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국산신약은 물론 글로벌신약 개발의 경연장이 되면서 진행되는 임상시험 건수와 참여 환자수가 더불어 늘고 있다. 환자 커뮤니티에선 새 치료제의 효능·부작용 정보를 담은 임상연구 결과가 공유되면서 더 나은 신약 혜택을 받기 위한 신경전도 뜨겁다. 하지만 임상시험 용어가 전문적이다 보니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 임상시험 참여 희망자와 일반 독자를 위해 임상 용어와 진행방식을 알기 쉽게 정리해봤다.
△임상시험 단계
임상시험(clinical trial)은 사람을 대상으로 의약품의 유효성(약효)·안전성(부작용 여부)를 평가하는 임상연구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인 전임상시험(preclinical trial)과 구분된다.
1상(phase 1) 임상은 임상약리시험으로 약의 부작용, 약동학·약력학 등을 평가하고 치료 효과를 추정한다.
2상 임상은 목표 적응증에 대해 약의 유효성, 용량 등을 탐색한다. 2a상 임상은 치료 효과가 있다는 판단 근거를 마련해 개념증명(POC, proof of concept) 임상이라 부른다. 2b상 임상은 용량 변화에 따른 반응을 관찰해 3상 임상의 약 용량을 결정한다.
3상 임상은 허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연구(Pivotal Study)다. 약의 유효성을 확증하고 안전성 자료를 확립한다. 3상 임상 결과는 환자가 복용함으로써 얻는 이익과 잃는 위험을 상대평가하는 근거가 된다.
4상 임상은 시판후조사(PMS, post marketing surveillance)로 치료제를 장기간 투여할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 허가 적응증 외 새로운 약효 등을 확인한다.
△윤리·진행 규정
헬싱키선언(Declaration of Helsinki)
임상시험 관련 대표적인 윤리 기준으로 1964년 세계의사회가 제정했다.
윤리심의위원회(IRB, Institutional Review Board)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피험자의 권리·안전·복지를 보호하기 위해 시험기관 내에 독립적으로 설치된 상설위원회. 임상시험계획서, 변경계획서, 피험자로부터 서면동의를 얻는 방법, 환자에게 제공하는 정보 등을 검토하고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임상시험관리기준(GCP, Good Clinical Practice)
피험자 포함 연구 계획·실행·기록·보고 등을 관리하는 국제 윤리적·과학적 기준
프로토콜(protocol, 임상시험계획서)
임상시험 목적, 연구방법, 관련 조직 등이 기술된 문서. 연구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과정을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Investigational New Drug) 승인을 받아야 임상을 진행할 수 있다.
점검(auditing)
임상에서 수집된 자료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임상이 계획서, 의뢰자의 표준작업지침서, 임상시험관리기준, 관련 규정 등에 따라 수행되고 있는지를 의뢰자 등이 체계적·독립적으로 실시하는 조사
증례기록서(CRF)
계획서에서 규정한 정보를 피험자별로 기록해 둔 문서로 임상 의뢰자에게 전달된다.
△연구 진행 방식
연구자주도임상(IIT, investigator-initiated trial)
임상시험자가 제약사·정부 등 외부의 의뢰 없이 허가되지 않은 약물의 새로운 효능·효과, 용법·용량을 연구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수행한다. 스폰서주도임상(SIT, sponsor-initiated trial)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대조군(control group)
시험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판단하기 위한 비교 대상이다. 시험약(신약 또는 신의료기기)이 아닌 기존 표준치료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험설계에 따라 대조군 설정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위약(placebo)
가짜약. 시험약의 유효성분을 제외한 성분으로 보통 기존 표준치료에 쓰이는 약제이되 가급적 제형은 신약과 유사하게 설정된다. 위약효과(placebo effect)는 의사가 환자에게 가짜약을 투여하면서 진짜약이라고 하면 환자가 좋아질 것이라고 믿어 병이 낫는 현상.
이중맹검(double blind)
결과의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법. 피험자인 환자와 연구자인 의료진 모두가 임상이 끝날 때까지 시험약과 대조약 중 어떤 약을 투여했는지 모른다.
이중위약(double dummy)
시험약과 대조약의 제형 차이로 맹검이 불가능할 경우 이들 약에 대해 각각의 위약을 사용한다. 예컨대 A그룹에는 주사 제형의 시험약과 경구 제형의 위약, B그룹엔 주사 제형의 위약과 경구 제형의 시험약을 함께 투여한다.
