 주목하고 있다.

미국 서부 해안가 와인산지 ‘퍼시픽 노스웨스트’ 일부 … 서늘하고 습한 기후로 와인산업 늦어져

오리건주는 미국와인 최대 생산지인 캘리포니아주와 두 번째 생산지인 워싱턴주 사이에 위치한다. 오리건과 워싱턴의 와인 산지를 이으면 미국 서부 태평양 해안 1900km가 북에서 남으로 길게 이어지는데 이들을 묶어 ‘퍼시픽 노스웨스트(Pacific Northwest)’라고 일컫는다.

이 일대의 와인 생산량은 미국 전체 와인 생산량의 5%에 불과하지만 2010년 이후 와인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등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와인의 약 30%가 이곳에서 생산될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다. 생산량 95% 이상이 내수로 소비돼 해외시장에 잘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다른 나라 와인 마니아의 애를 타게 만드는 요소다.

대부분의 유명한 와인 산지가 그렇지만 이 지역의 와인 품질은 기후에 힘입은 바가 크다. 위도가 높고 해안가 산맥을 따라 포도농장이 조성된 덕분에 일조량은 풍부하면서도 밤이면 산맥을 넘어오는 해풍의 영향으로 기온이 지나치게 올라가지 않아 도리어 섬세한 향과 산도를 머금은 포도를 만든다.
 
이 중에서 오리건은 가장 서늘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서늘한 기후가 무조건 포도 재배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오리건주는 전체적으로 날씨가 습한데다가 봄과 가을에는 늦게까지 서리가 내린다. 이는 포도를 키우는데 매우 불리한 기후 조건이다. 지형상 와인농장이 대도시와 멀리 떨어져 물류 면에서 불리하다. 이런 이유로 오리건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와인산업이 늦게 발달했다.

하지만 봄 가을의 차가운 기후에도 불구하고 여름의 건조함은 포도가 향을 강건하게 머금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오리건에서 와인을 만드는 것은 도박과 같은 일면을 가진다. 매우 까다롭고 실패할 확률도 높지만 성공하면 매우 우아하고 뛰어난 와인을 얻을 수 있다.

서늘한 기후에 맞는 리슬링과 피노누아로 도전해 성공 … 브르고뉴 피노누아 생산량의 3분의 1 생산

오리건주에서 지금과 같은 현대적인 와인산업이 시작된 것은 1961년과 1966년에 캘리포니아대 농대 대학원생이었던 리차드 써머(Richard Sommer)와 데이비드 레트(David Lett)가 포도농장을 차리면서부터다. 이들은 오리건에 미국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던 까베르네소비뇽과 메를로 대신 섬세하고 추위에 더 유리한 품종을 심기로 했다.

써머는 리슬링을, 레트는 피노누아를 중점적으로 키웠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서늘하고 여름에 잠시 건조한 날씨는 피노누아와 리슬링의 섬세한 향을 유감없이 살려 질 좋은 와인을 만들어냈다. 이들 품종은 미국 다른 지역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것이어서 상품성도 충분했다.

특히 피노누아는 포도송이가 상하기 쉽고 재배가 까다로워 당시로서는 프랑스의 부르고뉴 지방 외에는 재배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오리건주의 기후로 피노누아를 훌륭하게 키워낸 것이다. 사람들은 열광했고, 이내 미국 각지에서 양조가들이 몰려들었다.

현재 오리건에는 약 300여 개의 와이너리가 들어서 있다. 대부분 피노누아를 재배하고 있다. 오리건주의 피노누아 생산량은 부르고뉴의 3분의 1 수준으로, 명실공히 부르고뉴 다음의 피노누아 산지라고 할 수 있다. 품질도 높아서 1979년 파리에서 개최된 피노누아 블라인드와인 테이스팅 대회에서 오리건주의 피노누아 와인이 2위를 차지하는 등 뛰어난 성적을 자랑하고 있다. 드루엥(Drouhin) 등 부르고뉴의 도멘 가문에서도 일부가 오리건에 진출해 피노누아를 기를 정도다.

오리건 피노누아 와인은 드라이하면서도 경쾌한 산미가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는 11~15도로 편차가 크고, 부르고뉴보다는 알코올 함량이 높은 편이다. 싱싱한 과일향과 단단한 구조감을 가지고 있지만 부르고뉴에 비해 향의 견고함은 조금 부족하다는 평가다.

