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 ‘복합질감지표’ 개발 … 다른 치매유발 뇌질환·정신장애 적용 여부 추가 연구
뇌 자기공명영상(MRI)의 질감 분석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수빈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연구원, 이현나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 연구원)의 분석 결과, MRI 영상신호 강도의 공간적 분포 변화에서 추출한 ‘복합질감지표’를 이용했을 때 경도인지장애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되는 환자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은 아직까지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어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앓게 될 환자를 조기 예측할 수 있다면 적기에 치료를 시작해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의 진단은 우선 뇌 MRI 영상검사 상 위축 소견이 있는지 관찰한다. 알츠하이머병 경과에 따라 뇌 용적이 줄어들고 모양이 변형되며 대뇌피질 두께가 얇아지기 때문에 MRI 상에서도 이상소견이 발견된다. 하지만 이같은 뇌 구조적 변화는 이미 치매 증상이 발현된 뒤에 뚜렷해지기 때문에 조기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로서 한계가 있다.
이에 김 교수팀은 MRI에서 관찰되는 영상신호 강도의 공간적 분포도가 뇌 용적, 모양, 두께의 변형보다 신경세포의 소실 및 변화를 조기에 반영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이 공간적 분포를 ‘질감 (texture)’이라는 지표로 산출하고 용적 변화에 비해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감별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부터 변화를 보이는 뇌의 해마, 설전부, 후측 대상피질로부터 부위별 질감 수치를 추출해 ‘복합질감지표’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 지표의 알츠하이머병 예측력을 검증하기 위해 ‘알츠하이머병 신경영상 이니셔티브 2(ADNI2)’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비질환자 121명, 알츠하이머병 환자 145명으로 구성된 학습용 데이터셋과 3년간 경도인지장애 상태를 유지한 환자 113명, 기저평가 1~3년 후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한 초기 경도인지장애 환자 40명, 평가 1년 이내에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한 말기 경도인지장애 환자 41명으로 구성된 검증용 데이터셋을 만들었다. 이어 이들 데이터셋을 곡선하면적(AUC) 수치를 사용해 각 지표의 알츠하이머병 예측력을 비교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복합질감지표는 그동안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 뇌영상 지표로 이용됐던 해마 용적에 비해 더 정확하고 빠르게 알츠하이머병 발병을 예측했다. 특히 초기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해마 용적 변화와 비교해 예측정확도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시작 후 3년간 경도인지장애 상태를 유지한 환자와 1~3년 내에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한 초기 경도 인지 장애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복합질감지표의 곡선하면적(AUC)은 0.817로 해마 용적 지표의 0.726보다 우수한 예측력을 보였다.
알츠하이머병 진단 과정에서 많이 사용되는 MRI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에 비해 비침습적이고 촬영 비용도 낮은 편이지만 치매로 인한 병변 발견 시점이 늦은 게 단점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개발된 새로운 텍스쳐 지표를 이용하면 기존 지표에 비해 대뇌 병변을 더 빠른 시기에 발견할 수 있어 MRI 검사 한계를 극복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웅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을 조기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MRI 검사를 이용해 검증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는 뇌 MRI 영상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뇌의 용적, 모양, 피질 두께와 질감 정보까지 심화 학습시켜 인공지능을 통한 조기진단 기법이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알츠하이머병 이외에 치매를 유발하는 다른 뇌 질환이나 정신장애를 진단하는 데 이 지표를 활용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신의학신경과학저널(Journal of Psychiatry & Neuro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