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은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감기나 설사 같은 질환도 당뇨병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약 복용이나 탈수현상으로 인해 혈당관리가 난조에 빠져 컨디션이 떨어지고 관련 합병증을 유발될 수 있어서다. 요즘처럼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엔 면역력이 바닥나면서 각종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쉽고 당뇨병 환자에게 위협을 가한다.
올 겨울 유난히 기승을 부렸던 독감·감기·천식 등 호흡기질환은 당뇨병 예후를 악화시키는 주요인이다. 당뇨병을 오래 앓을수록 면역력이 저하돼 독감바이러스나 폐렴구균 등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쉽다. 당뇨병 환자가 독감에 감염되면 정상인 대비 입원율은 6배, 사망률은 5~10% 높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무턱대고 감기약이나 기침약을 사먹는 것은 금물이다. 감기약과 기침약에 포함된 메틸에페드린과 슈도에페드린 성분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혈당을 올릴 수 있다. 감기에 걸리는 것만으로도 혈당이 오르는데 이 상태에서 약을 복용하면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정상인의 공복혈당 수치는 70~100㎎/㎗이다. 100~126㎎/㎗은 공복혈당장애, 126㎎/㎗ 이상은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또 평균혈당이 126㎎/㎗를 넘어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를 고혈당, 60㎎/㎗ 미만이면 저혈당이라고 한다.
고혈당이면 소변을 자주 보는 ‘다뇨’, 잦은 갈증으로 물을 많이 마시는 ‘다음’, 심한 공복감으로 음식을 많이 먹는 ‘다식’ 등 세가지 증상이 공통으로 나타난다. 고혈당 상태를 방치하면 구토·설사·복통 등 위장장애가 나타나고 협심증·심근경색·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최근 유행 중인 노로바이러스의 주요 증상인 설사도 당뇨병 예후를 악화시킬 수 있다. 각종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기전이 약한 당뇨병 환자는 설사를 자주 겪고 증상도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고경수 인제대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설사 증상이 심할수록 더 많은 체내 수분이 빠져나가 탈수현상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체내 수분이 줄면 혈액 농도가 짙어지면서 점차 혈당이 상승하고 자칫 고삼투압성 고혈당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심신이 미약해져 수분 섭취 자체가 어려워지고 혈당이 더욱 올라가 실신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
반대로 잦은 설사로 인한 컨디션 저하와 식욕 부진으로 음식 섭취량이 감소한 상태에서 평소대로 당뇨병약을 복용하면 저혈당이 올 수 있다. 저혈당 상태에선 온몸이 떨리면서 식은 땀이 나고, 심장이 뛰고 불안해지며 입술 주변과 손끝이 저려온다. 제 때 조치하지 않으면 정신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 고 교수는 “설사로 인한 고혈당 및 저혈당 증상을 예방하려면 물을 틈틈이 마셔주고, 당뇨병약을 계속 복용하면서 부드럽고 자극이 적은 죽이나 미음으로 배를 채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혈당을 떨어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다. 인체 활동엔 아데노신3인산(ATP)이라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에너지는 음식을 통해 섭취된 포도당·지방 등 영양소와 산소를 통해 생성된다. 운동은 ATP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포도당을 계속 소모해 혈당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또 지속적인 운동으로 체지방을 줄이면 인슐린저항성이 낮아져 혈당이 떨어지고 당뇨병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빨리걷기, 가벼운 조깅, 등산, 자전거, 배드민턴 등 유산소운동을 중간 강도로 하루에 30~40분 정도 실시한다. 운동 중 심박수는 자신의 최고 심박수의 60% 정도로 적당하다. 220에서 자기 나이를 빼면 자신의 최고 심박수를 대략 계산할 수 있다. 과격한 운동은 스트레스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높일 수 있다. 근력운동도 중요하다. 팔굽혀펴기 등 맨몸운동부터 시작해 덤벨 등 가벼운 기구를 이용한다. 어지럼증, 호흡곤란, 구역, 눈앞 흐려짐, 가슴이 조이는 듯한 통증 등이 발생하면 즉시 운동을 중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