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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호르몬 너무 적으면 어린이 성장·지능 악영향, 많으면 골다공증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1-15 09:06:45
  • 수정 2020-09-13 15: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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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4·TSH 수치로 진단, ‘인체 보일러’ 파괴돼 기온변화 민감… 요오드 섭취로 예방은 낭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고 식욕은 없는데 계속 살이 찌는 반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더위에 약해지고 땀을 자주 흘리며 먹어도 체중이 감소한다.
평소보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거나, 긴장하지도 않았는데 시도때도 없이 땀을 흘리거나, 하루종일 기운이 없다면 갑상선 이상을 의심해보는 게 좋다. 
갑상선은 목 앞부분에 위치한 내분비 기관으로 신진대사에 관여하고 체온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 ‘인체의 보일러’로 불린다. 뇌 속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갑상선자극호르몬의 신호를 받아 갑상선호르몬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한다. 해조류 등으로 섭취하는 요오드는 갑상선호르몬 생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갑상선호르몬(T3·T4)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갑상선기능항진증, 반대로 너무 적게 생성되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발생할 수 있다. 저하증인지, 항진증인지 여부는 갑상선호르몬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갑상선호르몬은 요오드가 어떻게 결합하는지에 따라 3개의 요오드 원자를 가진 ‘T3(트리요오드티로닌, triiodothyronine)’, 4개의 요오드 원자로 구성된 ‘T4(티록신, thyroxine)’으로 나뉜다. T4가 갑상호르몬의 70%, T3가 나머지 30%를 차지한다. 보통 T3와 T4는 같이 올라가고 내려간다. 

T3는 전신질환의 영향을 많이 받아 임신, 간질환, 신장질환 환자에선 갑상선 자체 기능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므로 T4가 갑상선 기능을 가장 정확히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병원마다 수치는 약간 차이나지만 대체로 건강한 성인의 갑상선호르몬 정상수치는 T3가 0.58~1.59ng/㎖, T4는 4.5~11.0㎍/㎗ 정도다.

갑상선자극호르몬(TSH)검사도 갑상선질환 진단에 유용하다. 박경식 건국대병원 외과 교수는 “갑상선호르몬이 필요 이상으로 증가하면 갑상선자극호르몬 분비가 감소하고, 반대로 부족하면 갑상선자극호르몬이 증가해 갑상선호르몬 생성을 촉진한다”며 “즉 갑상선기능항진증일 땐 TSH 수치가 내려가고, 저하증일 땐 올라가는 양상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 검사는 갑상선 기능 변화를 측정하는 데 유용하지만 일부 질환을 놓칠 수 있어 T4 수치와 조합해 해석하는 게 적합하다. 정상수치는 0.35~4.49μIU/㎖이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호르몬이 잘 생성되지 않아 신진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질환이다. 겨울에 보일러가 고장나 집안에 제대로 온기를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항상 추위를 느끼고, 피로하며, 매사에 의욕이 떨어진다. 

식욕이 감소해 잘 먹지 않는데 살이 찌고 몸이 자꾸 붓는다.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고 변비가 생긴다. 피부가 푸석푸석해지고 얼굴이 부어 화장이 잘 받지 않으며, 월경이 불규칙해지고 성욕이 감소하면서 불임이 동반되기도 한다. 혈중 프로락틴(prolactin, 젖분비 호르몬) 수치를 증가시켜 유즙이 분비되기도 한다. 호르몬이 심하게 부족하면 심혈관계 합병증이나 혼수 같은 신경학적 증반이 동반될 수 있다. 
어린이가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하면 키 성장이나 지능발달에 문제가 생긴다. 태아도 마찬가지이므로 임산부는 산전검사로 갑상선기능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은 하시모토 갑상선염(자가면역성 갑상선염)이다. 이 질환은 갑상선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해 갑상선호르몬 생성 기능이 손상된다. 또 뇌하수체 기능이 저하되면 갑상선자극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아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올 수 있다.

