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혁 중앙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팀은 ‘급성신장손상(AKI, Acute Kidney Injury)’이 발생한 병원 밖 심정지 환자(OHCA)가 치료 중 신장 손상이 회복되면 생존율과 신경학적 예후가 유의하게 향상되는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심장마비가 오면 심장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저산소성 뇌손상과 호흡부전, 신부전, 간부전 등이 동반되는 ‘다발성 장기부전’이 발생한다. 이같은 심정지후증후군으로 심장마비 환자의 약 8.7%(2017년 국내 기준)만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병원 밖에서 심장마비 후 신부전 같은 급성신장손상이 발생하면 환자 사망률이 높아지고 신경학적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 교수팀은 2016년 1월~2017년 12월 2년간 병원 밖에서 심정지를 경험하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이대목동병원, 중앙대병원, 한일병원 등 국내 6개 대형병원에 내원한 성인 환자 275명을 대상으로 급성신장손상의 발생과 회복에 따른 생존 상태와 신경학적 예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심정지 환자 275명 중 175명(64%)에서 급성신장손상이 발생했고, 이들 중 69명(39%)만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회복 여부에 따라 생존율은 큰 차이를 보였다. 급성신장손상이 회복된 환자는 69명 중 45명(65%)이 생존한 반면 회복되지 않은 환자는 생존율이 106명 중 17명(16%)에 그쳤다.
환자 예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를 통제한 뒤 분석한 결과 급성신장손상이 발생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위험률이 2.8배 높았다. 또 급성신장손상이 회복된 환자는 회복되지 않은 환자보다 생존퇴원율이 8배, 퇴원 시 양호한 신경학적 예후는 37배 높았다.
그동안 급성신장손상이 중환자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는 여러 차례 보고됐다. 하지만 급성신장손상이 회복되면 환자 생존율과 신경학적 예후가 향상되는 것을 밝힌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오제혁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병원 밖 심정지 후 발생한 급성신장손상이 회복되면 생존율과 신경학적 예후가 향상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적극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 분야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국제학술지 ‘중환자치료(Critical Care)’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