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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아토피피부염 신약 사노피 ‘듀피젠트’, 시장판도 바꿀까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7-11-07 19:16:36
  • 수정 2021-11-06 19: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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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L-4 및 IL-13 이중차단, 2주 1회 주사 … 환자 절반 16주 치료후 증상 75% 개선
프랑스 사노피의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듀피젠트’

프랑스 사노피의 중증 아토피피부염치료제 ‘듀피젠트’(Dupixent, 성분명 두필루맙, dupilumab)가 지난 3월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데 이어 9월엔 유럽 의약품청(EMA)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다. 기대했던 대로 시장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듀피젠트는 인터루킨4수용체에 작용하는 100% 인간 단일클론항체로 아토피피부염·천식 관련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인터루킨4(IL-4) 및 인터루킨13(IL-13)의 신호전달을 차단한다. 2주에 한 번 300㎎(1단위)을 자가주사해 투여주기가 길다.

아토피피부염은 만성 염증성 알레르기질환으로 유전요인과 스트레스·음식 등 환경요인 모두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환자 10명 중 7~8명은 가족력이 있다. 최근 국내 유병률은 어린이 10~20%, 성인 1~3%로 전세계적으로도 증가세다. 아토피피부염은 심한 피부발진과 가려움이 자주 재발해 수면장애와 사회적 고립감을 동반한 환자가 많아 신약을 바라는 갈망이 크다. 

기존 치료제로는 국소 스테로이드제,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 칼시뉴린억제제(CNI, calcineurin inhibitor) 등 면역반응을 강하게 억제하는 성분의 연고가 주로 사용된다. 알레르기 치료용 경구 항히스타민제도 흔히 처방되지만 효과에 논란이 있다. 증상이 심하면 경구약 또는 주사제 제형의 스테로이드 성분을 투여하지만 부작용 우려가 커 장기간 사용은 권장되지 않는다.

이밖에 중증 환자 중 혈청 면역글로불린E(IgE) 수치가 높은 경우 한국노바티스의 중증 천식·두드러기 치료제인 ‘졸레어’(오말리주맙, omalizumab)를 오프라벨(off-label, 보건당국이 허가한 용도 외에 의사가 재량껏 처방함)를 투여하기도 한다. 졸레어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IgE의 작용을 억제한다. 의료진 진료경험에 따르면 일부 소아·청소년 아토피피부염을 개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많은 임상데이터가 축적돼야 한다는 평가다.    

듀피젠트는 만18세 이상인 중등도 및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 총 1379명이 참여한 글로벌 3상 임상연구 ‘SOLO 1’·‘SOLO 2’에서 위약 대비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1차 평가지표로 치료 16주째에 연구자가 판단한 치료 전후 증상 개선 정도(investigator global assessment, 
IGA, 0~4점 척도: 0점은 병변이 없어 피부가 깨끗함, 3점은 병변이 전체 피부의 50% 이상을 덮고 있음을 의미)를 평가한 결과 듀피젠트 투여군은 IGA 점수가 0점 또는 1점이거나, 2점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이 36~38%로 위약군의 8~10%보다 높았다. 주요 2차 평가지표인 치료 16주째에 아토피피부염중증도지수(Eczema Area and Severity Index, EASI, 0~72점, 점수가 높을수록 심각) 점수가 75%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EASI-75 도달률)도 44~51%로 위약군의 12~15%보다 높았다.

듀피젠트는 심각한 이상반응을 비롯해 전체 부작용 발생률이 위약과 비슷했다. 흔한 이상반응으로 주사부위반응(8~14%), 비인두염(8~10%), 두통(8~9%) 등이 보고됐다. 연구결과는 세계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 지난해 12월호에 실렸다.

이 약은 또 소아·청소년 아토피피부염 적응증을 획득하기 위한 3상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지난 9월에는 중등도·중증 천식 환자를 대상으로 52주간 진행된 3상 임상에서 1차 평가변수인 심각한 천식발작 감소, 폐기능 개선 효과가 입증됐다.   

미국에서 승인 직후 출시하는 등 회사가 공급을 서두르고 있어서 국내에도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도입될 전망이다. 지난 6월 영국 보건의료제품규제청(MHRA)은 의약품신속도입제도(EAMS, Early Access to Medicines Scheme)에 따라 이 약을 시판승인하기 전에라도 중증 환자에게 연구용(investigational) 약물로 투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듀피젠트는 최신 생물학적제제로 해외 가격이 연간 3만7000달러(약 4100만원)에 달한다. 지난 5월 초 해외 바이오 전문지 ‘더센터포바이오시밀러즈’(The Center For Biosimilars)의 보도에 따르면 고가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출시된지 한 달 만에 현지에서 약 2500건이 처방됐다.

듀피젠트와 같은 인터루킨억제제 계열 신약후보물질로는 스위스 갈더마의 네모리주맙(nemolizumab),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트라로키누맙(tralokinumab), 스위스 로슈의 렙리키주맙(lebrikizumab) 등이 꼽힌다. 네모리주맙은 이제 2b상 임상에 진입했고, 트라로키누맙와 렙리키주맙은 중증 천식 환자가 참여한 일부 3상 임상에서 1차 유효성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출시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로슈는 렙리키주맙을 미국 바이오기업 더미라(Dermira)에 총 14억달러(약 1조5600억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 화이자의 경증·중등도 아토피피부염 연고 ‘유크리사’(Eucrisa, 크리사보롤, crisaborole)가 지난해 말 FDA 시판승인 받아 국내에서도 치료옵션이 다양해질 전망이다. 이 약은 2세 이상 미국 환자 총 1522명을 대상으로 한 2건의 임상 ‘Trial 1’·‘Trial 2’ 결과 치료 28일째에 31~32%가 IGA 점수가 0점 또는 1점이거나, 2점 이상 감소했다. 참여한 환자의 과반(61.5%)은 IGA가 3점인 중등도였으며, 2점인 경증은 38.5%를 차지했다. 유크리사는 포스포디에스테라제4(PDE-4) 억제제로 면역항상성을 유지하는 세포 내 cAMP(고리형 아데노신일인산) 농도를 증가시킨다. 1일 2회 바르며, 해외 가격은 60g 용량 기준 580달러(약 65만원)로 책정됐다.

유크리사 임상은 듀피젠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증이 가벼운 환자(영유아·노인 포함)를 대상으로 4주 동안 이뤄졌고, 듀피젠트는 중증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더 긴 기간(16주) 진행된 점에서 차이가 난다. 유크리사의 EASI-75 도달률은 측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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