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기 연세에스병원장이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호주 다윈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태지역 세계 림프부종학회’에 참석, 독창적인 논문을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한국을 대표해 국내 림프부종 환자 발병률, 치료법, 수술법, 관리체계 등을 소개하며 자신의 독자적인 치료법을 선보였다.
심 병원장은 미세수술을 활용한 유리림프절 이식수술에 대한 14례의 8년간의 추적 결과를 정리해 발표했다. 그는 기존 △림프흡입술 △지방흡입술 △미세림프수술 △줄기세포치료를 복합적으로 이용한 ‘심영기식 림프부종 치료법’을 치료법을 창안했다.
부기로 터질 듯 커진 환부를 줄이고, 다시 림프액이 고이지 않게 하며, 림프관을 재생시켜 본래 자신의 팔다리와 비슷한 모양으로 되돌리는 게 수술의 요체다.
한국에서 림프부종 환자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 결과 림프부종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수가 2006년 4769명에서 2010년 1만982명, 2015년 1만6377명으로 급증했다. 10년간 환자 수는 꾸준히 늘었으며 지난해의 경우 여성이 1만2347명으로 남성의 4030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반면 수술 환자 수는 2006년 21건에서 2015년 64건으로 림프부종을 개선하기 위해 수술받는 환자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림프부종은 조직 사이, 주로 피하지방층에 림프액이 비정상적으로 고여 팔이나 다리가 붓는 병이다. 원인에 따라 선천성으로 생기는 경우와 수술 이후에 생기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유방암이나 자궁암 수술 환자 중에 최소 20%에서 많게는 50%의 비율로 발생한다.
림프부종의 초기 증상은 팔이나 다리가 무거운 느낌이 들고 약간의 통증이 나타나는 정도다. 이후 차차 팔이나 다리가 붓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팔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면 부기가 빠지지만 방치하면 피부가 오렌지 껍질처럼 두껍게 변하며 점점 굵어져 아무리 붕대를 감아도 부종이 빠지지 않는다.
림프부종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선진국에서조차 림프마사지, 압박스타킹 착용 등 물리치료실에서 관리 차원의 처방이 내려지는 수준이다. 이를 뒤집어 실질적인 ‘치료’의 영역을 개발한 게 심영기 병원장이다.
심영기 병원장은 본래 성형외과 전문의로 문득 “주일 날 교회에서 기도하던 중 이왕 성형수술을 한다면 인공 미인을 만들어주기보다 병적으로 일그러진 몸에 자연미를 되살려주는 재건성형에 나서야 겠다”는 생각이 든 이후로 하지정맥류 치료를 한국 최초로 독일에서 1995년도에 도입했고 대한정맥학회를 창립하는 등 하지정맥류에 올인하며 명성을 쌓았다.
그만의 독특한 하지정맥류 수술법을 발전시킨 심 병원장에게 2005년 뜻밖의 환자가 찾아왔다. 그는 이 환자를 ‘또 다른 도전에 나서게 해준 고마운 환자’라고 기억했다. 당시 심 병원장을 찾아온 환자는 국내서 생소한 림프부종을 앓고 있었다. 그는 ‘심 원장이 하지정맥류를 제대로 고치는 걸 보니 다리 질환에는 도가 텄겠구나’하는 생각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심 병원장조차 림프부종 환자는 ‘어려운 대상’이었다. 그는 특유의 도전의식이 발동, 림프절 미세수술의 대가인 프랑스의 코린 베커 교수로부터 술기를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결과에 미치지 못하자 또 다시 자신만의 치료법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결국 실패를 거듭하였지만 연구를 거듭하며 그는 심영기식 치료법을 창안, 좋은 결과로 환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고 있다. 기존의 예방법이나 부기 완화에 그쳤던 치료에 비해 실질적으로 팔다리를 원래 모양대로 되돌려주고, ‘삶’을 찾아주기 때문.
‘심영기식 림프부종 치료법’으로 현재까지 시술받은 모든 환자는 부종이 80~120% 감소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고 있다. 이같은 명성에 그를 찾아 한국행을 택하는 미국·유럽 등 외국인 환자도 적잖다.
서구 의료선진국에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림프부종을 한국인 의사가 고친다는 말에 그의 SNS를 두드리는 세계 각국의 환자가 상당수다. 특히 영국·미국 등에서 찾아온 중년 여성 환자들이 수술 후 투병기를 자세히 올리자, 실의에 차있던 많은 림프부종 환자들이 희망을 가지고 ‘나도 한국을 찾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다.
심 병원장은 “림프부종을 겪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은 물론 일반 국민들이 질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불치병이어서 치료를 포기하고 어쩔 수 없는 게 아니고, 여러 가지 새로운 치료법으로 완화시킬 수 있는 질환임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더욱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위해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