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불청객’으로 알려진 뇌졸중이 실제로는 여름철인 7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대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2013~2015년 ‘월별 뇌졸중 발생 추이’를 분석한 결과 여름인 7월이 총 59만6120명으로 12월(58만9187명)보다 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뇌졸중 같은 뇌혈관질환은 겨울철 갑작스러운 기온 저하로 혈관이 수축, 혈압이 오르고 혈류 속도가 빨라지면서 혈관이 터져 발생한다. 반면 여름철에는 체온 상승을 막기 위해 체내 혈관이 팽창하고 혈류 속도가 저하된다. 이로 인해 혈액, 산소, 영양분이 주요 장기와 세포에 제 때 공급되지 않아 뇌졸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무더위로 인한 탈수도 발병 원인 중 하나다. 땀의 과도한 분비와 활동량 증가로 체내 수분이 급격히 줄면 혈액 점도가 높아진다. 이럴 경우 ‘피떡’으로 불리는 혈전이 생성돼 혈관을 막아 뇌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
실내 냉방으로 체온이 떨어진 상태에서 갑자기 기온이 높은 외부로 나가는 등 체온이 급격히 변하는 경우에도 혈액 흐름이 정체되면서 혈전이 생겨 혈관이 막힐 수 있다.
영국 런던대의 연구결과 여름철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뇌졸중 사망률이 2.1%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심장학회도 기온이 32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뇌졸중 위험이 66%나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김정민 중앙대병원 뇌졸중클리닉 신경과 교수는 “흔히 뇌졸중은 겨울철 추위로 혈관이 수축해 발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계절 모두 발생할 수 있다”며 “여름철엔 탈수 또는 염증 반응으로 생성된 혈전이 혈관을 막아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어 평소 고혈압·당뇨병·심방세동을 앓거나, 고령이거나, 가족 중 뇌졸중 병력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름철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평소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한두 시간 간격으로 한 잔씩 물을 나눠 마시고, 외출 전후나 땀을 많이 흘린 뒤에는 물을 두 컵 이상 마셔주는 게 좋다.
실내외 온도차는 10도를 넘지 말아야 한다. 노인, 만성질환자, 뇌졸중 병력이 있는 사람은 더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에어컨 바람을 오래 쐬거나, 외출 후 찬물로 샤워하거나, 갑자기 계곡이나 수영장에 뛰어들어가는 것을 삼가야 한다.
휴가지에선 뇌졸중으로 환자가 쓰러질 경우에 대비해 3시간 이내에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사전에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뇌졸중 발생률이 2배 높으므로 반드시 금연하고 과음하지 않도록 한다.
김정민 교수는 “여름철 발생하기 쉬운 뇌경색은 혈관을 개통하는 혈전용해술로 신경손상을 최소화해야 마비나 사망 등을 막을 수 있다”며 “초급성기에만 시행할 수 있으므로 증상 발생 후 적어도 2시간 내에는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