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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사당하는 뇌, 기억력 감퇴 원인 … 하루 한번 ‘멍’하세요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4-06 00:52:06
  • 수정 2020-09-13 16:2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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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식·집중 밸런스 유지돼야 … 뉴턴·아르키메데스 멍때리다 대발견, 과도하면 치매 원인
뇌가 휴식없이 장시간 집중모드로만 가동되면 과부하가 걸려 기억저장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2014년 10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선 국내 최초로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처음엔 ‘참 할짓도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점차 대중적인 관심이 모아져 연례 행사가 됐고, 인기가 중국으로 퍼져 그해 11월 청두에서 현지 최초의 멍때리기 행사가 개최되기도 했다.

참가자는 3시간 동안 무료함과 졸음을 이겨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유지하면 된다. 휴대전화, 시간확인, 잡담나누기, 노래나 춤추기, 독서와 딴짓 등은 전부 규칙 위반 행위에 속한다. 
대회 중엔 말을 할 수 없어 빨강, 파랑, 검정, 노랑색 카드로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졸리면 빨강, 목마르면 파랑, 더우면 검정, 기타 불편사항엔 노랑색을 흔들면 진행요원이 필요에 따라 마사지를 하고 물을 제공해준다. 심박동수 측정 및 관람시민 투표를 통해 가장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 사람이 우승자로 선발된다.  

‘제1회 멍 때리기 대회’ 우승자는 초등학생 김모 양(9)으로 대회 당시 유난히 멍한 표정 탓에 화제를 모았다. 겨우 아홉살 소녀가 그런 멍한 표정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은 여러 학원을 다니며 누적된 피로감 탓이었다. 어린 나이에 많은 지식을 습득하다보니 피로가 누적돼 평소에도 자주 멍한 표정을 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김 양의 어머니가 대회 후 딸이 좋아하는 과목의 학원만 다니도록 배려해줬다고 한다.

문명의 이기에 지배당한 현대인은 뇌를 혹사시키고 있다. 밤이 돼도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뇌가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인간의 뇌는 몸무게의 3%에 불과하지만 신체 에너지의 20%를 소모하는 만큼 휴식이 없다면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돼 혈압·혈당·체중 등이 잘 조절되지 않는다. 

학창 시절에 멍하게 있다간 혼나기 일쑤였지만 뇌과학 및 정신의학계에선 예전부터 ‘멍때리기’를 지친 뇌를 쉬게 해주고 정신을 이완시키는 데 효과적인 행위로 여겨왔다. 뇌에게 휴식을 주면 창조성이 발현돼 의외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고 불필요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된다. 신동원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인간의 뇌는 휴식과 집중이라는 두 가지 모드로 작동되며 이 둘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뇌가 휴식없이 장시간 집중모드로만 가동되면 과부하가 걸려 기억저장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이 ‘깜박깜박’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은 사과나무 밑에서 멍하게 있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아냈다. 그리스 대 수학자이자 발명가인 아르키메데스는 멍한 상태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부력의 법칙을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쳤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매일 아침 멍하게 앉아 하루를 시작했고, 애플 CEO였던 스티브 잡스도 모든 디지털기기에서 벗어나 산책을 하며 머리를 비웠다.

보통 사람도 하루종일 책상이나 컴퓨터 앞에 앉아 고민할 때보다 멍하게 창밖을 바라볼 때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사례가 많다. 미국 발명 관련 연구기관의 조사결과 미국 성인의 약 20%는 자동차에서 가장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고 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능지수(IQ)를 향상시키는 31개지 생활습관 중 하나로 멍 때리기를 꼽기도 했다. 
신 교수는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멍하게 있는 게 좋다”며 “이를 통해 뇌가 쉴 수 있는 시간을 주면 잡생각을 떨쳐내고 기억력과 창의력을 회복시키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습관적으로 멍을 때린다고 해서 뇌기능이 무조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시도때도 없이 멍하게 있다가는 뇌세포 노화가 촉진돼 치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또 멍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건망증이 심해지고, 불안·분노·근심 등이 잦아지며, 계산능력이나 판단력이 떨어지면서 우울증이 동반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겉으로 볼 때 멍한 상태여도 머리 속에 부정적인 생각이 남아 있다면 오히려 걱정과 우울감이 더해진다. 

일각에선 가만히 멍때리는 것보단 집중력을 요구하지 않는 특정 행위를 반복하는 게 오히려 뇌 휴식에 도움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001년 미국 신경과학자 마커스 레이클은 ‘쉬고 있지만 쉬고 있지 않은 뇌’라는 연구논문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집중력을 요구하지 않는 작업을 수행할 경우 뇌의 ‘디폴트모드 신경회로(DMN, Default Mode Network)’가 활성화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보다 뇌가 더 푹 쉴 수 있다. 예컨대 욕조에 앉아 반신욕을 하거나, 정원의 사과나무를 바라보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윤곽선이 그려진 그림에 각종 색깔을 칠하는 색칠공부도 뇌를 쉬게 하는 데 도움된다. 반대로 빈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뇌에 엄청난 부담과 스트레스를 준다. 

그의 주장은 아직 주류 의학계로부터 인정받지 못했지만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 새로운 연구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DMN은 뇌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자기의식이 분명치 않은 사람은 DMN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한다. 스위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는 DMN 활동이 거의 없고, 사춘기 청소년도 일반인에 비해 DMN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못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신건강의학자들도 장기적으로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생각을 완전히 멈추는 것보다 평소 사용하지 않는 뇌 부위를 활성화하는 게 도움된다고 입을 모은다. 신 교수는 “평소 오른손을 사용한다면 하루에 한두 번씩 왼손으로 물건을 잡거나 그림을 그려보는 등 행동 패턴에 변화를 주도록 한다”며 “독서 등으로 꾸준히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한편 하루에 한두번씩 산책을 나가거나 반신욕을 해 뇌를 쉬게 해주면 기억력과 정보처리 능력이 향상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단 TV 시청은 하루에 한 시간을 넘길 경우 오히려 뇌기능이 퇴보되고 치매 위험을 10%가량 높일 수 있어 시간 조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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