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운동 겸 취미생활로 산책을 즐기는 당뇨병 환자 A 씨(45)는 최근 한강에 가는 것이 두려워졌다. 무더위를 피해 한강공원이나 둔치에서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인원들을 보면 식욕을 참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뇨병은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병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당뇨병 환자가 지켜야 할 1순위는 식사요법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게 먹기’가 중요하다. 식사요법은 체중, 혈당, 혈중 지질농도를 정상 수준으로 유지하고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필수다. 균형잡힌 식습관과 생활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고혈당, 고지혈증, 고혈압 등 혈관 합병증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단순히 음식을 덜 먹는 것은 올바른 식사요법이 아니다. 필수영양소로서 열량을 내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거나 과다섭취하면 신진대사의 균형이 깨진다. 전숙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잡곡밥은 식이섬유가 많고 포만감을 느끼게 해 당뇨병 환자에게 좋지만 반드시 현미나 흑미 같은 잡곡밥만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혈당을 제대로 조절하려면 쌀밥이든 잡곡밥이든 허용량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체조직을 만드는 데 필요한 단백질은 고기·달걀·생선 등을 통해 섭취하되 하루 섭취량(몸무게 1㎏당 0.8~1.2g)을 준수해야 한다. 고기는 지방이 적은 부위를 선택하고 조리 전 찌거나 살짝 데치면 기름기를 줄일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과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혈중포도당수치가 높아지기 쉬우므로 음식을 조금씩 여러 번 나눠 먹는 습관이 중요하다. 탄수화물은 총 열량의 50~60%, 지방과 단백질은 각각 20% 내외로 섭취하도록 권고하지만 식습관, 기호도, 치료 목표에 따라 차이날 수 있다.
전숙 교수는 “너무 비만하거나,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되거나, 단백뇨 등 콩팥이상 징후가 보이는 환자는 권장되는 식사요법이 다르다”며 “의사와 상의한 후 개인의 질환 상태에 알맞은 식사요법을 따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