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팡가드’·‘아이스크린’·‘베베진’, “지스캐닝보다 DNA 미세오류 감지” … 자체 연구 발표는 아직
최근 국내 신생아 유전자검사 시장 규모가 월평균 약 4400건 정도로 성장해 업체 간 기술·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산모 4명 중 1명은 35세 이상 고령출산이어서 산전 유전자검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출산 후에도 신생아의 염색체(유전체, DNA) 이상질환을 조기 선별하는 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염색체는 아데닌(A)·구아닌(G)·시토신(C)·티민(T)이라는 염기 4종이 다양한 조합을 만드는 게 유전형질의 차이를 만든다. 유전질환은 DNA 염기서열이 정상 범위에서 벗어났을 때 발병한다.
산후 유전자검사는 신생아의 제대혈이나 발뒤꿈치에서 채혈한 혈액으로 DNA 복제수 변이(CNVs, copy number variants)와 관련된 정신지체·발달장애·자폐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유전체를 분석함으로써 조기치료를 돕는다. 자폐장애는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환자는 2, 3, 7번 염색체 내 미세결실(micro-deletion)로 인해 나타난다. CNV질환은 유전자의 미세결실 또는 미세중복(micro-duplication)으로 발생한다.
업체 간 경쟁은 개척자인 보령바이오파마와 엠지메드의 ‘지스캐닝’(G스캐닝) 아성에 랩지노믹스의 ‘앙팡가드 2.0’, 녹십자지놈의 ‘아이스크린’, 이원다이애그노믹스의 ‘베베진’ 시리즈 등 세 제품이 도전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업체마다 자사의 유전자분석 정밀도가 우수하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가격 경쟁으로 검사 비용은 약 25만원으로 같아졌다. 검사 대상 질환이 정신지체·발달장애·자폐장애와 관련된 200~300가지 염색체이상으로 비슷해 최적의 서비스를 고르기 쉽지 않다. 이들 회사는 공통적으로 7일(주말 제외) 후에 검사결과를 알려주고, 염색체이상이 의심될 경우 형광제자리부합법(FISH, fluorescent in situ hybridization) 등 확진검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회사별 강조하는 마케팅 포인트를 비교해 봤다.
우선 지스캐닝과 베베진은 최신 유전자진단기술 중 마이크로어레이(microarray) 기법을, 앙팡가드와 아이스크린은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법을 이용하는 데서 차이가 난다.
마이크로어레이는 다양한 유전자를 대표하는 수천종에서 수십만종의 탐침(probe)을 유리 슬라이드에 집적해 놓은 DNA칩으로 염기서열 변이를 대량 분석한다. 예컨대 녹색 형광물질이 부착된 피험자의 DNA와 적색 형광물질이 부착된 대조(control) DNA를 마이크로어레이 칩에 반응시키면 검사대상인 피험자의 DNA가 대조 DNA와 경쟁적으로 탐침에 붙는다. 형광색의 변화 양상으로 미세결실 또는 미세중복, 정상 등을 판별할 수 있다.
NGS는 본래 전체염기서열분석(whole-genome sequencing, WGS)과 전체엑솜염기서열분석(whole-exome sequencing, WES) 용도로 개발됐다. 유전체 조각을 분해한 다음 증폭시켜 여러 조각을 동시에 읽어내는 게 특징이다. 형광물질로 표지한 DNA 부분을 이미지 처리하면 염기서열 변이 여부를 판독할 수 있다. NGS 장비로는 미국 일루미나의 ‘HiSeq’, 써모피셔(라이프테크놀로지)의 ‘Ion PGM’ 등이 사용된다.
엠지메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염색체의 수적·구조적 이상을 진단하는 마이크로어레이용 유전체칩(BAC DNA칩)을 자체 생산하고, 분석 전용 소프트웨어도 독자 개발했다. 보령바이오파마와 지스캐닝 외에 산전 유전자검사 ‘더맘스캐닝’을 공동 마케팅하고 있다.
지스캐닝 관련 임상연구 논문을 과학기술논문색인(SCI)급 학술지에만 11편 개재했으며, 세계 최다인 총 27만건의 검사를 수행해 경쟁사에 비해 기술신뢰도가 높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엠지메드는 한국인 고유의 박테리아 인조염색체(BAC, bacterial artificial chromosome) 정보를 담은 유전자 라이브러리(gene library)를 구축하고 이 중 CNV질환 관련 유전자를 포함하는 DNA 부위(BAC클론, BAC clone)를 선발해 탐침으로 만드는 독자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BAC는 사람의 염색체를 조각내 박테리아 염색체 사이에 끼워둔 형태로 사람의 특정 염색체 조각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원하는 만큼 복제할 수 있다.
지스캐닝은 마이크로어레이 기반 고해상도유전체검사(CMA, cytogenomic microarray 또는 chromosomal microarray) 중에서도 비교유전체혼성화법(array CGH, microarray-based comparative genomic hybridization)을 이용해 국내선 가장 많은 1억4400만개의 염기서열을 대상으로 300여가지의 염색체이상을 검출할 수 있다.
