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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인줄 알았는데 수두 … 피부과 오진, 레이저 오·남용 심각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9-06 23:13:26
  • 수정 2019-05-21 20: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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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허취득 후 개원한 일부 젊은의사 오진율 높아 … 피부암, 점 오인 사례도

서울 방배동에 거주하는 최모 씨(33)는 최근 세 살 아이의 피부에서 울긋불긋한 발진과 물집이 생겨 급한 마음에 인근 피부과를 찾았다. 담당 의사에게 민감성 피부로 인한 단순 여드름이라는 진단을 받고 연고를 처방받았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점차 발진, 가려움증, 발열 등 증상이 악화돼 다른 병원에서 검진받은 결과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 감염으로 인한 수두라는 진단이 나왔다. 최 씨는 진작에 수두라는 사실을 알고 치료받았으면 아이가 금방 나았을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미용·성형시술에만 특화된 일부 피부과에서 질환을 오진해 병을 키우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의대 졸업 후 시험을 쳐 의사면허를 획득한 뒤 바로 개원한 젊은 개원의들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서울 강남권의 한 피부과 관계자는 “피부에 레이저는 쏠 줄 알아도 발진이나 물집 등 증상의 원인 피부질환을 구별하지 못해 오진하거나, 아예 일반 질환 진료를 꺼려하는 젊은 의사가 적잖다”며 “피부과 영역은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공부 과정이나 시술이 쉬운 편이고, 피를 볼일도 적으며, 비급여 영역이 많아 개원시 진료수익이 높다는 이유로 선호되지만 정작 피부질환 치료라는 원래의 역할엔 소홀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오진 사례로는 수두로 인해 생긴 물집이나, 만성 출혈성 질환인 주사(rosacea, 일명 딸기코)를 단순 여드름으로 잘못 보는 게 흔하다. 수두 초기엔 발진 외에 별다른 증상이 없어 염증성 여드름과 구별하기 쉽지 않다. 미세한 열과 함께 발진와 수포성 물집이 생긴다면 수두를 의심해볼 수 있다.

주사는 코와 뺨 등 얼굴 중앙 부위가 붉어지면서 구진(1㎝ 미만 크기의 솟아 오른 피부 병변), 농포(고름) 등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피부과 영역에서 난치성질환으로 꼽히며 여드름으로 착각해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바르거나 필링, 박피 같은 시술을 받으면 오히려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주로 이버멕틴크림(ivermectin cream), 메트로니다졸젤(metronidazole gel)을 사용해 치료한다. 항생제나 피지조절제를 쓰기도 하며 모세혈관이 확장된 경우엔 레이저를 적용한다.

두 질환을 구별하는 방법은 여드름은 얼굴 부위에 관계 없이 이마·턱·볼 등 다양한 부위에 생기지만 주사로 인한 염증은 코와 주변 양볼에만 생기는 게 차이점이다. 또 여드름은 주사엔 발견되지 않는 털구멍(면포)이 관찰된다.

피부암 병변을 점으로 오진해 레이저시술을 받으면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10년 전 레이저로 오른뺨의 작은 점을 뺐던 50대 여성 윤모 씨는 희미한 흔적까지 없애려고 또 레이저시술을 받았다. 하지만 작은 점이 계속 생기면서 시술 부위가 짓무르자 대학병원을 찾은 결과 피부암을 진단받았다. 암세포는 2.5㎝까지 커진 상태였다.

피부암 초기엔 병변이 점과 비슷해 구별이 쉽지 않다. 장성은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얼굴·손·발 등 부위에 없던 점이 생기거나, 있던 점이 커지거나, 병변 크기가 6㎜ 이상이면서 좌우대칭이 아니거나, 경계가 불분명하면 점이 아닌 피부암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진 외에 무분별한 레이저시술도 병폐로 지목된다. 2016년 대한피부과학회가 전국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9.8%가 피부 레이저치료 경험이 있었으며, 이 중 8%가 부작용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에 대한 후속치료를 받고도 개선되지 않은 사례는 1.6%였다.
부작용 환자 중 11%는 스트레스를 호소했으며, 부작용 치료를 위해 1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한 사람도 있었다. 부작용으로는 색소변화, 흉터, 피부암, 화상 등의 발생비율이 높았다.

장성은 교수는 “비전문의에게 레이저치료 등 피부과시술을 받으면 부작용 위험이 최대 4배 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며 “가벼운 치료라는 생각에 전문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시술받는 것은 피부 건강을 해치고, 암 같은 심각한 질병의 발견을 늦추는 주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재정 상황에 빨간불이 켜진 개원의들이 레이저시술처럼 돈이 되는 비급여 영역에만 매달려 정작 질환 치료엔 소홀하거나, 오진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심지어 미용·성형 분야가 아닌 일반질환 환자는 ‘예약이 다 찼다’ 또는 ‘원장이 수술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다른 병원으로 돌리는 등 진료를 거부하는 일이 비일비재해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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