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나타나는 급작스러운 신체 변화 중 대표적인 게 춘곤증이다. 쉽게 피곤해지고 식사 후 졸음이 쏟아져 업무나 학업에 지장이 생긴다. 흔히 춘곤증을 질병으로 여기는데 신체가 급변하는 날씨에 적응하는 일련의 증후군일 뿐이다. 하지만 간혹 비염이나 축농증 등 다른 원인질환에 의한 수면장애로 피곤함이 몰려오는데, 증상이 춘곤증과 비슷해 원인질환을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임도형 다인이비인후과병원 알레르기비염센터장은 “시도때도 졸린 증상을 단순 춘곤증으로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비염이나 축농증이 만성화된 뒤 내원하는 환자가 많다”며 “비염, 부비동염 같은 이비인후과질환은 코막힘에 의한 수면장애를 일으켜 주간에 극심한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은 코가 막혀 입으로 숨쉬면 부정교합 또는 악관절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치료가 필요하다.
봄은 심한 일교차, 꽃가루, 황사, 미세먼지 등에 의한 대기오염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환경은 면역력을 급격히 떨어뜨려 호흡기 염증을 유발하고 감기, 알레르기비염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콧물과 코막힘이 주로 나타나고 축농증(만성 부비동염)으로 악화되기 쉽다.
축농증은 부비동이 막혀 분비물이 제대로 배설되지 않아 염증과 고름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요 증상으로 △지속적인 누런 콧물 △안면통증 △콧물이 코 뒤로 넘어가는 후비루 등이 나타난다. 치료 시기를 놓쳐 만성화되면 후각감퇴, 두통, 집중력 저하가 동반돼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부비동은 얼굴뼈에 존재하는 빈 공간으로 작은 구멍(자연공)을 통해 콧속과 연결돼 분비물 배설 및 환기(쿨러) 기능을 수행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결과 2016년 급성 부비동염으로 이비인후과에 내원한 환자는 약 416만명에 달했다. 환자 수는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2015년을 기점으로 다시 급증하고 있다. 만성 환자도 지난해보다 3만명 늘어 조기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는 부비동 세척을 기본으로 필요에 따라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만성화되면 약물치료만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어 수술치료가 필요하다. 임도형 원장은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소형 내시경을 통해 비교적 간단하게 축농증을 치료할 수 있다”며 “코막힘, 누런 콧물, 만성피로 증상이 수 주 이상 지속되면 이비인후과 전문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