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CT 보조적 수단, 간편 안전하게 추적관찰 … 정은석 소화기내과 교수, 3년 유럽연수 후 국내 도입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은 지난 5월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 등 염증성장질환을 초음파로 추적관찰할 수 있는 장초음파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만성질환인 염증성장질환 환자에게 방사선 노출 부작용과 높은 비용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주기적인 추적관찰이 가능한 게 이점으로 기대된다.
유럽에서는 염증성장질환 검사에 장초음파가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기술적 어려움과 긴 검사시간 등을 이유로 진료 사용에 활용되지 못했다. 이 병원 정은석 소화기내과 교수가 3년간 독일 연수를 다녀 온 후 국내에 장초음파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장초음파 검사는 건강검진 때 시행하는 복부초음파와 유사하게 대장과 소장의 염증과 합병증을 관찰하는 방법이다. 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장벽의 두께와 혈류 증가를 확인하여 장의 염증정도를 평가할 수 있으며, 협착, 누공, 농양 등 염증성장질환으로 인한 합병증 평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복부 및 간 초음파의 경우 둥근 프로브를, 장 초음파의 경우 고주파가 가능한 둥근 프로브를 쓴다.
기존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 비해 비용 및 방사선노출 부담이 덜하며, 의료진이 환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염증성장질환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를 실시간으로 찾아낼 수 있다.
진단 정확도는 연구마다 다르지만 전문가가 염증성장질환 환자에게 시행하는 장초음파의 민감도는 84~90%, 특이도는 92~97%로 보고되고 있다. 단 검사자의 숙련도에 따라 정확도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다. MRI의 경우 민감도 95%, 특이도 93%로 보고된 논문도 있어 장초음파가 이에 크게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장초음파는 보험급여가 적용돼 의료수가는 9만원 정도이며, 염증성장질환 환자는 산정특례가 적용되기 때문에 10%만 부담하면 된다.
크론병은 구강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서, 궤양성대장염은 대장에 염증 또는 궤양이 생기는 대표적인 염증성장질환이다. 전세계 약 500만명이 이로 인해 고통받는 것으로 추정되며, 국내 환자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주로 20대, 30대 젊은 환자가 많으며 한 번 걸리면 완치가 어렵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보통은 보존치료가 시행되지만 증상이 심할 경우 염증이 발생한 장을 부분 절제해야 한다.
염증성장질환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개월에서 1~2년 간격으로 영상검사나 내시경검사로 장의 변화를 추적관찰 해야 한다. 평생 검사받아야 하고, 증상이 악화된 경우 즉각적인 평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간편하고 안전한 검사에 대한 수요가 존재했다.
정은석 교수는 “장초음파는 금식 등 검사를 위한 특별한 준비 없이 장벽의 염증 상태를 살펴볼 수 있어 환자의 부담도 덜어주고 갑작스러운 증상 악화가 있을 때 손쉽게 병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다”며 “장초음파는 CT 및 MRI의 보조적 수단으로서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