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환·윤진영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파킨슨병 환자가 앞으로 고꾸라지면 다른 방향으로 넘어질 때보다 부상 정도가 심하고 재발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4년 12월~2015년 6월 내원한 파킨슨병 환자 중 두 번 이상 낙상을 경험한 62명을 앞으로 넘어진 45명과 뒤나 옆으로 넘어진 17명으로 구분했다. 환자의 평균 나이는 70.5세로 병력은 평균 11.3년이었으며 남성이 32명, 여성은 30명이었다.

두 그룹은 낙상이 발생한 상황부터 다른 양상을 보였다. 앞으로 넘어진 환자는 주로 돌아서거나 걷는 도중 낙상을 당한 반면 다른 방향으로 넘어진 환자는 주로 앉거나 설 때 또는 돌아설 때 다쳤다.

넘어지는 방향이 다른 것은 동결보행과 자세불안정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동결보행은 걷다가 갑자기 멈추는 등 얼어붙은 사람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증상이다. 움직이려 해도 발이 꼼짝도 하지 않아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앞으로 넘어지는 셈이다. 

환자의 나이, 성별, 파킨슨병 투병기간 등 인구학적·임상적 요인을 고려한 결과 앞으로 넘어진 환자는 동결보행과, 옆 또는 뒤로 넘어지는 환자는 불안정한 자세와 연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이 두 그룹간 동결보행이 어느 정도인지 설문조사를 토대로 점수를 매긴 결과 앞으로 넘어진 환자의 동결보행 점수는 평균 12.2점으로, 다른 방향으로 넘어진 환자의 8.7점보다 1.4배 높았다.
반면 다른 방향으로 넘어진 환자는 자세불안정, 운동불능, 근육경직, 심리적 요인에 의해 균형을 잡지 못하는 게 주요 낙상 원인으로 분석됐다.

넘어진 방향에 따라 부상 정도도 달라졌다. 노인이 대부분인 파킨슨병 환자는 낙상에 의한 골절 위험이 크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 앞으로 넘어진 환자는 절반 이상(53.3%)이 중등도 이상의 부상을 입었다. 반면 다른 방향으로 넘어진 환자의 3분의 2(64.7%)는 부상 정도가 병원치료가 필요 없을 만큼 경미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지만 매일 넘어지는 환자의 비율도 앞으로 넘어진 환자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진환 교수는 “낙상은 파킨슨병 환자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 원인으로 사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며 “걸을 때 조급해하지 말고, 앞을 바라보면서 되도록 보폭을 크게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걷다가 몸을 돌릴 땐 다리가 엇갈려 발이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