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베어 물면 맛있게 구워진 껍질 안에 가득한 크림이 달콤하고 부드럽게 퍼지는 ‘슈크림(choux cream)’. 어린 아이들이 입 주위에 잔뜩 크림을 묻히고 먹을 것 같은 슈크림은 동네 빵집에서는 물론 이제는 편의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친근한 디저트다. 이번 주말에는 바삭한 겉과 부드러운 속 사이에서 반전매력으로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슈크림과 함께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름에서부터 왠지 모를 귀여움이 묻어나는 슈크림은 ‘양배추(cabbage)’라는 뜻의 프랑스어 ‘슈(choux)’에서 명칭이 유래됐다. 그래서인지 ‘슈크림(choux cream)’ 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그 모양을 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영어로는 ‘크림 퍼프(cream puff)’, ‘슈 페이스트리(choux pastry)’라고도 한다.
슈크림을 만드는 법은 물과 버터를 끓이다가 밀가루를 넣어 풀과 같은 상태로 만든 후, 적정량의 계란을 더해 루(Roux) 형태로 만든 반죽을 오븐에 구워 만든 껍질 속에 크림을 채워서 완성하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껍질의 모양을 건드리지 않고 안에 크림을 채워 넣는 방식과 껍질 윗부분을 잘라 껍질 아랫부분에 크림을 짜서 얹는 방식 등이 있다. 속에 들어가는 크림은 커스터드 크림(custard cream)을 기본으로 바닐라 크림, 초콜릿 크림, 녹차 크림 등 다양한 맛으로 채워 넣을 수 있다.
슈크림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역사가 깊은 것을 알 수 있다. 슈크림을 구성하는 껍질은 로마시대 때부터 존재했으며, 르네상스 시대에는 매우 폭넓게 활용됐다고 한다. 슈크림 껍질을 만드는 반죽을 현대에는 ‘빠따슈(pate a choux)’라고 일컫는데 프랑스혁명 전에는 ‘빠뜨로얄(pate royale)’로 불렸다. 프랑스 공화정(Republican France)에서 빠따슈라고 명명한 게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대에 우리가 먹는 슈크림의 제조법이 완성된 것은 여러 설이 있다. 그 중 이탈리아의 메디치가의 카타리나(Catherine de Medicis)가 1533년 프랑스 왕가로 시집을 갈 당시 함께 데려간 이탈리아 요리사들에 의해 프랑스에 전래돼 이후 개량을 거쳐 1760년 장 아비스(Jean Avice)에 의해 완성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장 아비스는 프랑스의 요리 역사에 있어 페이스트리와 케이크 부문 천재 요리사로 알려져 있는 마리 앙투완 카렘(Marie Antoine Careme)에게 비법을 전수한 셰프 겸 파티쉐(chef & patissier, 요리사 겸 제과사)이다.
역사가 있는 슈크림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도 어쩌면 행복일지 모른다. 이제는 동네 빵집으로 달려가기만 해도 구할 수 있는 슈크림이지만 서울에서 좀 더 특별한 슈크림을 만나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모양도 맛도 으뜸 ‘패션5(Passion5)’ 슈크림
‘패션5’ 의 슈크림은 다른 일반적인 슈크림과 달리 두 가지 크림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커스터드 크림과 바닐라 빈이 콕콕 박혀 있는 생크림, 이런 두 가지 크림이 위아래로 슈 껍질 안에 들어가 있다. 상큼한 딸기 콤포트가 들어가 있으나 맛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 크림 맛을 잘 느낄 수 있게 한다. 슈크림의 겉껍질은 생각보다 바삭해 부드러운 크림이 한층 더 강조되는 느낌이다. 패션5에는 기본 슈크림 외에도 초콜렛슈, 블루베리슈 등 다양한 슈크림이 있어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일본 오사카에서 건너온 독특한 슈크림 ‘홉슈크림(HOP CHOU CREAM)’
‘홉슈크림’을 한입 베어 물면 껍질 속에 터질듯 숨겨져 있던 크림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미리 크림을 껍질에 넣어둬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과 동시에 크림을 넣기 때문에 껍질은 일반 슈크림보다 더 바삭하다. 약간 짭쪼름한 맛이 나는 껍질이 다른 곳의 슈크림과 차별화되는데 얼핏 맛보면 바게트(baguette)의 표면을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안에 들어가는 크림에 따라 종류가 구분되는데 크게 커스터드, 초콜렛, 녹차가 있다. 일본에서 건너와서 그런지 녹차크림이 진하고 먹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