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외상(트라우마)을 겪거나 산모가 임신 중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아청소년기에 각종 정신질환의 발생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서울·고양·대구·제주지역 청소년 5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했고, 이 중 일부는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박성열·백양실·서교일·박성은·김선혜·김혜빈·김정민·유재현·최치현·이정·권국주)과 박은진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태영·김준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곽영숙·강나리 제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서울·고양·대구·제주 등 4개 권역의 소아청소년 정신질환 실태조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6년 9월~2017년 12월에 4개 권역 초·중·고교생 4057명을 대상으로 소아청소년 정신질환 유병률과 관련 위험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진단된 유병률은 적대적 반항장애(5.7%)가 가장 많았고 특정공포증(5.3%),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3.1%), 틱장애(2.6%), 분리불안장애(2.3%)가 뒤를 이었다.
고위험군 유병률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11%), 적대적 반항장애(10%), 분리불안장애(5%), 사회공포증(5%), 틱장애(5%)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에선 적대적 반항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틱장애가 많았다. 여성에선 불안장애, 우울장애, 섭식장애의 비율이 높았다. 남녀 공히 어린 나이에 외상이나 큰 충격을 겪거나, 엄마가 임신 중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신질환 위험이 약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살 관련 설문에서는 17.6%가 자살을 생각했고, 3.7%는 자살의도를 가졌으며, 5.8%는 의도는 없지만 자해행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의도는 자살에 대한 목적을 갖고 이에 대한 행동을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살과 자해 위험은 우울과 불안이 심할수록 높았고, 반항적이거나 공격적인 행동으로 표현되는 외현화 증상과도 유의한 상관성을 보였다.
그러나 치료를 받은 청소년의 비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을 앓는 소아청소년의 17%만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실제 소아청소년정신과를 방문해 약물치료를 받은 비율은 6%에 그쳤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적대적 반항장애 등 공격성·충동성 관련 문제 조기검진 및 개입 강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및 틱장애 등 신경발달문제에 대한 조기진단·치료프로그램 강화 △청소년 자살 사고 및 행동에 대한 정신과적 접근과 복지·교육서비스 강화 △소아기 외상 및 부모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한 소아청소년 정신질환 예방 등의 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아동 청소년기의 정신건강 문제는 성인기의 다양한 문제로 악화될 수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 관련 통계자료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김붕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소아청소년이 가진 정신질환에 대한 대응책과 보건의료 및 교육복지 서비스 투입을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며 “최소 3년에 한 번씩 소아청소년 정신질환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국적인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