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수현 씨(34)는 날씨가 추워진 뒤 밥을 먹으면 체한 것처럼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더부룩한 느낌을 자주 받는다. 특별히 잘못 먹은 음식이 없는데도 증상은 보름 가량 계속됐다. 병원을 찾아 진단받은 결과 추운 날씨와 운동부족이 소화불량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처럼 겨울철이 가까워지면서 소화불량증을 겪는 사람이 늘고 있다. 소화불량증은 주로 위장점막 손상이나 위액 같은 소화효소 분비의 문제로 발생하지만 위장 운동기능 이상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위장기능 이상은 낮은 기온이나 신체활동량 부족으로 생긴다.
과도한 추위에 노출되면 일시적으로 위장기능이 저하돼 소화불량, 식욕감퇴,린위장장애, 변비,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전문의들은 ‘낮은 온도가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줘 이같은 증상을 불러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차가운 공기에 배가 장시간 노출되면 열을 빼앗겨 소화기관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고 이로 인해 소화기능에 이상이 생긴다는 의견도 있다.
겨울철 실내외의 갑작스러운 온도차에 따른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소화기능에 일시적으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뇌 중심부에 있는 시상하부에는 온도조절중추가 있다. 이 기관은 외부 기온에 맞춰 혈관을 확장 및 수축시켜 체온을 36.5도로 유지한다.
이같은 조절기능은 실내외 급격한 온도차에 의해 부조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음식을 특별히 잘못 먹은 적도 없는데 이유 없이 소화가 되지 않고 배가 아프며 설사 증상이 나타나면 실내외 온도차를 줄여보는 게 좋다. 외출 후 실내로 들어왔을 때 춥다고 전열기구 가까이에서 몸을 갑자기 녹이지 말고 자연스럽게 몸의 온도를 올린다.
추위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해 소화를 방해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교감신경이 항진돼 위장으로의 혈류가 줄고 위의 활동성이 떨어지며 소화효소 분비가 감소한다. 겨울철 외출시 최대한 따뜻하게 입어 추위로 인해 느끼는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소화기질환 특화 비에비스나무병원의 홍성수 병원장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위나 대장 같은 장기의 운동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은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며 “겨울에 유독 소화불량 증세가 잦다면 추위와 급격한 온도차를 최대한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위장운동은 음식의 종류, 식사 시간, 활동량 등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식사 후 앉거나 누워만 있으면 위가 제대로 운동할 수 없어 위장기능이 떨어진다. 반대로 식사 뒤 곧바로 과도한 활동을 하는 것도 금물이다. 식사 직후 과도한 운동을 하면 팔·다리근육에 전달되는 혈액 양이 늘면서 위장으로 가는 혈액의 양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홍성수 병원장은 “소화에 도움을 주려면 식사 후 20~30분 쉬고 산책 등을 하는 게 좋다”며 “저녁식사 뒤에는 활동량이 더 부족해지기 쉬우므로 평소 소화불량증을 자주 겪는 사람은 식후 가벼운 활동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소화기관이 건강한 사람은 어느 정도의 추위에 노출되더라도 몸이 적응한다.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오랫동안 추위에 노출된 후 음식을 먹으면 위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어 몸을 충분히 녹인 뒤 천천히 식사를 하는 게 좋다.
맵고 자극성이 심한 음식을 피하고, 지방이 많은 음식은 위에서 배출되는 시간이 긴 만큼 주의해서 섭취한다.
소화가 안 될 때 탄산음료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탄산음료를 마시면 트림이 나와 속이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카페인 때문에 실제로는 소화장애가 더 심해질 수 있다. 게다가 설탕이 다량 함유돼 소화과정에서 오히려 가스가 더 많이 생성된다.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땐 음식을 오래 씹어 먹는 게 도움된다. 침 속에는 아밀라아제라는 당분 분해 효소가 있어 음식물과 침이 잘 섞이면 소화가 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