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릴 적 뻥튀기에 대한 추억이 있다. 시장이나 학교 앞에서 뻥튀기 기계 앞에서 ‘뻥이요’를 외쳤던 아저씨 주변에는 아이들이 늘 붐볐다. 자극적인 맛을 가진 과자에 밀려 지금은 찾기 어려워졌지만 추억의 과자로 불리며 뻥튀기를 찾는 사람은 꾸준하다.
언제부터 뻥튀기를 먹었는 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일부에서는 일제강점기 국내에 들어온 센베이(전병)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 주장한다. 한국전쟁 중 버려진 탄피에 곡식을 넣어 익혀 먹다 우연히 발견했다는 설이 있지만 어느 쪽도 확실하지 않다. 분명한 건 지금 형태의 뻥튀기는 일제강점기 이후 만들졌다. 뻥튀기 기계는 1901년 미국에서 처음 개발됐다. 독일, 일본 등을 거친 기계는 한국에 들어와 진가를 발휘했다. 지금은 뻥튀기 용도에 맞춰 기계가 변형돼 판매되고 있다.
1946년 경향신문에는 옥수수 뻥튀기를 만드는 상인과 주변에 몰려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1950년대 김내성의 소설 ‘애인’에도 뻥튀기에 대한 대목이 나온다. 소설에서는 뻥튀기를 ‘쌀 튀김’, ‘옥수수 튀김’ 등으로 표현했다. 해방 이후 뻥튀기는 고급 간식이었다. 먹을 게 부족한 시절에 곡류를 이용해 과자를 만든다는 것은 사치에 가까웠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끝나고 미국에서 구호물자로 옥수수가루와 옥수수씨앗이 대거 들어오면서 뻥튀기는 서민들이 즐겨 먹는 간식으로 바뀌었다.
1970년대까지 인기를 끌었던 뻥튀기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위세가 떨어졌다.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아이들이 뻥튀기 대신 기업에서 만든 과자를 먹었기 때문이다. 이후 서양에서 들어온 팝콘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팔리면서 뻥튀기는 추억의 과자로 머무르게 됐다.
뻥튀기는 적은 양의 곡식을 큰 부피로 늘려 다이어트 식품으로 애용된다. 옥수수 뻥튀기 100g당 열량은 약 100㎉로 건빵 1봉지(90g, 355㎉)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탄수화물 함유량이 높아 과다 섭취하면 오히려 살을 찌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입이 심심할 때 집어먹기 좋아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기 쉬워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간식으로 뻥튀기를 애용한다. 아이들이 한 입에 쉽게 먹을 수 있고 딱딱하지 않아 씹는 데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과자와 비교해 주재료가 곡물이라 웰빙 간식이란 인식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돌 전 아이에게 뻥튀기를 비롯한 과자를 먹이지 않을 것을 추천한다. 단맛에 익숙해져 자칫 식사를 기피하는 등 편식 습관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재료가 곡식이라도 단맛을 내기 위해 사카린 등 각종 감미료와 방부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당분, 염분, 화학첨가제 등이 적절하게 들어있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게 좋다.
게다가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뻥튀기의 원재료는 대부분 수입산이다. 뻥튀기 유통망을 장악한 이들이 저렴한 호주산이나 미국산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국산을 넣고 싶어도 수입산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한다. 길거리 뿐만 아니라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뻥튀기도 외국에서 건너온 곡류를 튀긴다.
쌀, 보리, 밀, 옥수수, 가래떡 등 곡류는 물론 말린 생선도 뻥튀기의 재료가 될 수 있다. 곡물이 고온 고압의 용기 속에서 뻥튀기 돼 나올 때 내부 구조는 다공질 스펀치 형태로 변하면서 주성분인 녹말(starch)이 덱스트린으로 바뀐다. 덱스트린은 소화가 잘되는 성분이다. 하지만 덱스트린 자체에는 단맛이 없어 감미료나 기타 조미료를 첨가하기 마련이다.
쌀을 그대로 튀긴 쌀뻥튀기는 다른 것에 비해 달고 크기가 작아 아이들이 유독 좋아한다. 하지만 너무 가벼워 먹다가 기도로 넘어갈 위험이 있어 아이가 한꺼번에 먹지 않도록 보호자가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
뻥튀기가 이같은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제조기기에서 나는 ‘뻥’ 소리 덕분이다. 뻥튀기는 외부와 내부압력차를 이용해 만드는 것으로 단단한 기계 안에 곡물을 넣고 밖에서 가열하면 기기 안에 있는 공기가 팽창하면서 압력이 높아진다. 한계점이 이를 때 한쪽 구멍을 열면 그쪽으로 공기가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면서 뻥소리가 나는 것이다. 따라서 기기가 견딜 수 있는 압력을 확인할 수 있는 압력계는 잘 보이는 곳에 달려져 있다.
뻥튀기 제조기기는 고압력 밀폐 조건을 이용한 것이어서 초창기에는 사고가 종종 발생했다. 1958년 대전에서 벙튀기를 만들다 기기가 과열 압축되면서 폭발해 주인이 그자리에서 즉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1962년 충북 진천에서는 옥수수를 튀기던 기기가 과열로 터져 행인이 중상을 입었다. 1976년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에서도 기기 폭발로 구경하던 어린이 두 명이 화상을 입는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