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난 점이나 검버섯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뒤늦게 피부암 진단을 받는 사례가 적잖다. 피부암은 멜라닌세포가 적고 피부색이 옅은 백인에서 흔히 발생했지만 최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에서도 발병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피부암 환자는 2016년 1만9435명으로 4년새 38% 증가했다. 요즘처럼 자외선 노출량이 많은 봄철엔 피부암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한국인에서 자주 관찰되는 피부암은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악성흑색종이다. 전체 피부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저세포암은 병변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는 결절궤양 형태를 띤다. 짧은 시간에 자외선B에 과다 노출되면 발생할 수 있다. 60대 이상 노년층에서 두경부, 특히 얼굴 중앙 상부에 잘 나타난다. 한국인은 병변이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보이는 색소기저세포암도 흔하게 관찰된다.
편평세포암은 사마귀나 궤양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병변이 딱딱해지는 게 특징이다. 얼굴 위쪽, 손등, 팔등, 아랫입술, 귓바퀴 등에 잘 생기며 기저세포암처럼 자외선 노출이 원인이다. 광선각화증이나 보웬병 같은 질환이 먼저 발생한 뒤 편평세포암으로 진행된다. 하얀피부, 금발, 소아 주근깨, 오래된 화상 흉터, 방사선, 화학물질 등이 위험인자로 꼽힌다.
피부암 중 유일하게 생명을 위협하는 흑색종은 멜라닌색소를 생성하는 멜라닌세포가 악성화돼 생긴 종양으로 예후가 가장 나쁘다. 전체 흑색종의 20~50%는 원래 있던 점에서 나타나는데 검버섯이나 반점으로 착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특히 점을 뺀다는 이유로 흑색종 병변을 레이저로 지지거나 박피 같은 시술을 받으면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흑색종은 진행될수록 피부 위로 병변이 솟아오르면서 피가 나고 딱지가 생긴다. 점이나 티눈이 없어지지 않고 남아 계속 자라거나, 병변 일부만 색이 짙어지거나 옅어지거나, 병변 경계가 불규칙하고 비대칭성을 띠거나, 점 크기가 0.6㎝ 이상이면 흑색종일 가능성이 높다.
2000년대 이후 국내 발병률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인구 10만명당 한 명 꼴로 손가락, 발가락, 코, 뺨, 등, 정강이 등에서 발생한다.
과도한 자외선B 노출과 유전적 소인이 주요 발생기전으로 꼽힌다. 부모가 흑색종이 있다면 자녀에서 같은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8배 높다. 흑색종 1기는 5년생존율이 90%를 넘지만 림프절전이가 이뤄지는 3기부터는 15~20%로 급감한다.
최영웅 인제대 상계백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흑색종은 가려움증이나 통증 같은 지각증상이 없는 데다 평범한 검은 반점이나 결절로 보여 진단이 쉽지 않다”며 “국내에선 주로 손가락이나 발바닥에서 관찰되는데, 마치 티눈처럼 보여 손톱깎이로 제거하려다 오히려 색깔이 진해지고 상태가 악화돼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은 점이 새로 생기거나, 이미 있던 점의 모양과 크기가 변하거나, 병변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병원을 찾아 진료받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피부암은 악성흑색종을 제외하면 조기진단시 전이율과 사망률이 낮고, 수술 후 예후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치료를 미루면 병소가 계속 커져 피부, 근육, 뼈 등으로 전이될 수 있다. 먼저 피부확대경으로 1차진단한 뒤 조직검사로 확진한다.
표준치료법은 외과적 수술로 병변과 주변의 정상 피부조직을 절제해 암을 완전 제거한다. 암세포 침범 두께에 따라 절제 범위가 달라진다. 암세포가 피부 표피에 국한되면 0.5㎝가량을, 진피층까지 1~4㎜ 깊이로 침범했다면 2㎝가량을, 4㎜ 이상 침범한 경우엔 3㎝가량 절제해야 한다. 절제 범위가 넓을 땐 귀 뒤나 서혜부에서 피부를 채취해 수술 부위에 이식한다. 수술이 부적합하거나 다른 부위로 전이되면 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등을 병행한다.
가장 좋은 피부암 예방법은 자외선 차단이다. 외출 시 선크림(자외선차단제)만 제대로 발라도 피부암 위험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단 생후 6개월 미만 아기는 선크림에 피부이상 반응을 보일 수 있어 천으로 가려주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