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희 동서울병원 비뇨기의학과 원장, ‘정감 넘치는 진료’로 인기 … “노인의학·성의학·인생문제 해결사 돼야”
2019년말 기준 국내 비뇨의학과 전문의는 2578명. 한 때 비뇨기과 진료의 의료수가가 낮고 환자도 줄고 전문의 수련 희망자도 적어 울상이었지만 요즘은 조금 형편이 나아졌다.
“비뇨기의학과가 남자의 전립선질환이나 성병이나 음경왜소증 같은 곳을 고쳐주던 옛 시대의 관념을 버리고 100세 시대를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갱년기 이후의 삶을 활기차게 해주고 ‘웰에이징’, ‘액티브시니어’가 될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평생 컨설턴트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웅희 동서울병원 비뇨기의학과 전문의(56)는 “요즘 비뇨의학과에는 과거에 없던 여성환자들도 찾아오고, 고령화로 배뇨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도 10여 년전에 비해 배 이상 많이 방문하고, 경증 만성질환으로 정기적으로 병원을 들러야 하는 70대 이후 손님도 제법 오신다”고 말했다.
2003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로 한창 잘 나가다 학내 사정과 개인적인 소신으로 개업을 결심한 그는 “마인드를 바꾸고 동네병원 의사로서 환자를 이웃처럼 대하니 하루하루가 행복한 나날”이라고 근황을 소개했다. 이 원장은 “한 때 비뇨기과 개원의들이 음경확대 등에만 목을 매달고 고수익을 지향했는데 겪어보니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 영역이었다”며 “고령화로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레이저치료, 플라즈마치료, 내시경수술이 크게 늘어 요즘엔 굳이 리스크를 감당하면서까지 음경확대술에 집중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 교수직에 대한 미련과 관련,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의대 교수도 병원 수익 창출에 자유롭지 않은 요즘 암 진료, 고가 검사, 로봇수술 등에 신경쓸 게 많고 게다가 레지던트 지원자는 없는데 연구중심병원이다 뭐다 하면서 연구에도 일정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만큼 애로사항이 많다”며 “지금 동네의사로 정감 있게 진료할 수 있는 것은 운명이자 행복한 삶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술회했다.
이 원장은 “50대 중반인데 의대 동기생 중 내과·이비인후과 하는 두 명의 의사들이 전립선암 수술을 받았다”며 “척추수술로 한창 잘 나가던 정형외과 동기는 만날 수술 수가 삭감 문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갈등하고 스트레스받는 것을 보면 인생은 새옹지마이고 인생의 최고 전성기는 젊었을 때나 높은 직위에 있었던 시절이 아니라 바로 지금(hey day)이란 확신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짬을 내 ‘네 글자’란 중국어 단어책과 일상에서 느낀 사소한 해탈, 진료하면서 체감한 성의학·성문화 담론을 이야기로 엮은 ‘숨막히는 네글자(오르가슴)’란 에세이집을 펴냈다. 전자는 한자 공부 좀 했다는 사람도 읽어보면 소소하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 후자는 웃음도 나오고, 교양과 건강지식으로도 유익하며, 휴머니즘도 묻어나는 콘텐츠들로 꽉 차 있다. 늘 웃는 인상으로 환자를 대하는 동네 비뇨기과 의사의 훈훈함이 여운 있게 다가온다.
이 원장은 최근 10여 년간 달라진 비뇨의학과 진료 풍경을 솔직담백하게 얘기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면서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심인성 발기부전이 늘고 있다. 그는 “39세의 새 신랑은 결혼 전 줄곧 ‘야동’만 보고 섹스하다가 결혼 후 두 살 연하 부인과는 자연스런 성교가 안 됐다”며 “결국 야동을 틀어 놓고 조건반사에 의해 섹스에는 성공했는데 부인이 모멸감을 느껴 헤어지는 사태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를 ‘yadong induced erectile dysfuntion’이라고 칭했다.
또 42살의 대기업 직원이 결혼 전 ‘유흥업소’에서의 성 모럴만 알다가 자기 부인과는 원만한 부부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이 원장은 “연애하다보면 남녀 간에 갈등을 빚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랑도 깊어지고 결혼도 하게 되는데 요즘 30대 후반, 40대 초반 남성들은 남녀 갈등을 회피하려 하고 그러다보니 원초적인 성 본능을 잃어가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20대의 성문화는 자유분방하다. 대학생들의 경우 학교 근처 자취방을 얻어 혼전 동거하는 게 흔해졌고, 동시에 여러 파트너를 거느리는 것도 낯선 얘기가 아니라는 전언이다. 피임은 경구약으로만 하고 콘돔은 꺼리는 탓에 때 아닌 성병이 늘어나는 추세다.
50대 후반 이후 당뇨병 등에 의해 신경인성방광(빈뇨증)도 늘고 있다. 초기에는 잦은 요의를 느끼다가 점차 잔뇨량이 늘며 빈뇨증이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노인들은 성인병, 치매, 감기, 천식, 성기능장애 등으로 많은 약을 복용하다보니 요폐나 녹내장 악화 같은 항콜린 또는 항히스타민성 부작용에 쉽게 노출된다. 이럴 경우에는 중복 효능·효과를 가진 약을 간추려줘야 한다.
이 원장은 노인건강 관리에 필요한 팁을 하나 소개했다. 비법 아닌 비법이다. 그는 “타달라필 또는 실데나필 저용량을 매일 복용하면 시니어들의 발기부전이 완벽에 가깝게 해결될 뿐만 아니라, 학문적 근거는 다소 부족하지만 임상경험 상 혈액순환을 촉진해 피로감을 덜 타고 당뇨발 같은 당뇨병성 합병증을 예방하는 효과를 여러번 경험했고, 심지어 난임 여성의 경우 자궁 혈류가 촉진돼 착상이 유지되는 것도 봤다”고 설명했다. 남성 발기부전 치료에 특효로 알려진 음양곽이 당뇨병성 망막증, 배뇨장애, 전립선비대증에도 효과적인 게 저용량 발기부전 경구약 매일 복용요법과 맥락이 닿아 있다는 논거다.
이웅희 원장은 “과거 성적 순결이나 부부 화합에 맞춘 성교육은 낡은 유물이 됐고 상대성 원리나 도가 사상에 입각해 개인맞춤형 성교육이 필요한 게 21세기의 지금 이 순간”이라며 “비뇨의학과도 노인의학(geriatrics)의 본산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웅희(李雄熙) 동서울병원 비뇨의학과 원장 프로필
1989년 연세대 의대 의학사
1997년 연세대 의대 의학석사
2001년 연세대 의대 의학박사
1994년 연세의료원 비뇨기과 전공의
1994~1997년 육군 군의관
2003년 연세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
2003년 동서울병원 비뇨의학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