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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마스크 남아도는데 1500원 유지? … 개학 앞두고 덴탈마스크 가격 폭등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5-15 16:15:24
  • 수정 2020-05-15 18: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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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주일에 8652만장 중 4850만장 소비, 나머지는 재고 비축 … 유연한 수급정책 필요성 대두
시중 마스크 가격이 떨어지고 공적마스크 수급이 개선되면서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 A약국에는 최근 마스크 가격 1500원이 비싸다고 불평하는 손님이 많아졌다. 이 약국 K약사는 “수급이 나아지면서 개수가 늘었지만 온라인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제품이 나오고 있어 약국 입장에선 마스크를 팔다가 불평까지 받아주는 현실”며 “KF80 제품 공급이 늘고 있는데 KF94와 같은 가격을 붙여야 해서 이런 불만이 더 커졌다”고 토로했다.

서울 용산구 B약국에선 1일 마스크 구입 제한수량인 3장보다 2장 많은 5장을 한 번에 판매하기도 했다. 낱개 또는 소분포장으로 배송돼야 할 마스크가 5매 1포장 제품으로 도착하는 탓에 일일이 뜯어서 3개씩 나눠 담기 보다는 위생 등을 감안해 통째로 판매했다. 이 약국 G약사는 “마스크 재고가 남는 날이 늘고 있다”며 “어느 정도 수급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약국 의무 판매와 가격 인하에 대해 재고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중에선 공적마스크와 일반 판매용 마스크 구분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KF94 대신 KF80 제품을 공급하는 곳이 많아졌는데 두 마스크 가격을 똑같이 받고 있어 사기업인 유통업체(지오영과 백제약품)를 끼고 국민을 상대로 ‘장사’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중에선 KF80 마스크가 KF94 제품에 비해 20% 정도 저렴하게 판매된다.

경기도에 사는 S씨는 “KF94와 KF80 제품이 코로나 사태 이전에 가격 차이가 있었는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서 가격은 똑같이 받는 게 이상하다”며 “숨쉬기 편해서 KF80을 선택하고도 손해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가격에 대한 불만은 지오영 컨소시엄과 백제약품이 독점하고 있는 공적마스크 유통체계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사기업이 유통마진을 남기면서 마스크 판매를 독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분포장 작업에 현역 군인이 무임금으로 투입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지난 4월 제2연평해전 전사자 고(故) 한상국 상사의 아내 김한나씨와 군인 가족 등 8명은 지오영 대표이사와 정부 인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정부는 공적마스크 유통업자 선정 당시 ‘마스크를 소분하는 데 인건비 등이 소요돼 지오영이 남기는 이윤이 크지 않다’며 지오영을 두둔했지만 무임금으로 국군 장병까지 동원한 게 알려지면서 해명이 무색하게 됐다. 

게다가 공적마스크 대부분을 유통하고 있는 도매업체 지오영은 공적마스크 제도가 시행되기 직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하지 않은 마스크 60만장을 다른 유통업자에 판매한 게 적발돼 물가안정법 위반 혐의를 적용받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 3월 초중순에 개당 5000원까지 앙등했던 마스크 가격이 최근 1500원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공적마스크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스크 제조사들은 자체적으로 1100~1400원대에 KF80 또는 KF94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다. 현재 공적마스크로 80%를 의무 공급하고, 나머지 20%를 개별적으로 판매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수급 상황이 개선되면서 대형마트나 인터넷 쇼핑몰 등에 남는 물량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마트는 이달 초 자체 브랜드인 노브랜드 온라인몰에서 KF80 마스크를 개당 990원에 내놨으나 품절된 상태다. 롯데마트는 지난 14일부터 마스크 제조사 웰킵스와 협력해 70만장을 확보하고 개당 1200원에 판매를 시작했다. 카드사 할인혜택까지 받으면 개당 1080원으로 구매가 가능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이 돌고 있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선 특가로 KF80 마스크 7장을 4800원에 내놓기도 했다. 개당 700원꼴로 공적마스크의 반값이다.

기존 개당 4000~5000원에 거래되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평균가가 1500~2500원 선으로 내려간 지 이미 오래다. 판매자는 가격이 내려간 대신 기본 판매수량을 높이는 방법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기존 1인당 최대 5~10매 구입하도록 했던 게 지금은 기본 20~30매를 판매하는 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마스크 하루 평균 생산량 약 300만장에서 지난 1월말 약 660만장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지난 4월말에는 약 1260만장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마스크 공적 판매처는 4월 1주차 1만6661곳에서 3주차에 2만585곳으로 늘었지만 구매자 수는 1988만명에서 1598만명으로 감소했다. 생산량은 늘고 소비량은 줄어들었다.

4월 4주 기준 국내 마스크 공급량은 국내 생산량 및 수입량을 합쳐 8652만장으로 이 중 4850만장이 소비되고 절반은 재고로 쌓였다. 정부는 재고 수량 중 일부를 해외 지원 물량으로 활용하고 나섰다. 현재 약 70개국이 마스크 지원을 공식 요청한 상태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크고 의료·방역 여건이 취약해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고, 외교·안보상 지원이 필요한 국가를 대상으로 공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첫 지원국인 미국에 마스크 200만장을 보냈다.

또 재고 물량이 늘자 오는 18일부터 가족 누구나 모든 가족의 마스크를 대리구매 할 수 있도록 제한 조치를 완화했다. 가족 구성원이나 동거인 중 한 명이 본인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가족 확인) 또는 주민등록등본(동거 확인)을 지참해 판매처에 방문하면 대리구매가 가능하다.

분할 구매도 허용한다. 현재는 본인 구매 요일과 주말 중 1일 1회 최대 3매를 구매할 수 있게 돼 있다. 오는 18일부터는 본인 구매 가능 요일과 주말로 나눠서 총 3매를 구입할 수 있다. 같은 날 3매를 여러 약국에서 나눠 사는 것도 허용된다. 

정부는 국내 공적마스크 생산량과 비상물량을 유지하면서 재고 물량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해외에 지급한다는 입장이지만 공급 가격과는 별개의 이야기다. 소비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에서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최근 이태원클럽 발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고 있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가격변동이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천정부지로 가격이 오르던 시기에 정한 가격 1500원은 700원대 시중 물량이 나오는 상황에서 적정한 가격이라 보기는 어렵다. KF등급 마스크의 제조 원가는 300원 수준에 불과하다.

양진영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가격을 내려 달라는 국민의 요구가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유통과 판매 단계 비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1500원을 책정한 만큼 가격 조정에 대해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현재 200~300원 인하를 검토하고 있으며 기획재정부, 조달청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학생들의 늦은 개학과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KF인증 마스크에 비해 바이러스 차단 기능은 떨어지지만 장기간 착용해도 호흡하기 수월한 덴탈마스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보통 1매에 200~300원에 판매되던 게 최근 700~1000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이에 덴탈마스크도 공적마스크로 수급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해 정부의 유연한 대처를 촉구했다.

청원인은 “코로나19 사태 전 덴탈마스크는 한 상자(30개)에 1만원이 채 안됐지만 지금은 구입하기가 어렵다”며 “개학이 다가올수록 학부모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인터넷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아동 판매용 덴탈마스크라도 공적마스크처럼 수급 안정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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