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ALK 양성 폐암에서 단독 면역항암제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ALK 양성 폐암 치료에서 면역항암제 개발에 새로운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병철·임선민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교수(종양내과)와 표경호·박채원 연세대 의대 의생명과학부 교수팀은 난치성 ALK 양성 폐암이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기전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는 암과 관련된 저명한 국제학술지 암면역치료연구(Journal for Immunotherapy of Cancer, IF 9.913) 최신호에 게재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폐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10만134명이다. 2015년 7만3671명이던 환자는 2016년 7만9729명, 2017년 8만4132명, 2018년 9만2747명에서 2019년 10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80~85%가 비소세포폐암이다. ALK는 2012년 폐암 유발인자로 처음 보고된 뒤 전체 비소세포폐암의 약 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폐선암이나 비흡연자에서 발생한다.
ALK 양성 폐암의 경우 약제 내성 돌연변이가 빈번히 발생하고 중추신경계 전이가 잦았다. 보통 표적치료제 사용 후 1~2년 내에 내성이 발생하고, 1차 치료 이후 사용할 수 있는 치료약도 제한적이다.
연구팀은 ALK 형질전환 마우스모델을 ALK 억제제 단독 투여군, 면역항암제(PD-1)과의 병용 투여군, 두 가지의 순차적 투여군으로 나눠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 면역 기전을 확인했다.
연구결과 ALK 양성 폐암에서 면역항암제의 경우 종양 억제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 ALK 억제제 단독은 효과적이었고, ALK 억제제와 면역항암제 병합요법은 ALK 억제제 단독요법과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병합요법에서는 심각한 간독성이 나타났다.
각 치료군 별로 면역세포와 사이토카인(단백질 면역조절제)의 변화를 확인한 결과 면역항암제를 투여했을 때 약물 작용의 주요 기전인 T림프구의 변화가 미미했다. T림프구가 활성화되면 종양세포를 공격해 암을 사멸시킨다.
종양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CD8+ T세포는 모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면역기능을 억제하는 면역억제세포(Treg)가 증가했다. Treg는 조절 T세포로 면역세포들이 활성화되기 전의 상태로 되돌려 면역기능을 억제한다. 세 군 모두 각각의 치료에도 CD8+ T세포 변화 없이 Treg는 증가해 암 치료에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또 암세포에서 면역기능을 억제하는 PD-L1이 많이 발현되면서 ALK 양성 종양이 CD8+ 세포에 반응하지 않는 조건이 만들어진다는 것도 확인됐다.
임선민 교수는 “ALK 양성 폐암에 대한 면역항암제 개발에서 단독으로는 효과가 부족하다는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다”며 “면역항암제로 치료가 힘든 ALK 양성 폐암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세포치료제와 이미 개발된 다양한 면역조절 치료제의 조합, 또는 면역항암제 간 병용치료 옵션 등 추후 연구를 통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