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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넥신, 자궁경부전암 치료백신 ‘GX-188E’ 임상2상서 67% 효과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7-05-10 09:17:37
  • 수정 2021-06-10 19: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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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속형 성장호르몬 ‘GX-H9’, 월 2회 투여가능 … 하이브리드항체 적용
제넥신의 자궁경부전암 DNA치료백신 ‘GX-188E’ 제조 및 작용 과정

지난해 6월 국내 생명공학기업 제넥신은 개발 중인 DNA 기반 자궁경부전암(CIN) 치료백신 ‘GX-188E’의 국내 임상 2상 중간평가 결과 3기 환자에서 완치율이 67%(33명 중 22명)로 확인됐다고 10일 발표했다.

자궁경부전암은 자궁경부암 전 단계로 사람인유두종바이러스(HPV, Human Papillomavirus) 16형 또는 18형 감염이 두 질환의 대표적인 발병원인이다. 자궁경부전암 3기는 수술 외에 별다른 치료옵션이 없어 GX-188E가 글로벌 혁신신약(first in class)으로 자리잡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바이오기업 이노비오(Inovio)가 개발 중인 DNA 기반 자궁경부전암 치료백신인 ‘VGX-3100’ 등 해외 업체의 다른 신약후보물질은 자궁경부전암 2·3기 임상연구 결과 치료율이 50% 미만에 그쳐 제넥신이 경쟁에 유리한 상황이다.

GX-188E의 국내 2상 임상에는 HPV 16형 또는 18형에 감염돼 자궁경부전암 3기를 진단받은 환자 72명이 참여했다. GX-188E 1㎎을 투여한 지 20주가 지난 33명 환자 중 20명(61%)에서 치료효과가 확인됐다. 16주 동안 추가관찰한 결과 치료율이 67%까지 상승했다.

GX-188E의 연구결과는 ‘2016 유럽 생식기감염·종양학회(EUROGIN, EUropean Research Organisation on Genital Infection and Neoplasi) 연례회의’에서 공개됐다.

제넥신은 회사 설립자인 성영철 회장 겸 기술총괄책임자(CTO)가 포스텍(포항공대) 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99년에 학내 벤처로 출발했다. 성 회장을 주축으로 개발한 플랫폼 기술인 DNA 기반 치료백신과 차세대 항체융합단백질로 불리는 하이브리드항체(hybrid Fc)를 바탕으로 세계적 수준의 블록버스터 신약개발을 추진 중이다. 플랫폼 기술은 다양한 신약개발에 적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뜻한다.

DNA치료백신은 체내 면역반응을 유도해 암세포, 바이러스 감염세포 등을 선택적으로 죽인다. 이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GX-188E은 HPV 16형 또는 18형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원 유전자를 운반체DNA(벡터)에 삽입해 만든다.

GX-188E을 몸 안에 주입하면 근육세포에서 HPV 특이적 항원이 발현되며, 이 항원은 세포독성T세포(killer T cell, CD8+ T세포)를 활성화해 T세포가 HPV 감염세포를 제거하도록 한다. 자궁과 상관없이 HPV를 선택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외음부상피내종양, 항문내상피내종양 등에도 효과가 있다. GX-188E에는 DNA백신의 체내전달률을 높이는 전기천공(electroporation) 기법이 적용됐다.

제넥신은 GX-188E를 대표적인 면역항암제인 면역관문억제제(checkpoint inhibitor)와 병용해 자궁경부암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회피하는 것을 차단한다.

이 회사는 또 하이브리드항체 기술을 적용한 지속형 성장호르몬제 ‘GX-H9’을 한독과 공동개발 중이다. 녹십자와는 조혈호르몬(EPO, Erythropoietin) 성분의 빈혈치료제 ‘GX-E2’를 개발하고 있다.

