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처럼 날씨가 흐리고 우중충한 날이 지속되면 잠자리에서 나오기 싫고 몸이 찌뿌듯한 느낌이 든다. 수술 부위가 쑤시거나 허리통증 등이 심해지기도 한다. 이처럼 기온, 습도, 기압 등 기상변화에 따라 발병하거나 병세가 달라지는 것을 기상병이라고 한다.
인체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항상성과 변화에 적응하는 조절기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기상 변화가 심해 몸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신체리듬이 깨져 기상병이 나타난다. 주로 저기압이거나, 한랭전선이 통과할 때처럼 기상조건이 급격하게 변할 때 발생하기 쉽다
관절염은 대표적인 기상병이다. 장마철처럼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내리면 기압이 낮아지면서 관절 내 평형을 유지하던 압력이 높아진다. 이런 경우 관절뼈의 끝을 감싸고 있는 활막액이 자극을 받아 관절통이 발생한다. 습기가 많아지면 연골이 관절액으로부터 영양을 흡수하는 작용이 저하되고, 체내 수분액도 제대로 순환되지 않아 부종이 심해진다.
저기압이 척추질환 통증을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인체를 누르는 힘(기압)이 작아지므로, 인체 내의 뼈와 뼈마디 관절이 느슨해지고 관절내 조직이 민감해져 통증이 생긴다. 산모도 저기압의 영향을 받는다. 저기압 환경이 지속될 경우 조산, 조기산통 등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충치나 상처가 있는 장마철 저기압에 의해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기압이 낮으면 충치로 생긴 구멍 속에서 가스가 팽창해 신경을 압박한다. 치료가 끝난 치아도 영향을 받는다. 이에 난 구멍을 아말감 등으로 구석구석 채워넣지 않으면 빈 공간에 생긴 가스가 팽창해 신경을 압박, 통증을 유발한다.
날씨는 혈압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름철 기온이 높아지면 열 방출을 위해 땀을 흘린다. 이때 혈관이 확장되고 몸속 혈액이 체온이 떨어지는 피부로 몰리기 때문에 심장박동수가 높아지고 혈압이 떨어진다. 반대로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혈관 수축이 활발해져 혈압이 상승한다. 여름에 비해 수축기혈압은 7㎜Hg, 이완기혈압은 3㎜Hg 정도 올라간다. 특히 고령의 고혈압 환자는 젊은 층에 비해 실내외 기온 차에 따른 혈압의 변화가 훨씬 심하다.
우울증이나 편두통도 날씨가 원인이 될 수 있다. 기선완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조량이 적으면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어드는 대신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은 활발하게 분비돼 나른하고 졸린 느낌이나 우울감이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로토닌 분비가 줄면 폭력적인 성향도 심해진다. 미국 연구결과 1999년 한 해 동안 저기압이 나타난 날에는 정신과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와 폭행 건수가 현저히 증가했다.
기상병에 대처하려면 쾌적한 실내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실내기온은 18∼20도, 습도는 45∼60%로 맞춰 생활하고, 유산소운동으로 생체리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운동할 때 분비되는 엔도르핀이 좋은 기분을 유지시켜 주며, 발바닥이 자극을 받으면 혈액순환이 촉진된다. 잠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해 7시간 정도 숙면하면 생체리듬 유지에 도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