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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폐동맥고혈압약 ‘옵서미트’, 시장 1위 ‘트라클리어’ 대체 중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7-03-23 19:27:40
  • 수정 2023-06-01 05: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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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텔리온의 트라클리어 후속약, 복용 간편 … 매달 간기능검사 필요없고 1일1회 투여

폐동맥고혈압(PAH)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운반하는 폐동맥 내부 공간이 좁아지면서 호흡곤란을 일으켜 사망할 수 있는 진행성 희귀질환으로 인구 100만명당 50명 꼴로 발생한다. 전체 환자의 80%가 여성으로 20~40대에 많이 발견된다.

PAH는 혈관벽이 세포 수와 크기 증가로 두꺼워지거나, 벽내 흉터가 생겨 뻣뻣해지며 염증반응이 관찰된다. 가슴조임, 피로감, 운동능력 제한, 족부 부종, 빈맥 등 증상이 나타난다.

1995년 이후 병인이 되는 물질을 타깃으로 하는 혈관확장제인 프로스타사이클린 유사체(prostacyclin analogue, PA)인 스위스 악텔리온파마수티컬즈(지난 1월 미국 존슨앤드존슨에 인수됨)의 ‘벨레트리 정맥주사’(성분명 에포프로스테놀, epoprostenol, 국내 미출시), 엔도텔린수용체 길항제(endothelin receptor antagonist, ERA)인 악텔리온파마수티컬즈코리아의 ‘트라클리어정(성분명 보센탄, bosentan, 한독 판매)’, 포스포디에스테라제-5(PDE-5, phosphodiesterase-5) 억제제인 미국 화이자의 ‘레바티오정’(성분명 실데나필, sildenafil,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와 적응증만 다르고 성분은 동일, 국내 미출시) 등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치료예후가 향상되고 있다. 이전엔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칼슘통로차단제(CCB, Calcium Channel Blocker), 항응고제 등이 사용됐는데 병의 진행을 지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발성(idiopathic, 원인 불명, 일차성) 폐동맥고혈압은 1년 및 3년 생존율이 각각 90%, 82%로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인 1980년대의 68%, 48%에 비해 개선됐다.
폐동맥고혈압은 원인 질환이 발견되지 않은 특발성과 기저질환이 있는 이차성으로 나뉜다. 특발성 폐동맥고혈압 환자 중 10%는 가족 중 한 명 이상이 이 병에 걸린 가족성에도 속한다. 기저질환으로는 선천성 심장질환, 전신성경화증·루푸스 등 결합조직질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등이 있다.    
악텔리온의 트라클리어는 엔도텔린수용체 길항제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폐동맥고혈압치료제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 처방액은 10억2000만프랑(약 1조1537억원)으로 2015년 11월 특허가 만료되면서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원외처방액 조사기관인 유비스트 기준 지난해 국내 매출은 75억4800만원으로 제네릭 출시 여파로 2014년 105억7900만원에서 30% 떨어졌다.

엔도텔린-1(ET-1)은 A형 엔도텔린수용체(ETA)에 결합해 폐동맥 근육세포를 증식, 혈관을 수축시키는 반면 B형 수용체(ETB)에 붙을 때는 혈관이 확장된다.

트라클리어는 비선택적 엔도텔린수용체 차단제로 임상연구 ‘BREATH’에서 위약 대비 6분 도보거리 향상, 악화되기까지의 기간 연장, 전신경화증으로 인한 수족궤양증 예방 등 효과가 확인됐다. 다만 간효소 시토크롬P450(CYP)의 한 종류인 CYP2C9, CYP3A4의 유도물질(inducer)로 간세포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매달 간기능검사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6월 국내 출시된 ‘옵서미트정’(성분명 마시텐탄, macitentan, 한독 판매)’은 악텔리온이 트라클리어의 특허만료로 새롭게 선보인 후속약으로 투여 편의성이 개선됐다. B형보다 A형 엔도텔린수용체에 특이적으로 결합한다. 기존 엔도텔린수용체 길항제와 달리 매달 간수치 검사를 필수적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 1일 1회 1정 복용해 트라클리어의 1일 1정씩 2회보다 투약 횟수가 줄었다.

옵서미트는 총 742명의 폐동맥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2년간 진행된 임상시험인 ‘SERAPHIN’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위약 대비 사망 또는 이환 위험을 45% 낮췄으며, 간독성·부종 등 부작용 발현율은 비슷했다. 지난해 세계 매출 8억3100만프랑(약 940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7% 성장했다. 트라클리어를 포함한 기존 약을 대체하고 있다. 올해 최소 1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한국법인의 ‘볼리브리스정(성분명 암브리센탄, ambrisentan,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 개발)’은 A형 엔도텔린수용체 선택적 차단제로 1일 1회 1~2정(5㎎ 또는 10㎎) 투여한다. 트라클리어와 같이 매달 간수치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약은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해 2007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받았다. 현지에서는 길리어드가 상품명 ‘레타이리스’로 판매하고 있으며, 미국 외 지역에서는 GSK가 마케팅을 담당한다. 지난해 3분기 글로벌 시장 누적처방액은 5억9300만달러(약 6662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볼리브리스는 허가임상 ‘AIRES’에서 증상 개선, 운동능력 향상, 악화 지연 등 효과가 입증됐다. 2014년 발표된 다른 임상연구인 ‘AMBITION’ 결과 PDE-5억제제인 릴리의 시알리스와 병용한 환자군은 볼리브리스 단독요법 대비 임상적 치료실패 위험이 50% 낮았다. 그러나 병용치료군에서 말초부종, 두통, 빈혈 등 부작용이 더 빈번했다.

