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박스 표면 바이러스 24시간 생존, 박스 만진 후 손 씻어야 … 배달음식은 패키지 채 전자렌지 3분이면 안심
대형 택배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0)의 여파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요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은 온라인 구매와 택배 시스템의 축이 흔들리고 있다.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번지면서 택배 수요가 줄고, 택배 기사를 거절하는 아파트 단지도 생겼다. 보건당국은 아직까지는 택배로 인한 감염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고 진정시키면서도 아주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견해를 비쳤다.
작업장 키보드와 안전모에서도 바이러스 검출 … 택배 상자에도?
지난달 23일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24일에는 신선식품배달업체인 마켓컬리 서울 송파구 물류센터에서, 27일에는 부천에 이어 고양 쿠팡 물류창고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마켓컬리와 고양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추가 감염자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방역 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지속적으로 추가 감염자가 확진돼 1일 오전 0시 기준으로 확진자가 총 112명으로 불어났다.
대형 택배 물류센터에서 일어난 집단감염에 소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더군다나 부천 쿠팡 물류센터 내 작업장 안전모와 작업스테이션의 키보드 등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알려져 우려는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일상적으로 손에 접촉되는 키보드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면 박스 포장과 배송 등 택배 물품에서도 바이러스가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29일 정례브리핑에서 “감염자의 침방울이 묻어 있다가 손 접촉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유전자 검사의 CT값(바이러스의 농도 수치)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며 “PCR이 양성이라고 해서 그게 다 살아있는 바이러스, 즉 전염력이 있는 바이러스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지만 택배를 받다가 감염되는 게 아니냐는 소비자의 걱정은 줄어들지 않았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택배차량을 차단하거나 이용 자제를 호소하는 곳도 나타났다.
택배로 인한 감염 사례는 없다 vs 총알배송 시스템은 감염 가능
방역당국은 택배를 통한 코로나 감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중·장거리로 배달되는 물건을 통해서 전파되는 사례는 현재까지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택배 박스를 통한 감염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만약 택배박스에 바이러스가 묻었다고 하더라도 배송되는 과정에서 대부분이 사멸돼 감염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남아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3~4시간마다 반감돼서 유효농도가 떨어진다”며 “택배 박스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유효농도가 떨어져, 박스가 집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감염을 일으키기 어려운 아주 적은 양만 존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에 발표된 미국 국립보건원(NIH)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프린스턴대 등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종이보드(골판지)에서 24시간,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 등에서는 2~3일, 구리 표면에서 4시간쯤 생존했다. 택배상자는 대부분 종이 재질이므로 표면에 묻은 바이러스가 24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사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문에서 배송까지 24시간이 걸리지 않는 국내의 총알배송 시스템 속에서는 택배 상자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게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높은 확률은 아니지만 감염자가 직원일 경우 비말이 묻은 손으로 물건을 포장하거나, 박스 표면에 기침·재채기를 했다면 비말 형태로 바이러스가 묻어있을 가능성은 있다"며 “특히 주문에서 집 배송까지 24시간이 걸리지 않는 총알배송을 이용했다면 택배 박스에 바이러스가 잔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택배 상자 만진 후 눈‧코‧입 접촉 말아야 … 배달음식은 3분 전자렌지 돌리면 안전
전문가들은 혹시 모를 택배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택배 상자는 개봉 후 바로 버리고 △ 택배 상자를 만진 직후 손을 비누로 씻고 △택배 상자를 만진 손으로 눈‧코‧입을 접촉하지 않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하게 할 것을 주문했다.
또 택배 기사와의 접촉에서 바이러스 전파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택배를 받을 때 가급적 비대면으로 받고, 대면할 경우 마스크를 끼고 접촉을 줄이는 등 감염 예방 수칙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배달음식도 마찬가지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식품이나 식품 포장 패키지를 통해 신종 코로나가 전파될 가능성은 현재로서 없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배달음식 패키지에 감염을 일으킬 만큼의 바이러스가 묻어있을 확률은 낮다”며 “감염자인 배달 기사와 직접 접촉한 게 아니라면 배달음식을 먹고 감염될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음식에 바이러스가 묻어 감염이 될 가능성도 낮다.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숙주 안에서 증식을 하지만 식품 속에서는 증식 및 장시간 생존이 어려워 감염을 일으킬 만큼 바이러스 양이 많아지지 않는다. 또 65도 이상 온도에서 3분 이상 조리하면 바이러스는 사멸한다.
백 교수는 “배달음식으로 인한 감염이 걱정된다면 비대면으로 배달을 받고, 음식은 뜨겁게 조리된 종류를 선택하라”며 “그래도 불안하며 전자렌지에 패키지 채 3분 이상 돌리면 감염 걱정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