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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정맥류, 두군데 이상 초음파 진단 후 수술 바람직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8-02-13 11:11:41
  • 수정 2018-02-23 02: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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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리정맥 직경이 2~3㎜, 라면발처럼 꼬불꼬불한 3기 이상이어야 수술

다리에 검붉은 혈관이 굵게 튀어나온 하지정맥류를 인식하는 대중이 늘면서 유사질환이나 근육통을 이 질환으로 오진하고 수술하는 곳이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종일 서서 일하는 35세의 한 여성 판매직원은 다리통증, 부종, 종종 쥐가 나는 증상, 보기 싫은 다리혈관 등으로 고민하다 하지정맥류 같다는 주위의 권유에 서울의 혈관 전문이라는 ㅇㅇ외과를 찾았다. 담당의사는 하지정맥류가 있으니 수술받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인터넷에 보이는 하지정맥류 사진처럼 라면발처럼 굵고 구불구불한 다리혈관이 아직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의사의 말이 미덥지 않았다. 이에 강남의 다른 하지정맥류 시술 특화 병원을 찾았더니 근육통이 심하고 무릎 인대 부위에도 압통이 있어 부기가 올랐다며 외관상 하지정맥류 같지 않으니 초음파 혈류검사를 통해 정밀진단을 해보자고 했다. 과연 하지정맥류는 아니었고 수술할 대상도 아니었다.

심영기 연세에스병원장은 “하지정맥류는 중년 여성에게 많이 생기며 진행 정도에 따라 육안으로 볼 때 모세혈관 확장증은 1기, 2㎜이하 거미상정맥은 2기, 푸른 힘줄이 세 줄기 이상 돌출되고 직경이 2~3㎜에 이르며 라면발처럼 꼬불꼬불한 3기, 힘줄이 우동발 수준으로 직경 4~5㎜에 달하고 여러 푸른 힘줄이 뭉친 4기, 힘줄이 손가락 굵기인 5기로 분류한다”며 “이 중 3기 이상이어야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견상 구불구불한 정맥이 보이지 않고 실핏줄만 보이는 경우는 대부분 근육이나 인대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수술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대한정맥학회는 초음파 혈류검사로 하지정맥 판막에 역류 현상이 0.5초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하지정맥류 기준으로 설정해놨다 .이 학회가 비교적 늦은 2001년에 세워진 까닭에 수련 과정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의료인은 오진하기가 쉬운 환경이다. 또 하지정맥류 시술이 비급여여서 환자는 과잉 진단, 고의적 오진, 그에 따른 수술 오남용에 노출되기 쉬운 여건에 놓여 있다.

따라서 환자 입장에서 아직 젊고 가족 중에 정맥류가 없으며, 다리 통증이나 부종 같은 증상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2~3군데 정맥류 전문 병원을 찾아가 혈류 초음파 검사결과지를 바탕으로 진단 결과가 일치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국내 하지정맥류 환자수는 2010년 16만4028명에서 2015년 19만2296명으로 5년만에 17.23%나 급증했다. 여성이 남성의 약 2.1배 수준으로 환자가 많았다. 연령별로는 2015년 기준으로 50대(5만명, 26.2%)에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4만1000명, 21.5%), 60대(3만3000명, 17.3%) 순이었다. 40대 이상이 전체 진료환자의 77.8%(약 15만명)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성비는 40대 여성이 남성보다 3.0배 많았고, 30대와 50대 여성이 같은 연령대 남성의 2.5배 수준이다.

심영기 병원장은 “하지정맥류에 대한 인식 증가, 여성에서 잘 생기는 특성, 40~50대 경제적·시간적 여유층의 치료 욕구 향상 등으로 하지정맥류 진단 환자수가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늘었다”면서도 “일부 병원들이 오진, 과잉진료 욕구 등이 작용해 통계적으로 그 증가세가 과대 집계된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정맥학회가 늦게 출범한 탓에 하지정맥류 치료법을 오랜 기간을 두고 정석으로 수련한 의사도 많은 편이 아니다”며 “경험 부족과 수익 극대화를 이유로 이런 오진과 불완전 치료가 방치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한국인 등 동양인은 서구인에 비해 다리근육을 더 써야 하는 방바닥 생활문화, 동물성 지방과 육식을 덜 섭취하는 식습관, 유전적인 요인 등으로 하지정맥류가 적게 발생한다고 추정되는데 최근 수년간 국내 환자수 증가는 이같은 추정을 뛰어넘는 과도한 통계 수치”라고 지적했다.

통상 하지정맥류의 발생률은 전인구의 7%. 매년 새로 발생하는 비율은 0.22%로 보고되고 있다. 아시아인은 서구인보다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다리가 붓고 당기고 쥐가 잘 나고 근육과 인대 통증이 심해도 다리혈관이 굵고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오지 않으면 하지정맥류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드물게 젊은 청년층에서도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튀어나온 혈관이 없더라도 잠복성 정맥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하지정맥류를 치료하기에 앞서 면밀히 담당 의사의 경험과 숙련도등을 미리 알아보고 진료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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