개방형표지(open-label)
피험자와 시험자 모두 시험약과 대조약 중 어떤 약을 사용했는지 알고 진행하는 방식. 오프라벨 처방(off-label use)은 허가된 적응증 외 의료진이 재량껏 처방하는 것을 지칭한다.
추적관찰(follow up)
일정기간 시험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피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는 뜻
교차설계(crossover design)
각 환자군이 대조군 역할도 동시에 하는 연구설계. 한 그룹은 연구 전반기에 신약을 투여한 후 후반기에 대조약을, 다른 그룹은 먼저 대조약을 투여한 다음 나중에 신약을 투여한다. 중간에 휴약(wash out) 기간을 갖기도 한다.
평행설계(parallel design)
일반적인 연구 형태로 환자를 시험약 투여군과 대조군 중 한 그룹으로 배정하고, 전체 임상기간에 한 가지 종류의 치료법만 적용한다.
전향연구(prospective study) vs 후향연구(retrospective study)
전향연구는 연구 시작 시점부터 모집한 환자의 상태 변화를 미래지향적으로 직접 관찰한다. 후향연구는 환자의 과거 의무기록을 모아 분석하는 등 그동안의 행적을 거슬로 올라간다. 전향적 연구결과의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
코호트연구(cohort study)
코호트는 로마군단의 1단위(300~600명)를 말하는데 역학연구에 있어서는 계획조사의 대상이 되는 집단을 가리킨다. 특정 지역에서 특정 경험을 공유하는 모집단을 말하며 인구동태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코호트 조사를 통한 연구를 진행한다. 특정 코호트를 대상으로 전향적 또는 후향적으로 추적조사를 하게 된다.
리얼월드 데이터(real-world data)
실제 진료현장에서 이뤄진 처방데이터
파일럿연구(예비연구, pilot study)
본격적인 연구를 들어가기 전에 소규모로 시험해보는 것
횡단연구(cross-sectional study)
특정 기간(예 2017년 12월 1~30일 등)에 한 번만 실시. 장기간에 걸쳐 조사를 여러 번 반복하는 종단연구(longitudinal study)보다 비용이 적게 들지만 현상의 변화를 측정하기 어렵다.
직접비교(head-to-head)
한 임상 안에서 두 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직접 비교하는 것
메타분석(meta analysis)
여러 건의 임상연구 데이터를 통합해 통계적으로 분석한 연구
동등성평가시험(equivalence trial)
시험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대조약과 동등한 수준임을 입증하는 시험. 제네릭(복제약) 허가 임상에 주로 활용되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은 제네릭의 혈중 최고약물농도(Cmax), AUCt(Area Under the concentration-time Curve, 혈중농도-시간곡선하면적), 최고혈중농도 도달시간(Tmax) 등이 오리지널약의 80~125% 범위에 놓여 있어야 적격 판정을 받는다.
비열등성평가시험(non-inferiority trial)
시험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대조약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시험
△유효성·안전성 평가
약동학(PK, pharmacokinetics) vs 약력학(PD, pharmacodynamics)
약동학은 약물의 혈중 농도를 측정해 흡수·분포·대사·배설 등 과정을 속도론 관점에서 다룬다. 약력학은 체내에서 일어나는 약물의 생리학적·생화학적 변화나 약물상호작용을 연구한다.
1차평가변수(1st endpoint)
1차 유효성평가 항목. 연구 결과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한다.
1차치료(first line therapy)
진단받았을 때 가장 먼저 고려되는 치료
표준치료(standard therapy)
의료 전문가가 최적의 치료법으로 공인한 치료
객관적반응률(ORR, objective response rate)
임상 시작 전에 미리 정희해둔 유효성 평가 기준에 근거해 그만큼 치료반응이 나타난 환자 비율
전체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
임상에 참여한 환자를 시험약 또는 대조약 그룹에 배정한 후부터 사망하기까지 걸린 시간
무진행생존기간(PFS, progression-free survival)
환자를 그룹에 배정한 후부터 사전에 정의해둔 기준대로 질병이 진행하기까지 걸린 기간. 항암제 임상에선 종양진행까지 걸리는시간(TTP, time to tumor progression)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내약성(drug tolerance)
환자가 약을 복용할 때 부작용이나 불편함을 견뎌낼 수 있는 정도
복약순응도
환자가 약의 용법·용량을 잘 지키는 정도
바이오마커(biomaker)
생체표지자. 환자의 치료예후를 예측하거나 표적치료제 개발에 활용된다.
