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습한 날이 지속되면서 여름 불청객 모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신상엽 KMI 한국의학연구소 감염내과 전문의(학술위원회 위원장)는 모기가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으로 △모기매개질환 △모기 상처를 잘못 관리해 생기는 봉소염(봉와직염) △수면장애를 통한 면역력 저하 등을 꼽는다.
모기는 현재 지구상에서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말라리아, 황열, 뎅기열, 뇌염 등 모기매개질환으로 매년 최소 72만명이 사망하며 전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치명적인 모기 매개 질환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국내에서도 매년 말라리아나 일본뇌염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올해는 봄부터 비가 많이 내려 예년보다 모기 개체수가 급증한 상태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모기 상처를 잘못 관리해 생기는 봉소염(봉와직염)의 위험성도 주목해야 한다. 모기는 사람 피부에 앉아서 침을 꽂고 흡혈하기 전에 먼저 타액을 집어넣는다. 모기의 타액에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마취제’와 흡혈 시 피가 굳어지지 않도록 해주는 ‘항응고제’ 등이 들어있다. 모기의 타액이 체내에 들어오면 우리 몸에서는 면역반응이 나타나면서 모기에 물린 부위가 붓고 발적이 생기고 간지럽게 된다.
간지럽다고 모기에 물린 상처를 심하게 긁거나 상처부위에 침을 바르거나 손톱으로 꾹꾹 누르게 되면 피부나 침 안에 들어있던 세균들이 피부 아래 연조직으로 들어가 봉소염을 일으킨다.
봉소염이 생기면 인근 조직으로 급속하게 감염이 퍼져나가고, 면역저하자의 경우 패혈증 등 중증 합병증이 생겨 사망할 수 있다. 국내에서 매년 100만명 이상이 진료받을 정도로 흔한 질환인 봉소염은 여름철에 50% 이상 환자 수가 증가한다. 이유 중 하나는 모기에 물린 상처를 제대로 관리 못해서다.
모기에 물린 자리는 가능한 건드리지 않는 게 최선이다. 물린 부위가 너무 간지러울 땐 냉찜질이 도움된다.
수면장애로 인한 면역력 저하도 위험하다. 잠잘 때 우리 귀 옆에서 날아다니는 모기의 날갯짓이 내는 소음은 층간소음 기준인 40dB을 훌쩍 넘어간다. 모기가 내는 소음과 모기에 물린 뒤 간지러운 증상 등이 동반되면 수면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면장애가 생기면 피곤해지고 생체시계가 교란돼 면역력이 저하될 수 있다.
신 학술위원장은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모기기피제와 모기장 사용”이라며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DEET(디에칠톨루아미드) 성분 모기기피제는 모기는 물론 국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진드기 매개질환 예방에도 도움돼 야외활동시 선호된다”고 설명했다.
모기기피제는 DEET 농도에 따라 효과 지속 시간이 달라진다. 스프레이 타입은 최대 4시간, 크림 타입은 최대 8시간 정도 효과가 유지된다.
모기기피제와 자외선차단제를 같이 바를 땐 순서도 중요하다. 신 위원장은 “자외선차단제를 먼저 바르고 모기기피제를 나중에 바르는 게 좋다”며 “이 순서가 틀리면 모기기피제 효과를 제대로 보기 어려워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 모기매개질환 위험지역에 갈 땐 모기, 진드기, 벼룩 등을 막아주는 퍼메트린으로 처리된 방충망 사용을 권장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