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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소아청소년 정신질환자 65%가 악화”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0-08-04 19:27:10
  • 수정 2021-06-14 11: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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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붕년 서울대 교수, 지난달 20일 싱가포르 IACAPAP 심포지엄 웨비나서 관찰 보고 … 5가지 요인도 제시

신종코로나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아청소년 정신과 환자의 약 65%가 약물치료 등 기존 치료에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저하게 호전도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붕년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20년 2~6월에 이 곳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클리닉과 우울증 및 불안장애로 내원한 136명의 외래환자를 정신질환의 심각도(CGI-S)와 호전도(CGI-I)로 나눠 관찰한 결과를 지난달 20일 싱가포르에서 웨비나 형태로 개최된 국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IACAPAP)에서 발표했다.


연구결과 약 65%의 환자가 CGI-I 4등급 또는 5등급으로 기존 치료에 호전반응을 보이는 정도가 약했다. 김 교수는 이를 5가지 요인으로 분석했다. 첫째는 경기침체와 가장의 실직·채무·수입감소로 인한 경제적 곤궁, 둘째는 치료와 교육 시스템의 붕괴, 셋째는 적절한 개입의 지연과 스트레스 가중으로 인한 감정행동적 문제, 넷째는 과거 어린 시절의 부정적 경험(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ACE), 다섯째는 피난과 이민으로 인한 외부적 요인이었다.


참고로 김 교수는 2018년에 발표한 감염병과 관련한 정신적 문제에 관한 자신의 연구논문을 소개했다. 24명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생존자 중 17명(70.8%)가 정신적 증상을 보였다. 하지만 10명(41.7%)만이 약물치료 및 정신과치료를 받았다. 이들은 증상별로 긴장(9명), 불면증(7명), 우울감(5명), 지남력 실종(disorientation, 2명), 기억장애(2명), 환청(2명), 공격적 폭발(2명) 등을 보였다.


중국 우한에서 214명의 감염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36%가 중추신경계 증상이나 장애를 호소했다. 중증 호흡기질환을 보인 환자(전체의 88%)는 그 비율이 45%로 다소 높았다. 이밖에 많은 환자들이 현기증, 두통, 무취증, 미각상실증, 지각장애, 뇌혈관합병증 등을 호소했다. 


감염 후 만성적인 피로와 우울한 증후군은 얼마든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가설적으로 감염질환은 지속적이고 직접적인 면역 관련 영향을 뇌에 미칠 수 있는데 1918~19년 스페인 독감 창궐 당시 뇌감염후 파킨슨병 증후군(post-encephalitic parkinsonism syndrome)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감염질환에 대한 약물치료도 정신질환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oseltamivir)의 경우 환각과 자살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항염·진통 및 면역과잉반응 억제 효과를 내는 스테로이드 제제는 정신과적 부작용으로 인지 및 수면 교란, 섬망, 가벼운 조증(hypomania) 또는 일반 조증, 우울감, 일탈적 증상(psychosis)을 초래할 수 있다. 렘데시비르(Remdesivir),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IVIG, 혈장치료제), 염증성 사이토카인 차단제, JAK 억제제 등은 아직 부작용을 알 수 없지만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요컨대 감염질환 확산 중에는 기간의 장기화, 감염에 대한 공포, 좌절감과 지루함, 충분하지 않은 물심 양면의 지지 부족 등으로 우울증, 화를 잘 내는 이노성(異怒性, irritability), 불면증,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ost-traumatic stress symptoms), 정신적 감정소모가 흔하게 나타난다. 김 교수는 따라서 이에 대한 ‘정신적 방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 수업 단축 및 폐쇄로 가정교육 시간이 증가하면 부모의 경제적 심리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특정 대상에 대한 중독이나 탐닉, 자살시도 가능성이 높아질 개연성이 있다. 자칫 부모 간 갈등과 폭행, 아동학대,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s, ASD) 아동 등에 대한 특수교육 붕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유행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대외 활동 감소와 비학교 활동의 증가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운동량 부족, 늘어난 TV 또는 PC 또는 스마트폰 사용, 잘못된 식단 또는 과식으로 인한 체중 증가, 심폐운동 기능의 저하, 감염 걱정으로 인한 잦은 소변 등이 초래됐다. 특히 감염질환 때문에 격리된 어린이는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이 그렇지 않은 어린이보다 증상이 4배나 심하다. 특히 호들갑을 떨며 공포를 부추기는 SNS 소식을 끊어야 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Korean Academy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 KACAP)는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7일간의 솔루션 팁을 제시했다.


제1일에는 코로나19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어떻게 감염되고 예방하며, 무엇이 걱정을 자극하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인식하는 것이다. 과도한 또는 가짜 뉴스를 보는 것을 자제하고 권위와 공신력이 있는 보건당국이나 매체로부터 소식을 접하도록 한다. 특히 호들갑을 떨며 공포를 부추기는 SNS를 끊는 게 중요하다.


제2일에는 정상적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TV·컴퓨터·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고, 기상·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한다. 사전에 어린이가 동의한 것에 대해 시간을 조정하되 인위적이거나 강압적이어서는 안 된다.


제3일에는 뇌와 근육, 내장에 휴식할 릴랙스를 주는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5분씩 걱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저감할 릴랙스 타임을 갖는다. 심호흡이나 명상이 효과적이다.


제4일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건강에 이롭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는 것이다. 장기간 집에 있으면 스낵에 인이 박혀 식욕이 떨어지기 쉬운데 신선한 주스를 추천해볼 수 있다.


제5일에는 가족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옛 앨범사진 같이 보기, 레크리에이션이나 연주회 등 흥겨운 가내 행사 갖기 등이 적합하다.


제6일은 자신만을 위한 릴랙스의 날이다. 코로나19에 대비하느라 소모된 심신을 달래기 위해 독서, 차 마시기, 음악듣기, 목욕 등으로 그동안 쌓인 긴장과 걱정을 털어낸다.


제7일은 다시 자녀를 위해 교육하는 날이다. 코로나19을 극복하는 데 수고한 사람들의 희생에 대한 감사, 내년에는 꽃이 만발한 봄나들이가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김붕년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붕년 교수는 IACAPAP 웨비나에서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위한 한국 정신의학전문가들의 노력’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이 심포지엄에는 전세계 1200명 이상의 전문가가 온라인 청중으로 참여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관리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책을 경청했다.


실제 코로나 감염 공포로 인해 국내서는 소아청소년정신과 내원율도 줄면서 치료가 위축되고 증상 악화에 대한 치료개입이 지연되는 문제 등이 발생했다. 김 교수는 그 대응 방안으로 △감염 확진 또는 자가격리 중인 소아청소년을 위한 정신건강 치료 강화 △고위험 상태(ADHD, 우울·불안장애) 소아청소년의 증상 악화에 대한 조기 개입 및 치료 △일반 소아청소년을 위한 예방과 건강증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의 경우 언택트 시대에 가정에서 활용 가능한 ‘소아 및 청소년을 위한 온라인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개편해 지역사회와 교육현장에 무상 제공하는 등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은 △인지적 행동 접근법 △긍정 심리학 △마음 챙김(명상)과 휴식으로 구성돼 있다.


또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청소년과 가족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염병스트레스 대처방법’이 담긴 가이드북을 제작 배포했다. 외국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영어판도 출판했다.


김 교수는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은 지금도 문제이지만 코로나19가 끝난 후 닥칠 경제 위기로 인해 가족 기능의 위기와 맞물려 더욱 크게 증폭될 수 있다”며 “교육부, 보건복지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서울대병원 등 관계기관과 정신건강 전문가 등이 협업하는 집중적 대비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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