CMA 분석법은 마이크로어레이에 바탕을 둬 해상도가 기존 핵형(karyotype, 염색체의 형태·크기·수) 분석법보다 10배 이상 높아 미국유전자학회(ACMG)가 2010년에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CNV질환에 대한 1차 검사법으로 추천했다. 가이드라인은 ‘Array-based technology and recommendations for utilization in medical genetics practice for detection of chromosomal abnormalities’ 문헌에 실려 있다. 공공기관인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 역시 최근 3년간 CMA 분석법으로 CNV질환 유전자분석 시범사업을 시행, 내년에 표준화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스캐닝은 대표 연구논문인 ‘신생아 2만126명의 염색체 결함을 검출하기 위한 어레이CGH의 임상 적용’(The clinical application of array CGH for the detection of chromosomal defects in 20,126 unselected newborns) 등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시행한 임상적용 내용을 실어 유효성을 입증했다. 연구결과는 ‘분자유전체학저널’(Molecular cytogenetics) 2013년 6월호에 실렸다.
랩지노믹스의 앙팡가드는 NGS 중에서도 타깃시퀀싱(Targeted Sequencing) 기법을 적용해 전체 염기서열 중 필요한 부분만 한정(염기서열 600만개 이상)해 분석한다. 250여가지 발달장애 관련 염색체의 미세 결실·중복 여부를 효율적으로 검출한다. 지난달 출시 2년 만에 1만건을 돌파했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해외 연구논문에 따르면 NGS는 지스캐닝 등 고해상도 마이크로어레이방식인 비교유전체혼성화법(array CGH) 이상으로 정밀하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며 “다만 사내 규정 상 자체 임상연구 진행 여부, 구체적인 분석 방법에 대해 공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홍 양(Zhihong Yang) 미국 지토젠글로벌유전자분석기관(ZytoGen Global Genetics Institute) 연구팀이 지난해 6월 국제 유전자분석학회지 ‘BMC메디칼지노믹스’(BMC Medical Genomics)에 게재한 ‘선행연구; 착상 전 수정란의 염색체 혼성 분석을 위한 NGS와 마이크로어레이 무작위배정 비교’(Randomized comparison of next-generation sequencing and array comparative genomic hybridization for preimplantation genetic screening: a pilot study)를 예로 들어 NGS 방식에 비교우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소규모 초기연구로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녹십자지놈의 아이스크린은 고해상도 NGS 기법을 활용해 400kb 수준에서 200개 남짓의 염색체이상을 검출한다. 지스캐닝 등이 0.1~1Mb 수준의 미세염색체를 다뤄 작은 오류를 놓치기 쉽지만 아이스크린은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게 녹십자 측의 설명이다. 아이스크린은 지난해 9월, 4개 제품 중 가장 늦게 시장에 진입했음에도 ‘베베진’을 단숨에 따라잡았다. 녹십자지놈 관계자는 “기술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독자 진행한 임상연구 논문 발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의 베베진은 단일염기다형성(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마이크로어레이 분석법으로 25만개 이상 염기서열에서 정신지체·발달장애 관련 109가지 염색체이상을 검출한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는 체내 구리(Cu) 원소가 지나치게 축적돼 발생하는 윌슨병 검사를 추가로 제공하는 ‘베베진 윌슨’(약 25만원)을 출시해 경쟁력을 보완했다. 윌슨병은 13번 염색체 내 ATP7B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며, 국내 유병률은 10만명 중 3명이다. 베베진 윌슨은 윌슨병 관련 100개의 돌연변이 부위를 분석해 검출률이 95% 이상으로 기존 방식의 70%(6개 돌연변이 부위 분석)보다 높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에 따르면 단일염기다형성변이(SNV,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variation)는 하나의 염기가 변이된 형태로 대부분 부모에게서 유전되는 반면 CNV는 염색체 상 비교적 넓은 영역(1kb~수백Mb)이 결손되거나 중복된 변이로 임신 중에 새롭게 발생한 경우가 많다. SNP 마이크로어레이를 활용하면 CNV는 물론 SNV도 검출할 수 있다. 다만 베베진과 베베진 윌슨 검사 항목에는 SNV 질환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원 측은 CNV와 SNV를 동시에 검출하는 ‘베베진 플러스’를 기획해놨지만 아직 시판을 본격화하지는 않고 있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 관계자는 “유전자분석에서 이미지 해상도는 얼마나 세밀하게 염기서열 오류를 잡아낼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베베진은 해상도 100kb 수준으로 4사 제품 중 가장 미세한 염색체 이상을 잡아낸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10년 전에 출시된 지스캐닝과 1~3년 전에 등장한 후발주자 제품을 같은 선 상에 두고 임상연구 진행 건수, 누적 검사 건수를 비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다만 사내 규정 상 자체 임상연구 진행 여부, 사용하는 DNA칩을 포함한 구체적인 분석 방법은 밝힐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에 지스캐닝 담당자는 “분석 해상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질환으로서 의미가 없는 너무 미세한 염기변이도 검출해 피험자 및 보호자가 불필요한 걱정을 하게 된다”며 “BAC칩의 해상도 0.1Mb는 질환으로서 의미를 가진 최소한의 염기서열 길이”라고 맞섰다.
그는 “검사 해상도보다 중요한 것은 검사로 커버할 수 있는 염색체 범위”라며 “지스캐닝은 염기서열 길이가 0.1Mb인 탐침을 전체 염색체 중 1440여개의 주요 포인트에 심어 전체 DNA의 30분의 1 가량을 샅샅이 훑어 국내선 가장 많은 유전질환을 확인할 수 있는 무결성(integrity)을 구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면 고가의 NGS 방식으로 산후 유전자분석 서비스를 25만원에 공급하려면 비용 절감을 위해 탐침을 드물게 박아야 하므로 결국 커버하는 염색체 범위가 훨씬 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