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벽 근육층에 발생하는 양성종양인 자궁근종은 흔히 호르몬 작용이 활발한 가임기 여성들에게 자주 발견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전 연령에서 생길 수 있다. 무증상 자궁근종까지 포함하면 35세 이상 여성에서 유병률이 40~5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자궁근종의 대표적인 증상은 생리량 증가 혹은 비정기적 출혈이다. 하지만 증상이 특별히 나타나지 않아 건강검진에서나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한해 자궁근종 환자 수는 42만7336명으로 5년 전인 2015년 30만4504명에 비해 40%가 증가했다. 30대 33.6%, 40대 26.5% 등 10대를 제외한 전 연령에서 증가세를 보였으며 특히 20대 증가율은 34.1%로 매우 높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평균 초혼 연령이 30.4세임을 감안하면 20대, 30대 가임기 여성의 조기치료가 요구된다.
생리통·생리량 증가, 근종 커지면 유산·난임 원인 되기도
자궁근종은 크기가 작을 때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지만, 커지면 생리량이 늘고 생리통이 심해진다. 근종이 방광을 압박해 소변이 자주 마렵고 허리 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 종양이 아주 큰 경우에는 아랫배에서 딱딱한 혹이 만져지기도 한다.
근종의 위치나 크기에 따라 난임과 유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자궁근종으로 인해 수정란 착상에 부적절하게 자궁내막이 변형되거나 난관이 눌리면 난임이 유발된다. 임신됐더라도 근종이 배아 착상을 방해해 유산할 수도 있다. 때문에 임신을 고려하면 자궁근종을 미리 제거하는 게 좋다.
자궁근종이 생기는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호르몬의 영향으로 추측되고 있다. 특히 에스트로겐(estrogen)과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 두 호르몬과 관련성이 높다. 호르몬이 활발한 가임기에서 잘 발생하고 근종의 성장 속도도 빠른 반면 호르몬이 줄어드는 폐경기 이후에는 근종의 성장이 멈추거나 심지어 크기가 줄어들기도 한다. 폐경 후에도 근종의 성장이 계속되면 치료가 요구된다.
자궁근종 치료는 △생리과다 및 비정상 출혈로 인한 빈혈 증상 △근종으로 인한 심한 생리통, 골반통증 △근종의 방광 압박으로 인한 배뇨 불편 등을 동반하거나, 근종이 급속히 커져 악성종양이 의심될 때, 자궁근종이 불임의 유일한 원인으로 의심되는 경우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환자 증상·상황에 따라 맞춤형 치료
자궁근종은 나타나는 증상이 다양하므로 증상의 형태와 정도, 나이, 임신 여부, 근종 크기와 위치 등을 고려해 적합한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자궁근종의 치료방법은 크게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근종만 없애는 ‘근종절제술’과 자궁전체를 들어내는 ‘전(全)자궁적출술’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자궁적출술이 많이 시도됐으나 최근에는 자궁을 남기는 근종절제술이 일반적이다.
절개를 최소화해 흉터가 작고 회복이 빠른 복강경 수술이 선호되는데, 특히 임신을 계획 중인 환자는 복강경보다 정밀한 로봇복강경 수술이 추천된다.
비수술적 치료법으로는 호르몬을 이용해 근종 크기를 줄이는 ‘약물요법’, 자궁근종으로 가는 혈관을 차단해 근종을 썩게 만드는 ‘자궁동맥색전술’, 자궁근종에 고강도 초음파를 쏴서 열로 녹이는 ‘근종용해술(하이푸)’ 등이 있다. 약물요법은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고, 하이푸나 자궁동맥색전술은 임신을 계획한 여성에게 권장되지 않는다. 하이푸는 자궁파열이나 태반형성 이상, 시술 후 유착 등 부작용으로 난임을 초래할 수 있다. 자궁동맥색전술은 치료 후 임신할 경우 유산·조산·사산 확률이 올라간다는 보고가 있다.
자궁근종의 환자 수는 점점 증가하는 데, 무관심과 막연한 두려움으로 진료를 꺼리는 여성이 많다. 나영정 차의과학대 일산차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는 “자궁근종은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진단과 추적관찰이 중요하고, 증상에 맞춰 적기에 최적의 치료가 시행돼야 한다”며 “흉터가 작고,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치료방법이 있으니 전문의와 상담해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