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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 꼬리 자르기에 원외처방 늘어난 ‘삭센다’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7-02 20:15:54
  • 수정 2020-09-24 10: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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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장 광고·의약분업 등 위법 소지에 발뺌 … 다이어트약 아닌 비만치료제로 복약지도 해야
노보노디스크의 자가주사형 비만치료제 ‘삭센다’
자가주사형 비만치료제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 Liraglutide)’ 원외처방 실적이 늘고 있다. 일선 병·의원을 중심으로 이 주사제 효과에 대한 과장광고가 만연한 데다 원외처방에 따른 약국판매 증가로 비급여 본인부담금 약가가 떨어져 인기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맘카페 등 여성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각 의료기관별 삭센다 가격을 공유하거나 진료비나 약값이 저렴한 병원 또는 약국을 문의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커뮤니티엔 병원에서 원내처방 받는 가격이 약국에서 원외처방 받을 때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고 폭로하는 글도 올라와 있다. 이 주사제는 전문의약품으로서 의사 처방이 필수적이지만 일반인을 상대로 의사에게 통과의례식으로 처방만 받으면 편안하게 사용해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사용자층을 넓히고 있다.
 
삭센다의 약효는 해외 임상결과에 기반하고 있다. 2018년 국내 출시된 이 주사제는 ‘빅토자’라는 이름의 당뇨병치료제로 출시됐다. 주성분인 리라글루티드(Liraglutide)가 장에 존재하는 L-cell에서 GLP-1호르몬처럼 작용하는 기전이다. GLP-1은 혈당 수치를 내리는 인슐린을 분비시키고 글루카곤 분비를 감소시킨다. 이는 위장관 운동을 느리게 하고 포만감을 줘 식욕도 함께 줄여준다. 이같은 효과로 당뇨병 환자에서 체중감소 효과가 나타났고 이를 응용해 비만치료제로 재출시했다.
 
허가 당시 제출한 SCALE 임상결과는 우수했다. 투여 56주 후 삭센다 투여군의 92%(위약 65%)에서 체중감소 효과를 보였고 체중의 10%를 초과해 감량한 비중은 33%(위약 11%)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임상에 참여한 3731명의 환자는 체질량지수(BMI) 27 이상인 18세 이상의 성인으로 이 중 85%가 백인이고 아시아인은 3% 수준에 불과했다. 전체 평균 체중은 106.2㎏, BMI는 38.3 ㎏/㎡에 달해 국내에서 삭센다를 찾는 사람들과 체형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 치료제는 고도비만 환자에서 체중감량 효과가 좋지만 90㎏ 이하 환자에선 감량 효과가 3㎏에 그쳤다. 한국인처럼 상대적으로 비만도가 낮은 비만환자에선 기대했던 만큼 드라마틱한 효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게다가 부작용은 오심, 구토, 변비, 위장질환 등이 흔하게 나타나고 저혈당, 불면증, 현기증, 미각이상, 위염 등 이상반응이 생길 수 있다. 심하면 췌장염, 담낭질환, 급성신부전증, 신장장애까지 발생할 수 있다. 삭센다 사용후기를 공유하는 온라인 게시판에는 오심, 구토, 구역질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부작용 위험성을 모르거나 알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도 많았다. 심지어 비만도 등을 체크하지 않고 미용목적으로 처방하는 데도 문제가 있다.
 
삭센다는 전문의약품으로 인터넷·신문·방송 등 대중광고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강남구 A의원 등 19개소는 홈페이지에 버젓이 광고를 게시하고 있었으며, 서초구 B의원은 병원 홈페이지에 ‘삭센다’약 이름에 착안한 ‘삭빼는 주사’로 식욕억제는 물론 지방제거·고혈압·당뇨에도 도움을 주고 요요현상까지 없는 약으로 교묘하게 광고하는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의 한 의원은 1세트를 5개로 묶어서 판매했고, 인근 다른 의원은 이벤트 행사로 1세트 5개를 75만원에 구매하면 1개를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등 불법판매 행태도 드러났다. 법령에 따르면 의사 처방 없이 전문의약품을 임의로 판매하거나 불법 광고하면 의료법과 약사법에 따라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의사만의 처방권을 활용해 사실상 무작위 판매에 준하는 상술적 의료를 자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같은 무더기 처방 사례가 계속 발생하면서 의약품을 대량으로 원내처방하는 게 불법이라는 지적이 의약계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의사는 삭센다가 주사제인 만큼 의료기관이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고, 약사는 의약품 원내 대량처방이 의약분업 위반이라고 날을 세웠다. 서울 서초구의 G약사는 “점점 문제가 될 소지가 커지자 삭센다 판매에 열을 올리던 병·의원이 슬슬 발을 빼는 것 같다”며 “병원에서 처방받은 삭센다를 얼마에 구입할 수 있는지 묻는 문의전화가 늘었다”고 말했다.
 
강봉윤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은 “의사가 원내 처방인지 원외 처방인지 선택할 수 있는데 삭센다는 대부분 원내 처방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똑같은 자사주사제인 인슐린 주사제는 보험이 적용돼 경제적 이득이 적고 유효기간이 짧아 재고 부담이 크다 보니 99% 이상 원외처방으로 나오는 것을 의사들은 뭘로 설명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삭센다의 원가는 대략 6만원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병·의원에서 처방하는 삭센다는 개당 10만~15만원선으로 원가의 2배가 넘는 금액으로 판매해 개당 4만~9만원의 이익을 남긴다. 결국 이런 폭리는 고스란히 환자가 부담하게 된다. 한달에 5회 주사를 해야하는 설명서에 따르면 매달 약 50만~75만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원외처방으로 약국에서 구입하면 8만원 수준에서 구입할 수 있어 처방을 원하는 소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약국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폭리를 취해온 병원 의사들은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지만 이와 무관한 의사 사회에선 비정상적 마케팅 과열경쟁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강남의 한 피부과 의사는 “환자 상태를 충분히 고려해 처방해야 하고 주사제 사용방법 등을 상세히 설명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과열경쟁으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에 꼭 필요한 환자에게 처방 및 복약지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외처방이 늘면서 약국에선 의약분업 원칙대로 하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하고 있다. 또 이런 손님이 일반약 등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 바이오의약품이라 반품이 어렵고 병원처럼 이윤을 남기기도 어려워 꺼리는 약국도 있다. 서울 강남구 C약사는 “주사제 제품이 원내처방인지 원외처방인지 명확한 규정이 없어 돈되면 원내처방, 돈 안되면 원외처방하는 것”이라며 “원칙대로 원외처방해 환자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삭센다 남용 문제를 제기해 온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측은 “갑상선호르몬, 레인보우 필스, 펜펜, 리덕틸 등 수많은 다이어트 약이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심장판막질환, 뇌졸중, 심근경색 등 치유하지 못할 상처를 남기고 떠났다”며 “아직 삭센다는 데이터조차 없으며 ‘다이어트 약’이 아니라 중증·고도의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만치료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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