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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염기서열분석, 암·유전질환 치료 효율 높여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6-12-21 18:12:52
  • 수정 2016-12-23 1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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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밀의학 선도할 핵심기술 … NGS 기반 유전자패널 검사 급여 적용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열린 내년 3월부터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next-generation sequencing) 기반 유전자패널(panel)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암·유전질환 등의 치료 효율을 높여 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부는 유전자패널의 표준화와 질관리 등을 위해 실시기관을 제한키로 했다. 또 비용효과성을 추가로 입증할 필요가 있어 본인부담률 50%로 조건부 선별급여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번 건강보험 적용 확대로 폐암 환자는 그동안 유전자 10종을 각각 다른 키트로 검사받았으나 앞으로는 NGS 기반 패널검사를 통해 진단부터 완치까지 전주기에 필요한 유전자검사를 한 번에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급성백혈병 진단과 치료방향 결정하기 위해 유전자 3종을 각각 검사하는 데 약 60~70만원(비급여)이 들었으나 건강보험이 지원으로 환자는 유전자 50종을 한번에 검사받고 약 5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DNA 유전정보는 4종류의 염기인 아데닌(A), 티아민(T), 구아닌(G), 시토신(C)이 배열된 순서에 따라 결정된다. NGS는 2005년 이후 개발된 많은 양의 유전자를 한번에 신속·정확하게 분석하는 새로운 유전자정보 해독법을 총칭한다. 낱개의 유전자를 각각 분석하는 기존 방식인 생어 염기서열분석법(Sanger sequencing)보다 비용도 저렴해 정밀의학을 선도할 핵심 기술로 꼽힌다.
454라이프사이언스는 2005년 세계 최초로 NGS 장비(플랫폼)인 ‘GS20’을 출시했다. 로슈는 2007년에 이 회사를 인수했으나 수익성 문제로 6년 만에 사업을 철폐했다.

홍성혜 국립암센터 정밀의학연구과 연구원이 지난 1월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발표한 ‘정밀의학에 활용되는 임상유전체의 연구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은 생명공학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대폭 줄었다.

1990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인간유전체프로젝트(HGP, Human Genome Project)를 시작할 때만해도 비용이 10억달러(약 1조원) 들고 분석에 6~8년이 걸렸으나 2003년 이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엔 1000만~5000만달러(약 100~500억원)와 3~4개월로 비용 문제가 개선됐다. 요즘엔 3000~5000달러(약 300~500만원)가 있으면 1~2일 안에 사람의 유전자정보를 알 수 있다.      

유전자검사 중 다수는 NGS가 등장하기 이전의 방식인 실시간-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real-time polymerase chain reaction) 또는 마이크로어레이(microarray, DNA칩) 등을 기반으로 시행되고 있다. 향후 NGS가 더 대중화되면 기존 기술을 대체할 전망이다.

NGS 장비 시장을 이끌고 있는 일루미나는 분석 비용을 1000달러(약 100만원)까지 낮출 것으로 기대되는 신제품 ‘HiSeq X Ten’을 2014년에 출시했다. 이 기기는 인간 유전체 대규모 분석에 최적화됐다. 국내 유전체분석 전문기업인 마크로젠이 HiSeq X Ten을 10대 구매했다.

일루미나 외 써모피셔(라이프테크놀로지), 로슈, 퍼시픽바이오사이언스 등은 NGS 플랫폼과 함께 NGS 장비로 질병 관련 유전자 변이를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암패널(cancer panel) 등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선 마크로젠, DNA링크, 테라젠이텍스, 랩지노믹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등이 NGS 기반 유전체분석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드마켓츠는 올해 세계 NGS 시장 규모는 40억3000만달러(약 4조8138억원)로 2021년에는 103억7000만달러(약 12조3869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전체분석, 의료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유전체분석을 통한 질병 예방·치료는 2013년 미국의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가 유전자 BRCA1 돌연변이로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라는 분석 결과에 따라 유방절제 수술을 받으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졸리는 유방을 미리 절제해 암 발병률을 5%로 낮췄다.

폐암과 유방암은 암 중에서 유전체 분석 기반 정밀의료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분야다. 암 발생의 원인이 되는 주요 종양유전자의 변이 여부를 확인해 특정 약의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

폐암 표적치료제인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에서 티로신활성화 효소를 억제(TKI, tyrosine kinase inhibitor)하는 EGFR TKI제제는 EGFR 유전자 내 엑손19번 위치에 결실이 일어나거나 엑손21번 위치인 L858R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Del19, L858R)에만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인다. 반면 K-ras 유전자가 변이되거나, EML4와 ALK 두 유전자가 융합되는 돌연변이가 나타나면 EGFR TKI제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

지노믹헬스의 유방암 관련 유전체 검사 기기인 ‘OnctypeDx’는 에스트로겐(ER)·프로게스테론(PR) 등 여성호르몬수용체(HR) 양성인 환자 중 화학항암요법이 필요 없는 약 50%의 환자를 선별한다. 미국에서 연간 6만여명의 환자가 이 검사를 이용해 총 1억달러(약 1195억원) 정도의 화학항암제 기반 치료비를 절감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벨리노 각막이영양증(ACD, Avellino corneal dystrophy)을 일으키는 5번 염색체의 유전자 TGFBI 돌연변이 유무를 판단해 라식·라섹 등 시력교정술 받을지 결정할 수 있다. ACD는 한국인 870명당 1명 꼴로 비교적 흔히 발생한다. 각막 중심부(검은 눈동자)에 흰 반점이 생겨 나이가 들면서 점차 주변으로 퍼져 시력 저하와 함께 결국 실명에 이르는 유전성 질환이다. 레이저를 이용한 시력교정술을 받으면 각막 혼탁이 급격히 진행된다.

한편 지난 7월부터 국내에서도 비의료기관인 기업이 소비자 직접 서비스(DTC, direct to consumer)를 통해 의사나 병원을 거치지 않고 고객에게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허용 범위는 체질량지수, 중성지방농도, 콜레스테롤, 피부노화, 피부탄력, 카페인대사, 혈당, 혈압 등 12개 부문과 관련된 42개 유전자로 제한된다.

대표적인 DTC 유전체분석 기업인 23앤드미(23andMe)는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의 아내인 앤 위짓스키(Anne Wojcicki)가 2006년 설립한 회사로 2012년 타액으로 질병 위험, 약물민감도, 유전적 특징, 조상 등 250여 종류의 유전정보를 제공하는 99달러(약 11만8000원)의 DNA 검사키트 출시했다. 그러나 이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분석 정확도 및 오남용 가능성을 이유로 판매중지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1월 기준 총 80만명이 이 회사의 유전자분석 서비스를 이용했으며 이들 고객 가운데 60만명은 자신의 정보를 자발적으로 제공하고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3앤드미는 화이자, 제넨텍, 존슨앤드존슨 등 대형 제약사와 미국 NIH와 같은 연구소 등 총 12곳과 그동안 축적한 개인 유전자정보를 바탕으로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공동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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