엔도텔린수용체 길항제는 간효소인 아스파르트산 아미노전이효소(AST, aspartate aminotransferase) 및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ALT, alanine aminotransaminase) 수치를 상승시킬 수 있어 중증 간장애 환자에는 투여가 권장되지 않는다.

PDE-5억제제는 폐동맥고혈압치료제인 레바티오보다 같은 성분의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로 더 유명하다. 화이자는 실데나필 성분의 적응증을 폐동맥고혈압 및 발기부전으로 구분해 레바티오, 비아그라로 각각 허가받았다. 레바티오는 미국 등과 달리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상태다. 
PDE-5억제제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고리형 구아노신일인산(cGMP)를 분해하는 PDE-5 효소의 작용을 차단한다. 체내 혈관계에서 생성되는 일산화질소(NO)는 혈관 평활근세포 내로 들어가 cGMP 수치를 증가시켜 혈관을 이완한다. 이에 한국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 한국릴리의 ‘시알리스’(성분명 타다라필, tadalafil) 등은 고산병치료제로도 애용된다.

독일 바이엘의 신약 ‘아뎀파스’(성분명 리오시구앗, riociguat, 국내 미출시)는 혈관을 확장하는 cGMP 생성을 활성화하는 효소인 sGC(soluble guanylate cyclase)의 작용을 촉진한다. 기존 PDE-5억제제와 달리 내인성(몸 안에서 만들어지는) 일산화질소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게 특징이다.
 
프로스타사이클린 유사체는 폐동맥고혈압 환자에서 부족한 프로스타사이클린을 보충한다. 프로스타사이클린은 체내 생리활성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의 한 종류로 혈관벽 내피세포에서 생성된다. 혈관벽을 이완해 혈액이 쉽게 흐르도록 하고 세포가 과다하게 증식되지 않도록 한다. 다른 기전의 약에 비해 반감기가 짧아 주사 또는 흡입기로 자주 투여해야 하는 게 단점이다. 중증이거나 경구제인 엔도텔린수용체 길항제 등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 주로 처방된다.
 
벨레트리는 199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받은 이 계열 최초의 폐동맥고혈압치료제로 임상연구 결과 중증 환자에서 혈류역학적 지표, 삶의 질, 폐이식까지 기간연장, 생존율 등을 향상시켰다. 반감기가 짧아 지속적으로 정맥주사해야 하는 게 단점으로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약은 바이엘코리아의 ‘벤타비스흡입액’(성분명 일로프로스트, iloprost), 안트로젠의 ‘레모둘린 피하주사’(성분명 트레프로스티닐, treprostinil, 미국 유나이티드테라퓨틱스 개발), 베라프로스트(beraprost, 대표약품명 녹십자의 ‘베라스트정’) 등으로 정맥주사해야 하는 벨레트리의 불편을 개선했다.

벤타비스는 하루 6~9회 흡입기로 투여하며, 흔한 부작용은 기침으로 기존 주사제보다 전신 이상반응이 적다. 레모둘린은 피하주사제로 벤레트리보다 반감기가 길다. 베라프로스트는 경구제로 복용이 간편하지만 임상 근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바스트 로빈(Robyn Barst) 미국 컬림비아대 의대 심장내과 교수팀이 2009년 6월 ‘미국 심장학회지(JACC,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에 게재한 ‘최신 근거 기반 폐동맥고혈압 치료 알고리듬’ 논문에 따르면 베라프로스트를 권고 수준 C등급으로 비교적 낮게 분류했다. 이들 3가지 약은 허가임상에서 평가항목인 6분 도보거리 향상 등이 확인됐다.

악텔리온이 최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업트라비정(셀렉시팍, selexipag, 국내 미출시)’은 프로스타글란딘I2(prostaglandin I2, IP)수용체 작용제(agonist)로 기존 프로스타사이클린 유사체와 달리 혈관수축을 일으키는 프로스타글란딘E수용체3(EP3, prostaglandin E receptor 3)와 상호작용하지 않아 베라프로스트보다 혈관확장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폐동맥고혈압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의료진에 따르면 가족성 폐동맥고혈압 환자 중 58~74%, 가족력이 없는 특발성 폐동맥고혈압 환자 중 10~40%에서 BMPR2(bone morphogenic protein receptor 2)유전자의 돌연변이가 관찰된다.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BMPR2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한 사람 중 약 20%가 폐동맥고혈압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나머지 80%는 유전자변이가 있어도 발병하지 않으므로 인과관계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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