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콜라겐 열풍’이 불어닥친 이후로 식을 줄을 모른다. 동안의 기본 조건이 탄탄하고 매끄러운 피부다. 흔히 어리고 맑은 피부를 위한 필수 요소로 ‘콜라겐’을 꼽는다. 피부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를 단단하게 이어주는 단백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진피층의 약 80%는 콜라겐으로 이뤄져 있으며 피부 탄력과 보습을 유지하는 중요한 성분이다. 이렇다보니 안티에이징의 시작으로 콜라겐을 통한 피부관리를 꼽는 경우가 적잖다.
수년 전 20대 못잖은 미모를 갖춘 40대 여성의 피부비결로 ‘돼지껍데기’가 꼽힌 바 있다. 흔히 중년 아재들의 ‘소주 안주’로나 여겨졌던 돼지껍데기가 뷰티 핫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전국 고깃집에서 돼지껍데기의 인기가 폭발하기도 했다. 닭발도 ‘콜라겐 덩어리’라는 입소문을 타며 비슷하게 안티에이징 푸드로 떠오른 바 있다.
안티에이징 푸드 돼지껍데기·닭발 … 먹는 콜라겐, 피부까지 전달효과는 ‘글쎄’
하지만 먹는 콜라겐 제품으로 항노화 효과를 기대하다간 실망하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치훈 리치미의원(서울 강남구 신사역 인근) 원장은 “돼지껍데기나 닭발과 같이 음식에 포함돼 있는 콜라겐은 소장에서 아미노산 형태로 분해되기 때문에 대부분 몸 밖으로 배출된다”며 “우유, 계란 등 단백질 식품을 섭취한 것과 비슷한 정도로 이해하면 되고 콜라겐이 피부까지 도달하는 정도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해된 아미노산이 다시 피부의 콜라겐 합성에 사용될지는 미지수이며,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밝혀진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 연구 결과 ‘약간 변화가 있었다’는 내용도 있다. 2009년 국내 연구 결과 노화현상이 가속화되기 시작하는 30~40대 여성을 대상으로 콜라겐 섭취군 11명, 실험군과 비슷한 일반적 특성을 지닌 대조군 11명을 선정해 실험군에게 12주 동안 매일 3g씩 돈피에서 추출한 콜라겐을 섭취하도록 했다.
이후 안면부 측정 부위 피부의 거친 정도의 평균 변화량을 비교한 결과 미간·왼쪽 눈가·왼쪽 팔자주름·오른쪽 팔자주름 피부에서는 유의적인 차이는 없으나 실험군에서 주름이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 정도에 그쳤다. 반면 대조군은 실험 전보다 주름의 상태가 나빠지거나 변화가 없었다. 오른쪽 눈가 피부에서도 유의적인 차이는 없으나 실험군에서 주름이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으며 대조군은 실험 전보다 주름의 상태가 나빠지거나 변화가 없는 정도로 마무리됐다.
최근 시중에 판매되는 먹는 콜라겐이나 콜라겐 음료도 많은 양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은 일반 음식으로 먹었을 때와 동일하다. 요즘엔 콜라겐 입자 크기를 줄여서 위에서 소화되는 것을 최소화시키는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예방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다만 이들 제품에는 콜라겐뿐만 아니라 피부 미용에 도움이되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마신다고 손해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드라마틱한 결과를 기대하면 실망만 커질 수 있다.
콜라겐화장품, 결국은 ‘보습 효과’ … 콜라겐 입자 진피 침투 못해
이와 함께 안티에이징 기능성 화장품에서 빠지지 않는 ‘콜라겐 화장품’도 마찬가지로 피부보습 이외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 원장은 “콜라겐은 분자 크기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물에 녹지 않아 진피 아래에 형성된 콜라겐 영역까지 뚫고 들어갈 수가 없다”며 “콜라겐화장품도 흡수를 용이하게 하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콜라겐 화장품을 발라서 피부 탄력이 좋아졌다고 느끼는 것은 ‘보습력’이 뛰어난 콜라겐의 특성때문”이라며 “진피층의 콜라겐 합성을 유도할 수는 없지만 피부 표면에서 수분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 피부 보습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강력한 콜라겐 충전법은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콜라겐 합성을 유도하는 물질을 주입해 볼륨을 채우는 대표적인 안티에이징 시술이 ‘스컬트라’다. 스컬트라는 PLLA(Poy-L-Lactic Acid)가 주성분으로 콜라겐 재생이 핵심으로 중안부에 볼륨감, 부드러움, 탄력을 복원해주는 체내 재생절차를 촉진하도록 설계된 주사시술이다. 해당 성분은 체내에서 분해돼 이물질 주입을 꺼리는 사람들에게 권할 만하다.
기존 프티성형처럼 가시적으로 형태를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콜라겐 합성을 증진시켜 젊은 피부로 되돌려주는 안티에이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치훈 원장은 “피부노화를 예방하려면 굳이 콜라겐 식품만 고집할 게 아니라 항산화 성분이 든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게 좋다”며 “운동도 좋은 방법으로 콜라겐 세포의 손실을 막고 새로운 콜라겐의 합성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조언했다. 이어 “화장품의 경우 굳이 비싼 기능성 화장품을 활용하기보다 비타민C, 레티놀 등이 함유된 가벼운 보습제품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