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국 미인도를 보면 그림 속 여성은 통통한 몸매와 둥그런 얼굴, 작은 턱과 작은 입술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시대가 선호하는 여성의 미는 탄탄한 몸매와 갸름한 얼굴, 뾰족한 턱과 두툼한 입술이다. 이처럼 시대에 따라 미의 기준이 완연 달라진 것은 서구화의 영향도 크지만 과도하게 남과 경쟁하고 타인을 의식하는 사회적 현상에서 비롯됐다고도 할 수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처럼 아름다움에 대해 열망하는 것은 사랑받고 싶은 욕망, 남들보다 우월해 보임으로써 자신감과 사회적 지위를 얻으려하는 심리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최순실 국정농단에서도 이런 면모를 찾아볼 수 있다. 아름다움과 젊음을 찾기 위해 비선 진료를 마다 않은 대통령과 수천 만원대의 성형 시술비를 지출한 최 씨 모녀 등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못생겼서’가 아니었다. 이제 ‘미(美)는 권력이다’라는 말이 광고 카피나 시쳇말이 아니라 하나의 ‘고전 상용어’처럼 굳어질 모양이다.
한가지 더 추가할 흥미로운 점은 새해 초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정유라가 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유라패딩’ ‘정유라차’와 같은 키워드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긴급체포된 최순실의 프라다 명품신발을 비롯해 청문회에 참석한 이재용의 립밤, 장시호 패딩 등이 네티즌들의 이목을 끌며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를 두고 흔히 ‘블레임룩 현상’이라고도 한다. 사회적으로 파문이나 논란을 일으킨 사람의 옷차림이나 화장품, 액세서리 등이 화제가 되며 대중이 관심을 보이는 현상이다. 피의자가 고가의 패딩을 입었다는 것만으로 기사감이 되는 것 자체가 외적인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사회적 현상이 아니고 무엇이라 할 수 있겠는가?
태어날 때부터 그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온 대부분의 평범한 여성들은 예뻐야 성공한다는 잘못된 틀에 박혀 자신의 능력과는 별개로 성형으로 자신감을 키워내고, 그것으로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으며, 더욱 능력 있고 멋진 이성을 만나 풍족한 삶을 누리길 꿈꾸고 있다.
지금과 같이 외모지향적인 사회에서 같은 능력이면 남보다 예뻐야 성공한다는 지나친 경쟁구도가 내면의 아름다움은 배제한 채 외적으로만 치우쳐 미의 기준을 획일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美’는 객관적이지 않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기회가 줄어든 현대사회에서는 오히려 호감도를 높이고 자연스럽게 애정을 주고받는 교감이 뒤따라야 진정한 미가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진한 서울턱치과 원장(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