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압 상승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서서히 시야가 좁아져 실명까지 이를 수 있는 녹내장은 완치가 어려운 질환 중 하나다. 따라서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최근 평소 근심이 많은 녹내장 환자일수록 안구통증과 시야결손이 심해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성경림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팀은 최근 녹내장 환자의 성격 및 사회경제적 요인과 삶의 질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환자의 부정적인 심리가 ‘눈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녹내장으로 진단받았거나 녹내장으로 의심되는 환자 9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평소 녹내장 환자가 걱정을 많이 할수록 삶의 만족도가 낮아졌는데 상관계수는 0.861으로 높게 나타났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변수 간 관련성이 높다. 질환에 대해 부정적인 환자들은 안구 통증이 심했고(상관계수 0.793), 시야도 좁아졌다고 느끼며 일상 생활에서 불편함을 자주 호소했다.
또 ‘걱정을 많이 하는 성격’ 외에도 나이가 어린 환자일수록 가까운 곳을 보는 시야가 좁아졌다고 느끼는 등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나이가 적을수록 길어지는 치료 기간에 대한 걱정이 커 부정적인 사고를 가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교육 수준과 녹내장 환자의 생활 만족도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환자가 심리적으로 불안해 증상 악화도가 심했다.
성경림 교수는 “이번 연구로 녹내장 환자가 걱정, 불안감 등 심리적 요인이 질환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며 “통증이 심해지고 시야가 좁아질수록 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회복 의지가 약해질 수 있어 환자는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해서라도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치료받는 게 좋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녹내장학회(회장 박기호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주관으로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충남대병원 등 10개 병원에서 실시됐다. 녹내장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국내 최초의 다기관 연구로 최근 유럽녹내장학회에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