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나오는 요실금은 중장년층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젊은 환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요실금은 방광과 요도 괄약근의 수축 및 이완 작용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변이 마려워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피부발진, 요로감염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성은 요도 길이가 3~5㎝로 남성(25~30㎝)의 5분의 1에도 못미칠 정도로 짧아 신체 구조상 남성보다 요실금이 나타나기 쉽다. 남성의 경우 전립선비대증, 신경인성방광 등으로 요실금이 발생할 수 있다.
여성의 요실금은 복압성, 절박성, 혼합성으로 구분된다. 전체 환자의 80~90%를 차지하는 복압성은 임신, 출산, 폐경, 비만 등 원인으로 골반근육이 약화돼 발생한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거나, 줄넘기를 하거나, 무거운 것을 들 때 배에 힘을 주면 소변이 샌다.
전체 환자의 10~20%가 겪는 과민성방광, 즉 절박성 요실금은 방광신경이 예민해져 발생한다. 소변이 마려운 순간 소변을 참지 못하고 지리는 증상이 나타나고 야간빈뇨 등이 동반된다. 젊은 여성의 요실금은 절박성인 경우가 많다. 혼합성 요실금은 복압성과 절박성이 함께 나타난다.
이밖에 뇌·척수 등 중추신경계 문제로 발생하는 신경인성방광 요실금, 당뇨병으로 인한 방광기능장애 및 자궁암·직장암수술로 인해 발생하는 범람 요실금, 노인에서 흔한 일과성 요실금 등이 드문 확률로 나타날 수 있다.
국내에선 20~30대 여성의 약 30%가 요실금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젊은층에서 요실금 발병률을 높이는 주요인은 커피 등 카페인음료와 스트레스다. 습관적으로 하루에 3~4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 성분이 이뇨작용을 촉진해 방광과 요도를 자극, 요실금 발병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평소 스트레스를 자주 받거나 야근 등 과로에 시달리면 방관신경이 예민해져 절박성 요실금의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변비도 요실금을 유발하는 주원인이다. 음식 섭취량을 급격하게 줄이면 섬유질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고 체내 수분량이 감소해 변비로 이어질 수 있다. 변비가 지속되면 장 속에 뭉쳐있는 변과 가스가 방광을 자극해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점차 요실금으로 악화된다.
중년층에선 골반장기탈출증으로 인한 요실금이 늘고 있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임신·출산·폐경·노화·유전·비만·변비 등의 요인으로 골반을 지지하는 근육이 느슨해지면서 직장·자궁·방광 등 골반장기가 아래로 내려와 요실금, 자궁탈출증, 골반통 등이 동반된다. 요즘처럼 출산 시기가 늦어지면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다.
요실금을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삶의 질이 떨어질 뿐만아니라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사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요실금을 수치스럽게 생각해 불편을 겪으면서도 병원을 방문하지 않거나, 내원하더라도 의사가 먼저 물어보기 전까진 요실금 여부를 밝히지 않는 환자가 적잖다”며 “요실금은 정신적인 부분과 밀접하게 연관돼 증상 경중에 따라 우울증 위험을 최대 4배 가량 높일 수 있어 가급적 빨리 진단 및 치료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요실금이 있다고 해서 일부러 물을 적게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소변 농도가 진해지면 방광에 무리가 가 요실금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절박성 요실금이나 증상이 경미한 복압성 요실금은 수술 없이 약물치료나 행동치료만으로 개선할 수 있다. 약물치료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나 교감신경촉진제 등 방광내 압력을 감소시키는 약물이 주로 사용된다. 행동치료는 배뇨일지를 작성하고 1~2시간마다 규칙적으로 배뇨하는 방광·배뇨 훈련법을 실시한다.
복압성 요실금일 경우 음부신경을 자극해 요도괄약근을 강화하는 전기자극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나, 인조테이프로 요도를 지지해 복압이 올라갈 때 소변이 새지 않게 하는 수술인 중부요도슬링요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골반기저근으로 불리는 골반 속근육을 강화하면 요실금 예방에 도움된다. 마름모꼴 형태인 이 근육 앞엔 치골, 뒤엔 꼬리뼈, 좌우엔 양쪽 엉치뼈가 위치해 있다. 골반 가장 아래쪽에서 방광과 요도 등 내부장기를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골반기저근 강화엔 ‘케겔운동’이 효과적이다. 똑바로 앞을 보고 서거나 의자에 허리를 펴고 앉은 뒤 호흡을 깊이 들이마시면서 골반기저근을 조이는 느낌으로 3초 이상 항문과 요도 주변에 힘을 준다. 이후 숨을 내쉬면서 조인 근육을 풀어준다. 이 때 엉덩이나 복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다른 부위에 힘이 들어가면 골반기저근이 강화되는 효과가 떨어진다. 하루 30회 정도 실시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사라 교수는 “운동시 감을 잡기 어렵다면 방귀를 참고 항문을 위로 당긴다는 느낌으로 힘을 주면 된다”며 “서거나 앉은 자세가 힘들 땐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엉덩이를 살짝 들면서 케겔운동을 해주면 쉽게 감을 잡고 운동효과도 배가된다”고 조언했다.
여성 요실금 예방에 제일 중요한 시기는 출산 후 6주 정도다. 임신 말기 초산부의 10명 중 4명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소변이 새는 복압성 요실금을 경험한다. 출산 후 케겔운동을 꾸준히 해 골반 주변 신경과 근육을 조금씩 회복시켜야 한다. 출산 후 운동이 어렵다면 전기자극치료나 자기장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