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은 성인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 PNH) 치료제인 ‘엠파벨리주’(Empaveli 성분명 페그세타코플란, pegcetacoplan)가 11월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는다고 밝혔다.
엠파벨리는 PNH 치료제로는 최초의 C3 보체 단백질 표적치료제이다. 선천성 체내 면역체계 중 하나인 보체단백질(C3 및 C3b)과 결합해 C3보체에 의한 혈관 내·외 용혈(적혈구 파괴)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PNH 치료제 최초로 혈관 내 용혈과 혈관 외 용혈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약제로 주목받고 있다.
스웨덴 바이오제약기업 소비(Sobi)와 미국 아펠리스파마슈티컬스(Apellis Pharmaceuticals 나스닥 APLS)가 공동 개발한 이 신약은 2021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2021년 12월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았으며 2건의 3상 임상을 완료했다.
국내에서는 2023년 2월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속심사 대상(GIFT)으로 지정받은 이후 2024년 4월 29일 PNH 치료제로 품목 허가 승인을 받았다.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은 후천성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희귀하고 만성적이며 치명적인 혈액질환이다. 이 돌연변이는 면역 체계의 일부인 보체 시스템을 활성화하여 혈관 내외에 용혈을 유발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치료제는 C5 억제제만 있었다. C5 억제제는 혈관 안 용혈에만 작용하는 기전으로 인해 혈관 밖의 용혈에는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어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의료수요가 존재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C5억제제(에쿨리주맙, 라불리주맙)로 치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88.6%, 74.7%의 환자가 피로하다고 보고했고 54.3%, 43.7%의 환자가 숨가쁨 등의 증상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엠파벨리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게재된 직접 비교 임상 3상 시험 PEGASUS를 통해 16주 동안 헤모글로빈 농도 변화 면에서 에쿨리주맙 대비 우수성을 확인했다. 기간 연장 연구에서 엠파벨리 치료군은 혈관 내 용혈 지표인 젖산탈수소효소(Lactate Dehydrogenase, LDH) 수치가 48주 동안 정상 상한치의 1.5배 미만으로 유지됐다. 16주 동안 수혈을 받지 않은 환자 비율 또한 엠파벨리 치료군이 85%로 에쿨리주맙 치료군인 15%보다 높게 나타났다.
삶의 질 평가 지표인 FACIT-fatigue 수치에서도 엠파벨리 치료군은 치료 전보다 수치가 9.2포인트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FACIT-fatigue는 2점 이상 개선 시 임상적으로 유의하다고 판단되는 지표이다. 반면, 에쿨리주맙 치료군은 치료전보다 FACIT-fatigue가 2.7포인트 감소하며 엠파벨리 치료군과 11.9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보체 치료제로 치료받은 경험이 없는 PNH 환자를 대상으로 26주 동안 관찰한 임상 3상 시험 PRINCE에서도 엠파벨리는 대조군 대비 헤모글로빈, LDH 수치 조절에서 우수성을 확인했다. 엠파벨리로 치료받은 환자의 85.7%가 헤모글로빈 수치 안정화를 보였으며 LDH 수치가 정상 상한치 이하로 조절됐다.
엠파벨리의 급여기준은 다음 두 가지 조건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사용이 가능하다. 첫째, C5 억제제(Eculizumab 또는 Ravulizumab 주사제)를 금기 등으로 투여할 수 없는 성인 PNH 환자, 둘째, C5 억제제를 3개월 이상 투여했으나 헤모글로빈(Hb)이 10.5g/dL 미만인 경우 또는 부작용 등으로 교체투여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이다. 기존 C5 억제제와 다르게 사전심의 없이 처방이 가능하다.
한독은 다양한 희귀질환 치료제 도입, 합작법인 설립, 오픈 이노베이션 신약개발 등 전방위적으로 희귀질환 비즈니스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소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희귀질환 치료제 엠파벨리와 도프텔렛의 국내 허가를 담당해오고 있으며 지난 4월 합작법인 한독소비를 공식 출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