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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도 애좀 봐줘’ … 황혼육아의 그림자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3-24 10:54:39
  • 수정 2024-07-08 12: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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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목건초염·터널증후군 등 관절질환, 심장질환까지 초래 … 우울증에 갱년기 증상까지 겹쳐
맞벌이부부가 늘면서 조부모가 손주를 키우는 ‘황혼 육아’가 증가하고 있다. 젊은 부모들은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부모를 바라보고, 노부부는 이런 사정을 빤히 알기에 육아 부탁을 거절하기 어렵다. 2012년 보건복지부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맞벌이부부 520만 가구 중 50.9%가 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0∼3세 영유아의 70% 이상, 미취학 아동의 35%가 일과시간(오전 9시∼오후 6시)에 조부모나 외조부모의 돌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은 평균적으로 주당 5일, 하루 8시간 이상 육아를 담당한다. 직장인의 주당 근로시간은 40시간이지만, 황혼육아를 담당하는 노인들의 근로시간은 주당 47시간을 넘긴다. 장시간 육아를 전담하다보면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또 국무총리실 산하 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가 만 5세 이하 아이를 둔 부모 1100명에게 누가 아이를 봐주는지 물었더니 따로 사는 외가에 자녀를 맡기는 경우가 35%로 가장 많았고, 친할머니·할아버지가 22%로 뒤를 이었다.

이런 사회적 현상을 반영해 황혼육아를 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할마(할머니+엄마)’, ‘할빠(할아버지+아빠)’라는 신조어가 붙었다. 하지만 아무리 손자·손녀가 예쁘고 사랑스럽더라도 힘든 육아 탓에 척추와 관절이 점차 약해지고 전반적인 몸 상태가 악화된다. 노년기 우울증과 황혼육아가 겹쳐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국립국어원은 이처럼 황혼육아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증상을 의미하는 ‘손주병’을 신조어로 선정했다.

손목은 황혼육아로 인해 가장 혹사당하는 부위다. 7~9㎏에 달하는 아이를 반복해서 안으면 손목이 꺾이면서 주변에 통증이 발생하기 쉽다. 


손목건초염은 손목힘줄을 싸고 있는 막 또는 내부 공간에 염증이 생겨 관절 부위가 붓고 통증이 생기는 염증질환이다. 이 병을 처음 소개한 스위스 의사 이름을 따 ‘드퀘르벵증후군(DeQuervain Syndrome)’이라고도 한다.

문준규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묵직한 통증이 손목과 엄지손가락 주변으로 퍼져 도마를 손으로 들거나, 손잡이를 돌리는 것처럼 손에 힘이 들어가는 동작이 어렵다”며 “저절로 괜찮아질 때도 있지만 심하면 엄지손가락을 구부리기조차 어렵고 손목 주변에서 좁쌀만 한 혹이 만져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자가진단법으로 엄지손가락을 나머지 손가락으로 쥔 뒤 손목을 아래로 굽히거나, 다른 손으로 엄지손가락을 잡아당긴 후 손목을 위·아래로 움직일 때 통증이 있으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손목과 엄지손가락 사이의 패인 부분을 눌렀을 때 통증이 심해도 마찬가지다.  

염증 초기라면 통증 부위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이후 보호대를 손목관절에 고정한 뒤 찜질로 통증과 부기를 가라앉힌다. 붓거나 열감이 있으면 냉찜질을 하고, 뜨거운 느낌 없이 아프기만 하다면 온찜질로 혈액순환을 돕는 게 좋다. 임신 중 증상이 생긴 경우 출산 이후에 사라지기도 한다.

증상이 심하면 진찰이나 혈액검사로 염증반응 수치를 확인하고 약물처치나 수술을 받아야 한다. 대부분 체외충격파·소염진통제 복용 등 비수술로도 증세가 호전될 수 있다. 휴식과 찜질로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국소마취제를 섞은 스테로이드주사로 치료할 수 있다. 환자의 60%는 주사로 영구적인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 
주사치료 후에도 6개월 이상 통증이 이어지면 건막제거술이 필요하다. 이 수술은 염증세포가 침투한 건막(힘줄을 싸고 있는 얇은 막)을 걷어내는 방식이다. 

하루에 10분 정도 주먹을 쥐고 원을 그리듯이 손목을 돌려주거나, 팔을 쭉 뻗은 상태에서 손가락을 위·아래 방향으로 번갈아 가면서 눌러주면 증상 완화에 도움된다.

손목터널증후군도 황혼육아로 인해 자주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손가락을 지나는 3개의 신경 중의 하나인 정중신경(손바닥 쪽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큰 신경)이 눌려 신경마비 증상이 발생한다. 갑자기 무리하게 손목을 사용하면 손목 앞 쪽 피부조직 밑에 작은 통로인 손목터널을 덮고 있는 인대가 두꺼워져 신경을 압박, 통증을 초래한다. 통증과 함께 손바닥과 손가락 끝이 전기가 오듯 찌릿한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움직이기 힘들다. 

문 교수는 “손목건초염과 혼동하기 쉬운데 손목건초염은 염증에 의해 통증이 더 심하고, 손목터널증후군은 신경에 문제가 생겨 손저림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며 “기도하는 모양과 반대 방향으로 손등을 닳게 해 손목을 꺾은 뒤 1분 내 통증이 느껴지면 손목터널증후군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손목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더운물에 20~30분 찜질하면 증세가 완화된다. 통증이 지속되거나 심한 경우에는 병원을 방문해 약물치료나 주사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이밖에 아이가 운다고 서둘러 들쳐 안다가 허리를 삐긋하기도 한다. 아이를 안을 땐 당황하지 말고 가급적 많은 근육을 동시에 사용하는 게 좋다. 아이를 안을 땐 무릎을 구부린 뒤 허리근육을 펴지 않은 상태에서 신체의 수직축과 가까이 들어야 무리가 가지 않는다. 아이를 돌보기 전에는 항상 스트레칭이나 맨손체조로 각종 관절을 적당히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게 도움된다. 

손주병은 꼭 관절질환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3년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4년간 1주일에 9시간 이상 손주를 돌본 60세 전후 노인 1만3392명을 조사한 결과 동년배 다른 노인에 비해 심장병 발병률이 55%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심혈관계 노화가 진행되는 상태에서 육아로 인한 만성 스트레스와 육체피로가 겹쳐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해 각종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정신적인 문제도 초래한다. 노년층은 각종 호르몬 변화와 급격히 저하된 신체기능 탓에 우울증에 노출되기 쉬워 적절한 신체활동과 정서교류가 중요하다. 만약 개인 시간도 없이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와 하루 종일 함께 있으면 우울증이 유발 및 악화될 확률이 높다. 갱년기증후군처럼 잦은 짜증과 무기력함까지 동반돼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스스로 기분전환이나 두뇌활동으로 마음의 여유를 갖고, 가족구성원은 양육을 맡은 노인의 부담을 인정하고 배려해야 한다. 1주일에 주말을 이용해 단 하루라도 아기 부모가 애기를 돌보고 고생한 부모에게 휴식의 시간을 선물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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