반대로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호르몬이 많이 만들어지는 질환이다. 이 호르몬이 과다 생성되면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가 소모돼 빠르게 지치고 체중이 줄어든다. 더위를 참기 어렵고, 땀을 많이 흘리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발떨림·다리풀림·극심한 피로감·화를 못 참는 증상 등이 동반된다. 배볏 횟수가 잦아지고 설사가 나오기도 한다.

항진증의 주요 원인은 ‘그레이브스병’으로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한다.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선자극호르몬(TSH) 수용체에 대한 자가항체가 갑상선을 자극해 갑상선호르몬이 증가한다. 유전적 영향을 많이 받고 스트레스가 유발요인이 될 수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 증상에 눈이 튀어나오면서 안구건조증, 각막염, 복시(사물이 겹쳐 보임) 등이 동반되는 것을 그레이브스 안병증(Graves‘ ophthalmopathy)이라고 한다. 이밖에 뇌하수체 종양 등으로 호르몬 분비 체계에 문제가 생기면 갑상선호르몬이 과다분비될 수 있다.
박 교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오래 방치하면 골감소증과 골다공증으로 이어져 골절 위험이 높아지고, 고칼슘혈증이나 고칼슘뇨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산부의 입덧은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연관된다. 임신을 하면 ‘인간 융모성 성선자극호흐몬’(hCG) 분비량이 늘어 메스꺼움과 구토 증상을 겪게 된다. hCG호르몬은 갑상선자극호르몬(TSH)과 유사한 작용을 해 갑상선을 자극, 경미하고 일시적인 갑상선기능항진증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만약 임산부가 정기검진에서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높게 나온다면 임신에 의해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인지, 실제로 갑상선질환이 발병 또는 재발한 것인지 판별하는 게 중요하다.

갑상선기능저하증과 항진증은 치료법도 차이난다. 저하증은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해 부족한 갑상선호르몬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1일 1회 아침 식전에 복용하는 게 좋고, 아침에 복용하는 것을 깜빡했다면 하루를 넘기지 말고 늦게라도 챙겨 먹는 게 좋다. 
1년 정도 약을 복용한 뒤엔 일시적으로 복용을 중단하고, 2개월 뒤 갑상선기능검사를 실시해 예후를 체크한다. 검사 결과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유지되면 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지만 재발하면 다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이후 최소 6~12개월에 한번씩 갑상선기능검사를 받아야 한다. 갑상선암으로 갑상선전절제술을 받았거나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받은 사람은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에 요오드 건강기능식품이 좋다는 것은 낭설이다. 박 교수는 “한국은 3면이 바다여서 천일염·해조류·해산물 등을 통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하루 200㎎보다 많은 양의 요오드를 섭취하고 있으므로 한국인에서 요오드 결핍에 의한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일반적인 식사를 하는 사람이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요오드를 추가로 섭취하면 오히려 요오드 과잉에 의한 갑상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가 다량의 요오드를 섭취하면 오히려 갑상선호르몬 분비가 억제돼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프로필치오우라실(PTU, Propylthiouracil)’과 ‘메티마졸(Methimazole)’ 같은 항갑상선제를 12~18개월간 복용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약물치료의 완치율은 40~50%이며, 재발률이 높은 게 단점이다. 약 1년간 항갑상선약제를 투여해 갑상선자극호르몬과 TSH 수용체 항체가 정상화되면 치료를 중단하고, 그렇지 않으면 6~-13개월 더 투여한 뒤 방사성요오드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방사성요오드치료는 방사선을 내는 요오드가 녹아 있는 물을 마시는 방법이다. 이럴 경우 위장관에서 흡수된 요오드가 갑상선을 파괴해 호르몬을 만들지 못하게 한다. 임산부나 수유모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방사선요오드 치료 후 6~12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치료 부작용으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갑상선중독증이 발생할 수 있다.
장기간 약물치료에도 반응이 적거나, 약물 부작용 탓에 방사성요오드 치료가 어렵거나, 갑상선종이 매우 커 주변 조직을 압박하거나, 갑상선암이 의심되는 결절이 같이 있을 땐 갑상선절제수술이 필요하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예방하려면 칼슘, 인, 비타민B와 비타민D 함량이 높은 음식을 자주 섭취하고 해조류, 술, 녹차, 콜라, 향신료 등은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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