오리건의 품종별 생산 비율은 피노누아 58%, 피노그리 14%, 샤르도네 6%, 시라 4% 등이 있다. 리슬링 생산량도 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오리건주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시라, 카베르네소비뇽, 메를로를 재배하는 와이너리도 증가 추세다.

오리건의 라벨 관리는 미국 와인 생산지 중 가장 엄격하다. 주법에 따라 오리건 와인은 한 품종을 90% 이상 사용하면 라벨에 단일품종 와인으로 표기할 수 있다. 예외적으로 까베르네소비뇽은 75% 이상이면 된다. 캘리포니아 등 다른 생산지는 75%만 사용하면 단일품종 와인으로 라벨에 표기할 수 있다. 오리건이라는 주명을 붙이려면 100% 주내에서 생산된 포도만 사용해야 하고, 빈티지를 표기하려면 95%이상 해당 연도의 포도를 사용해야 한다.
 
윌라메트밸리 등 16개 AVA … 주요 생산자는 도멘 드루엥‧아이리 빈야드‧도멘 세렌 등

오리건은 16개의 ‘미국 공식 인증 전문포도재배지역’(American Viticultural Area, AVA)으로 나눠져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AVA는 윌라메트 밸리(Willamette Valley)다. 오리건주 와인의 3분의 2 이상이 이곳에서 만들어지며, 가장 품질 좋은 와인들이 모여있다. 포틀랜드에서 남쪽으로 길게 펼쳐진 윌라메트강의 이름을 딴 지역으로, 동쪽에는 남북으로 캐스케이드 (Cascade)산맥이 등성이를 이루고 있으며 서쪽으로 작은 코스트(Coast)산맥이 위치해 태평양과 내륙을 가른다. 와이너리들은 서리 피해를 막기 위해 계곡과 평지 사이의 완만한 경사지에 자리잡거나 아예 고원에 자리를 잡고 있다. 풍적(風積)황토와 화산토 토질이 섞여 있는데 풍적황토에서 자란 피노누아는 탄닌감이 두드러지고 산미가 높으며 빨리 열린다. 화산토에서 재배된 피노누아는 단단하고 복잡한 구조감을 가지고 있으며 몇 년 숙성 후 마시는 게 좋다.

윌라메트밸리 정남향으로는 다른 두 개의 중요한 AVA인 ‘움쿠아밸리’(Umpqua Valley)와 ‘로그밸리’(Rogue Valley)가 있다. 윌라메트밸리보다 기후가 조금 더 따뜻하고 토양층이 다양해 와이너리마다 저마다의 개성이 다른 미세기후를 가진다. 따스한 기후 탓에 피노누아 외에도 카베르네소비뇽과 메를로 등이 함께 재배된다.

2005년 VAV로 인정받아 가장 최근 생산지가 된 ‘서던오리건’(Southern Oregon)은 해양성 퇴적물로 구성된 토질로 독특한 향을 자랑한다. 주로 피노누아가 재배되지만 시라‧까베르네소비뇽‧메를로의 재배도 늘어나는 중이다.

북동쪽으로 올라간 컬럼비아(Columbia)밸리와 왈라왈라(Walla Walla)밸리는 오리건에서 가장 작은 AVA로 워싱턴주와의 경계선에 걸쳐 있다. 컬럼비아밸리는 컬럼비아강 동부와 서부의 기후가 충돌해 습하면서도 건조하고, 따뜻하면서도 서늘한 변덕스러운 기후가 특징이다. 샤르도네‧피노그리 등 다양한 화이트와인 품종 포도들이 이곳에서 재배된다. 왈라왈라는 고도가 낮고 구릉지가 많은 워싱턴주의 기후를 닮아 오리건주의 다른 지역보다 따뜻하고 건조해서 까베르네소비뇽‧메를로를 재배하기에 적합하다.

오리건주의 대표적인 와인생산자로는 부르고뉴 3대 네고시앙 가문으로 오리건주에 건너온 ‘도멘 드루앵’(Domaine Drouhin), 피노누아를 처음 생산한 데이비드 레트가 세운 ‘아이리 빈야드’(Eyrie Vineyards), 2004년 ‘로마네 꽁띠’를 생산하는 부르고뉴 DRC의 11개 특급밭 와인과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겨뤄 상위권을 석권하며 화제를 일으킨 ‘도멘 세렌’(Domaine Sersn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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