교차내성(交叉耐性)
어떤 약에 내성을 획득한 사람이 다른 약에서도 치료반응이 떨어지는 현상
면역원성(immunogenicity)
바이오의약품(생물학적제제) 투여 후 시간이 지나면서 약물에 대한 항체(ADA, anti-drug antibody)가 생겨 치료효과가 떨어지는 반응
△결과 도출
중앙값(median) vs 평균값(average)
중앙값은 통계집단의 변량을 크기 순서로 늘어 놓았을 때 중앙에 위치한 값. 평균값은 변량의 총합을 변량의 개수로 나눈 구해 중앙값과 다르다. 예컨대 ‘A약 투여군(총 10명)의 ‘OS 중앙값이 5년이다’는 말은 이 환자군에서 5번째로 생존기간이 긴 사람의 생존기간이 5년이라는 의미다. ‘평균 OS가 5년’이다는 것은 10명의 생존기간을 합해 환자 수인 10으로 나눈 값이 5년이란 뜻이다.
ITT분석(intent to treat analysis) vs PP분석(per protocol analysis)
ITT 분석은 임상에 참여한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결과를 처리한다. PP분석은 임상연구 중 급격한 악화·부작용·추적관찰 실패 등 다양한 이유로 중도에 탈락한 이들은 제외한다. 같은 연구라도 ITT법으로 분석하면 PP법으로 처리할 때보다 치료율이 낮아보인다.
100환자년(100 patient-years)
연구기간 내 측정한 사건 발생률을 통계학적으로 연간 환자 100명당 사건 발생 건수로 환산한 값
시각통증척도(VAS, Visual Analogue Scale)
약 20㎝ 선의 한 쪽 끝에 통증 없음(0점), 반대편 끝에 최대의 고통(10점)을 두고 환자가 느끼는 통증 정도를 수치화한다.
상대위험(RR, relative risk) vs 절대위험(AR, absolute risk)
절대위험은 시험약 투여군과 대조약 투여군의 각 사건 발생률 차이(%p), 상대위험은 시험약의 사건 발생위험이 대조약에 비해 몇 배 높거나 낮은지 계산한 것이다.
예컨대 A약 투여군(100명)에서 사망이 10건, 위약군(100명)에서 30건 발생했다면 A약은 위약 대비 사망 절대위험을 20%p(위약군의 사망률 30%에서 A약 투여군의 사망률 10%를 뺌) 낮춘 것으로 계산된다. 상대위험은 A약의 사망률을 위약군의 사망률로 나눠 구한다. A약은 위약 대비 사망 상대위험이 0.33(10%/30%)배로 낮다. 이를 위약 대비 사망위험을 67% 떨어뜨렸다고 표현한다.
오즈비(OR, odds ratio) vs 해저드비(HR, hazard ratio)
오즈비와 해저드비는 상대위험과 의미가 유사하지만 계산 과정은 더 복잡하다. A약의 사망 오즈비는 A약 투여군의 사망률을 생존율로 나눈 값(10%/90%, 약 0.11)을 위약군의 사망률을 생존율로 나눈 값(30%/70%, 약 0.43)으로 다시 나눠 구한다. A약의 사망 오즈비는 약 0.26(0.11/0.43)이다. A약은 위약 대비 사망위험을 4분의 1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여겨진다.
해저드비는 복잡한 통계 처리 절차를 거친다. 1을 기준으로 위험이 높거나 낮은 정도를 판단한다. ‘A약은 위약 대비 사망 HR이 0.7이다’는 표현은 A약은 위약 대비 사망위험을 30%(1-0.7) 낮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p값(p-value)
통계적 유의성. 대개 0.05 이하이면 연구결과의 신뢰도가 보증된다는 의미. 최근 국내외 과학계는 p값을 더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뢰구간(CI, confidence interval)
신뢰수준 95% CI는 모평균이 있을 확률이 95%인 구간. 신뢰수준은 어떤 모수가 신뢰구간 내 속할 확률을 뜻한다.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 incremental cost-effectiveness ratio)
시험약 및 대조약을 투여한 두 그룹 간 비용 차를 효과 차로 나눈 값으로 나눈 값.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 활용된다.
질보정수명(QALY, Quality Adjusted Life Years)
단 하나의 질병도 없이 건강하게 사는 1년. QALY가 높을수록 삶의 질이 높고, 1QALY를 추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낮을수록 그 의료행위의 비용 대비 효과가 큰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