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로 약 30분 만에 폐암을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김현구 고려대 구로병원 흉부외과 교수와 최연호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이 나노기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혈액 속 암 진단 바이오마커인 엑소좀(Exosome)을 분석, 정상 세포와 폐암 세포를 95%의 정확도로 구분하는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조기발견이 어려웠던 폐암 1기 환자도 검사가 가능해 조기진단을 통한 생존율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폐암을 혈액으로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전체 환자 중 절반만 진단이 가능한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법은 84%까지 폐암 여부를 진단할 수 있어 정확도가 높고, 진행단계까지 예측이 가능했다.
폐암은 치료가 어려운 3기 이상에서 발견되는 게 대부분으로 사망률이 매우 높은 주요 암 중 하나다. 초기인 1~2기에 진단되면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폐암을 초기에 진단하기 위한 기법들이 연구되고 있는데, 그 중 혈액 속을 떠다니는 엑소좀은 몸 속 깊숙한 종양세포의 정보를 간직하고 있어 암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일반인 20명과 비소세포폐암 1, 2기 환자 43명의 세포 배양액에서 엑소좀을 분리한 뒤 표면 증강 라만 분광학(Surface-enhanced Raman Spectroscopy) 기반 나노기술을 활용해 라만 분광학 신호 2000여개를 검출했다. 이렇게 검출된 신호를 활용해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시켰고, 정상세포와 폐암 세포 엑소좀을 95% 정확도로 분별했다. 또 폐암 환자의 엑소좀을 폐암 세포 유래 엑소좀과 비교해 약 84%의 민감도와 85%의 특이도로 분류하는 데도 성공했다.
김현구 고려대 구로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방사선 피폭의 우려가 있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시행 전에 혈액검사로 폐암 가능성이 있는 군을 사전 선별한 뒤 필요한 경우에만 CT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며, “폐암 1기 환자도 비교적 정확하게 판별해 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조기 진단과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논문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한 엑소좀 분석을 통한 초기 폐암 진단(Early-Stage Lung Cancer Diagnosis by Deep Learning-Based Spectroscopic Analysis of Circulating Exosomes)’은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전략과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중심병원 육성 연구개발(R&D) 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이 논문은 화학 및 나노기술 분야 국제저명학술지 ‘ACS Nano’ 5월호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는 최연호 교수가 대표이사로 있는 고려대 의료기술지주 회사인 엑소퍼트의 기술이 활용됐다. 이 회사는 암환자 혈액 내의 엑소좀을 보다 높은 순도로 빠르게 분리해낼 수 있는 분리키트와 엑소좀을 이용한 암 진단기기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기술 신뢰도 향상 및 상용화를 위해 약 400명을 대상으로 고려대 구로병원 등 5개 병원이 참여하는 다기관 연구를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