호르몬, 항체 등 단백질 성분의 바이오의약품은 경구투여하면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므로 주사 제형으로 만든다. 하지만 반감기가 짧아 주사를 자주 맞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항체융합단백질 기술은 투여주기를 연장하는 방법 중 하나로 단백질의약품에 항체(IgG)를 접합시켜 혈중 약물 반감기를 늘린다. 항체의 한 종류인 면역글로불린G(IgG, Immunoglobulin G)은 혈관내피세포 표면의 신생아Fc수용체(FcRn, Neonatal Fc receptor)와 결합하면 세포내섭취(endocytosis) 작용이 일어난다. IgG와 접합된 단백질약물은 분해되지 않고 세포내섭취 작용에 의해 혈관내피세포 안 소낭(vesicle)에서 보관됐다가 혈액으로 서서히 방출된다. FcRn의 리사이클링(recycling) 작용에 따라 약물 성분이 바로 분해되지 않으므로 장기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제넥신의 하이브리드항체는 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와 함께 차세대 지속형 항체융합단백질 기술로 분류된다. 기존 기술보다 생체활성이 높고 약효 지속시간이 길며, 면역원성을 최소화했다.
 
제넥신의 차세대 항체융합단백질 플랫폼 기술 ‘하이브리드항체’


제넥신 하이브리드항체의 차별화된 특징은 유전자를 변형하지 않고 자연 항체인 IgD와 IgG4를 융합했다는 것이다. 기존 기술 대부분은 유전자재조합 IgG1이나 IgG4 중 한 종류만을 사용한다. 이에 비해 IgD와 IgG4를 융합하면 IgD의 두 항원결합 영역(Fab, Y자 모양 항체에서 가지 부분)에 다양한 단백질 약물을 탑재할 수 있다. 또 IgD와 IgG4의 각 Fc 영역(Y 모양 항체 아랫 부분)을 붙인 접합부가 외부로 노출되지 않으므로 정상세포 사멸, 생체 효소에 의한 하이브리드항체의 구조 절단 등을 예방할 수 있다. 당연히 약물로서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GX-H9는 최근 공개된 소아 성장호르몬결핍증 환자가 참여한 글로벌 임상 2상 중간평가 결과 월 2회 투여로 매일 맞아야 하는 기존 치료제와 동등한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전체 환자의 약 50%인 24명에서 도출한 3개월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평균 키성장률(mean height velocity in ㎝/year)을 추정분석했다. 그 결과 GX-H9을 월 2회 체중(㎏)당 2.4㎎ 투여한 그룹은 연평균 12.4㎝, 주 1회 1.2㎎/㎏ 투여군은 15.3㎝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1일 1회 투여하는 기존 성장호르몬을 3개월간 주사했을 때 연평균 키성장률 예측치는 12.7㎝다.

제넥신은 지난달 열린 ‘2017 미국내분비학회(ENDO, The Endocrine Society) 연례 학술회의’에서 이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성인 환자가 참여한 임상연구 결과도 곧 공개할 계획이다. 성인 성장호르몬결핍 환자는 성장판이 닫혀 GX-H9 등 성장호르몬을 투여해도 키가 자라지 않지만 복부지방 감소, 근력 증가 등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회사는 기술 잠재력을 인정받아 2009년 코스닥에 상장한 후 현재 시가총액 7000억원이 넘는다. 2015년 10월 중국 타스젠(Tasgen)과 지난해 2월 푸싱(Fosun, 復星)에 하이브리드항체 기술을 일부 의약품에만 사용하는 조건으로 각각 1150억원과 530억원에 수출했다. 지난해 6월 8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15년 8월 이 회사에 합류한 경한수 대표이사(경영최고책임자, CEO)는 의사 출신 생명공학 비즈니스 전문가로 미국 코넬대 의대 박사학위를 받고 신경외과 전문의로 활동했다. 이후 하버드 경영대학원(MBA)를 마치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바이오벤처 전문 투자회사인 버릴앤드컴퍼니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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