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구 및 호중구 감소 효과 확인 … 항 IL-4, 항 IL-13 억제제 사노피 ‘듀피젠트’ 넘어설지 관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소재 바이오기술업체 어냅티스바이오(AnaptysBio)가 아토피성피부염, 호산구성천식, 비용종(鼻茸腫)을 동반한 축농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ANB020’(성분명 에토키맙 etokimab)이 아토피피부염 관련 임상 2a상 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 신약개발 성공에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
어냅티스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2a상 임상시험을 진행한 영국 옥스퍼드대 의학연구위원회(Medical Research Council) 인간면역학연구팀은 연구팀은 12명의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에토키맙을 1회 투약한 결과 29일 후 대상자의 83%가 증상이 경감되는 호전 양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알레르기반응에 관여하는 면역세포인 호산구(eosinophil)를 측정한 결과 수치가 임상 시작 전에 비해 40%나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이번 연구는 사이언스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실렸다.
연구팀은 손상된 피부세포에서 분비되는 IL-33의 항체인 에토키맙이 어떻게 염증 유발 세포에 작용해 알레르기 유발 항원(알레르겐)에 반응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 12명에게 위약 주사를 투여한 다음 집먼지진드기를 주사했다. 그 다음 날 주사 부위에서 체액과 세포를 채취했다. 1주 후 연구팀은 ANB020으로 같은 실험을 반복했다.
그 결과 에토키맙을 투여하면 집먼지진드기가 투여된 곳으로 이동하는 호중구(neutrophil) 세포가 더 적었음을 관찰했다. 백혈구는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과립구와 나머지의 비 과립구로 이뤄져 있다. 과립구 중 호산수는 알레르기 및 감염에 대응할 때 늘어난다. 과립구 중 약 95%를 차지하는 호중구는 인체에 침입하는 병원체를 잡아먹음으로써 항균작용을 수행하지만 알레르기질환에서는 과도하게 늘어 과민반응이 나타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레이엄 오그(Graham Ogg) 옥스퍼드대 의대 피부과 교수는 “처음에는 연구원 모두 에토키맙의 압도적인 효과가 피부로 이동하는 호중구 수를 감소시켰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며 “에토키맙과 같은 새로운 항체치료법은 항체의 표적대상에 정교하게 맞아떨어져 환자의 치료를 돕고 질병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에토키맙의 임상 2상에는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 300명이 등록했으며 지난 9월에 종료될 예정으로 스케줄이 진행됐다. 2b상은 올 4분기부터 시작된다.
지난 9월 어냅티스바이오는 중증 호산구성 천식(eosinophilic asthma) 환자 대상 에토키맙 임상2a상의 긍정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6월엔 이를 뒷받침하듯 에토키맙 1회 투여가 64일 이상 폐 기능을 개선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어냅티스바이오는 이 적응증을 목표로 연내 임상 2b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만성 비용종(鼻茸腫) 동반 축농증 신약물질 임상 2상도 시작해 현재 진행 중이다.
어냅티스바이오는 오랫동안 항IL-33 항체 출시 경쟁에서 선두주자라고 주장해왔지만 사실상 라이벌이 존재한다. 사노피(Sanofi)와 계열사 리제네론(Regeneron)의 ‘REGN3500’도 임상 2상 시험 중이며, 최근 천식 관련 임상에서 1차 지표를 충족시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모든 항IL-33 신약후보물질들은 사노피-리제네론의 아토피피부염, 천식, 축농증 치료제인 ‘듀피젠트프리필드주300밀리그램’(Dupixent 성분명 두필루맙, Dupilumab)과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듀피젠트는 아토피피부염 염증을 유발하는 근원 물질인 인터루킨-4(IL-4)와 인터루킨-13(IL-13)의 신호전달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항체의약품이다. 다만 REGN3500의 최근 임상결과는 듀피젠트에 비해 약효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였고, 두 가지 치료법을 병행하는 요법에서도 뚜렷한 이점이 없었다.
어냅티스바이오의 임상 데이터는 주로 작은 환자군에서 나온 데다가 듀피젠트와 치료 표적이 다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나온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 회사는 연내에 3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톱라인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5년 창립된 어냅티스바이오(AnaptysBio)는 항인터루킨-33항체(anti-interleukin-33 antibody)인 ‘ANB020’를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등으로 개발하기 2017년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에 나서 8000만달러를 유치했다. 이와 별도로 사모펀드로 99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