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대학교가 개교 100주년을 맞아 개설한 인문학강좌에 초청된 연자들의 강연 내용을 엮은 시리즈 1편으로 ‘앞으로 어떤 세상이 올 것인가’가 최근 출간됐다.
전교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개설한 대형 인문학강좌는 2010년 9월 10일부터 2016년 9월까지 무려 12기에 걸쳐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 강좌에 초청된 강사만 150여명, 그동안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이수성 전 국무총리, 정의화 전 국회의장, 정운찬 전 총리,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백종현 서울대 명예교수, 황경식 서울대 명예교수,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등 각계의 명망 있는 인사들이 강사로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인문학강좌는 하나의 테마만을 놓고 진행된 게 아니라 한국은 물론 세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서 일어났거나 예견되는 사회·정치·경제·문화 등 인류의 전반적인 현상을 설명했다.
인문학강좌를 기획한 유석성 전 총장은 “시카고대학교의 ‘사카고 플랜’은 삼류였던 이 학교를 세계 일류대학으로 만들었다”며 “허친슨 총장이 1929년 취임해 ‘고전 100권 읽기’를 밀어붙인 게 단초가 됐다”고 소개했다. 인문학은 고대 그리스에서 기초교양교육(Paideia)으로 시작해 로마에서는 인간에 관한 연구인 휴마니타스(Humanitas)로 이어졌다. 인문학은 기초교양이자 인간에 관해 이해하는 학문의 총체인 것이다.
유 전 총장은 “최근 실용학문과 취업에 밀려 대학에서 인문학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메마르고 각박해져 가는 현대사회에서 인간답게 사는 게 어떤 것인지, 마음이 풍요로운 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제시하기 위해 강좌를 열었고 이를 통해 지성·영성·덕성이 조화된, 교양과 인성을 갖춘 훌륭한 인재들을 키우려 했다”고 취지를 소개했다.
이어령 전 장관은 “과학을 가르쳐도, 장사를 하더라도 ‘인문학적 접근을 하라’”며 “그렇게 하면 교환가치, 소유가치 등 모든 가치가 생명가치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부터 수단을 살지 말고, 삶의 목적에 살아야 한다”며 “이에 도달하기 위한 날개가 인문학적 상상력에 바탕한 창조의 날개”라고 단언했다.
이번 인문학강좌 시리즈 1편은 △역사와 문화 △사상과 윤리 △인간과 리더십 △시대와 평화 등 4가지 대주제로 강연들을 분류했다.
예컨대 백종현 명예교수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윤리관에 칸트의 윤리사상이 밑바탕을 제공하고 있다”며 칸트의 의무 개념을 역설했다. 같은 맥락에서 황경식 명예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을 통해 교육을 통한 덕윤리의 함양을 강조한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는 통일한국의 비전을 ‘네덜란드 같은 통상국가’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미국과의 동맹 강화,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강화, 한층 더 높인 국제사회 기여 등을 전략적 단계로 제시했다. 박경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남북 간의 관계에 더 집중하여 가장 먼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독일 통일과 헬싱키 프로세스 등을 분석했다.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옛날 중국 사마상여(司馬相如, BC 179-117)의 말을 인용, “비상시에 아주 비상한 어려움이 있을 때에는 비상한 사람이 나와야 비상한 일을 할 수 있고, 비상한 일을 한 다음에야 비상한 공을 세울 수 있다”며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참으로 훌륭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5년전 강연에서 현 트럼프 정부 같은 미국우선주의, 동남아를 쥐고 흔드는 중국 패권주의, 한국의 인구급감 등을 예견해 놀라움을 더한다.
조국 청와대 수석은 당시 강좌에서 성소수자, 불법 해외체류자, 결혼이주자, 혼혈아, 장애자, 종교적·사상적 소신에 따른 군 대체복무자 등의 인권 문제를 소개하면서 나 아닌 ‘그러나 다른 사람’의 인권을 소통을 통해 챙겨줘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소신이 그의 말마따나 진보정권 집권 플랜에 꽤 반영돼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조순 외 15인 공저, 종문화사 간, 400p,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