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메니에르병을 인공지능(AI)으로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정원호·조영상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조백환 스마트헬스케어연구소 AI연구센터 교수 공동연구팀은 내이 자기공명영상(MRI)로 얻은 이미지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메니에르병을 감별 진단하는 기본 모델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메니에르병을 진단하기 위해 고안된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모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IF 4.122) 최근호에 게재됐다.
메니에르병이란 심한 어지러움과 청력 소실‧이명‧이충만감 등 증상이 반복되는 질환 중에 하나이다. 아직 정확한 발병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내림프액 순환의 이상을 부르는 인한 내림프수종(endolymphatic hydrops) 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과 평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이 연결된 내이에서 내림프액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압력이 높아지고, 해당 기관이 손상 받아 청력 소실과 어지러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메니에르병 진단에는 청력 검사 및 주관적인 임상 증상으로 진단됐으나, 최근 조영증강 내이 MRI의 발달로 점차 영상학적 검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일일이 내림프수종의 정도를 계산하기에 복잡할 뿐더러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를 인공지능이 대신하면 메니에르병을 보다 빨리 진단하고, 치료도 적기에 진행할 수 있다는 구상으로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이미지 학습과 패턴 처리에 유용한 CNN 알고리즘을 이용해 ‘INHEARIT(INner ear Hydrops Estimation via ARtificial InTelligence) 모델’을 만들었다.
INHEARIT 모델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촬영된 내이 MRI 영상을 분석, 자동으로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을 나누고, 각 영역별로 내림프수종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토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해당 모델을 검증하기 위해 실제 환자 124명의 MR 영상에서, 영상의학과 및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계산한 결과와 인공지능이 계산한 결과를 비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숙련된 전문의가 직접 계산한 결과와 인공지능의 계산 결과의 일치도(급내상관계수)는 0.971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사람이 계산하는 것과 인공지능이 계산한 결과에 큰 차이가 없다는 뜻으로, 계산에 따른 노력이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최근 MRI가 일부 활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메니에르병 진단에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데다 불확실하기까지 하다”며 “인공지능 모델이 개발되면 진단 정확도와 신속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메니에르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을 대조군으로 추가 연구해 보다 고도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번에 개발된 메니에르병 인공지능 기반 진단 모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삼성서울병원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