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면서 ‘슬픔’ 감정을 느끼면서 상처를 받고 고독감과 외로움에 허우적댄다. 보통 슬픔은 즐겁지 않은 사건과 엮이기 때문에 불쾌하고 부정적인 감정으로 간주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해 사회적으로 고립시킨다. 하지만 슬픔이 항상 부정적인 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니며 나름의 장점도 있다.
인간은 슬픔을 통해 현재 닥친 상황을 반성하고 정리할 수 있는 여유를 얻는다. 슬픔으로 인한 사회적 위축은 자신이 실패한 이유를 분석하고 재도약하는 발판이 된다. 예컨대 애인과 이별할 때 느끼는 슬픔은 자기에게 더 맞는 이성을 찾는 방법과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더 잘 대해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 과도한 친절에 상대가 무관심으로 응대할 경우에 느끼는 슬픔은 친절을 줄이도록 해준다. 정치인의 선거 패배, 학생의 시험 실패, 운동선수의 패배 등에서 얻는 슬픔은 자아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동기부여의 역할도 한다. ‘응용심리학저널(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거나 반대로 기분 나쁜 상태에 있는 사람보다 나쁜 감정에서 좋은 감정으로 바뀌는 사람이 업무열중도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는 부정적인 감정에서 긍정적인 감정으로의 정서 변화가 업무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다른 사람과의 충돌, 업무적 오류 등으로 부정적인 감정에 이르렀다가 이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업무에 활력이 붙을 수 있다. 또 종종 눈물을 흘리고 나면 무엇인가 시원하게 배출한 기분에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슬픔은 설득력을 높이고 타인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역할도 한다. 보통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다른 사람과 단절된 생활을 할 것 같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을 더 잘 공감하고 감정이입하는 능력을 보인다. 부부가 같이 느끼는 슬픔은 사랑을 깊게 해준다.
하지만 슬픔이 항상 동정이나 공감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너무 오래 지속되거나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는 슬픔은 상대방에게 부담과 거부감을 준다. 슬픔에 빠진 사람이 잘 이겨 내지 못하면 도와주는 사람의 인내는 서서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친구관계뿐만 아니라 부부관계나 부모자식 관계에서 마찬가지다. 공감과 격려의 대가로 돈을 받는 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도 해당된다.
또 슬픔이 언제나 상대방의 공격 의지를 약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는 약자를 공격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진짜 강자라면 약자에게 너그러움을 발휘하겠지만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은 약자를 공격한다. 예컨대 자아가 불안정한 청소년들 사이에 왕따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평가가 불안정할수록 왕따를 만들어 괴롭힌다.
슬픔의 강도가 심하거나 장기간 지속될 경우 우울장애로 악화되면서 피해망상이나 환청 등이 동반될 수 있다. 김수인 교수는 “우울한 기분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피로감, 수면변화, 집중력저하 등이 동반될 경우 되도록 빨리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우울증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 상담치료, 광선치료 등 기타 치료로 나뉜다. 상담치료는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바로 잡아주는 인지행동 치료가 일반적이다. 매일 일정 시간 강한 광선을 쐬는 광선요법도 도움된다. 중등도 이상의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약물치료는 적어도 2주 이상 실시해야 효과가 나타나고 5~6개월 치료를 지속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김수인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을 앓게 되면 이유 없이 자책하고 무기력해져 우울감이 극대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우울증은 호르몬변화나 주변 상황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아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적극 치료받아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생활리듬이 무너지면 무기력감을 느끼기 쉽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비타민B·C군, 트립토판이 풍부한 현미·콩 등 음식은 멜라토닌과 세로토닌 생성에 영향을 줘 우울감 예방에 도움된다.
햇볕은 행복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하루에 30분 이상 가벼운 산책이나 조깅 등의 야외활동을 하는 게 좋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피하다보면 자기 자신과 주변, 미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더 커질 수 있으므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