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명나라 학자 이시진이 지은 약학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산삼에 버금가는 효능을 가진 약재로 ‘오삼(五蔘)’이 적혀져 있다. 오삼에는 인삼, 현삼(玄蔘), 고삼(苦蔘), 사삼(沙蔘) 등과 함께 단삼이 들어간다. 단삼(丹蔘)은 꿀풀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두릅나무과인 인삼과는 다른 식물이지만 생김새가 비슷하고 빛깔이 붉어 이같은 이름을 얻게 됐다.
단삼의 학명은 Salvia miltiorrhiza Bunge로 높이는 40∼80㎝이며 식물 전체에 털이 많은 게 특징이다. 잎은 난형 또는 피침형(披針形)으로 마주 난다. 꽃은 5~6월에 자주색으로 핀다. 특유의 향이 있으며 쓰고 떫다. 과거 풍병(風病, 중추신경계에서 일어나는 현기증, 졸도, 경련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치료해 하지무력감을 없애줘 달리는 말을 쫓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며 ‘분마초(奔馬草)’로 불리기도 했다.
단삼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국내에서는 강원도와 경북 일부 지역에서 자연산 단삼이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 자연산 단삼은 수확량이 워낙 적어 한방에서는 주로 중국산을 수입하고 있다. 2010년 경북 영양군에서 첫 인공재배에 성공했지만 연간 생산량이 60∼90t에 불과해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한다.
단삼은 중국 한의학에서 자주 쓰이는 약재이지만 국내에서는 활발히 처방되지 않는다. 중국 최초의 약물학 전문서적 중 하나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서는 단삼을 인체에 해가 없는 ‘상약(上藥)’이라고 적었으며,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단삼을 부인과질환을 치료하는 약재로 소개했다.
김달래 한의원 원장(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은 “단삼은 혈액순환을 돕고 어혈을 없애주며 통증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며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키면서 화능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 예부터 협심증, 생리불순, 무월경, 불면 증 등에 처방돼왔다”고 밝혔다. 이어 “임산부는 복용하지 말아야 하고 대변이 단단하지 않은 사람도 섭취를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삼은 혈액순환을 증진시키고 심혈관질환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2007년 미국 뉴저지대 연구팀이 햄스터를 대상으로 진행한 동물실험 결과 단삼 속 ‘탄시논(tanshinone IIA)’에 혈압강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 탄시논은 혈관 내피의 산화질소합성효소(nitric oxide synthase, NOS) 발현을 증가시켜 산화질소 생산을 늘려 혈관을 이완, 햄스터의 혈압을 현저하게 낮췄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도 단삼은 말초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압을 내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근의 국소성 빈혈 지속시간을 단축시켜 협심증 등 심혈관계질환 치료에 도움이 된다. 단삼 추출물은 결핵균에 대해 항균작용을 하고 병원성 진균 및 콜레라균 생장을 억제한다.
단삼은 주로 뿌리를 한약재로 사용한다. 부인들의 월경통·생리불순 및 산후의 하복부 통증이 심할 때나 만성간염, 간기능장애, 간경변증 초기 증상에도 효능이 인정된다. 이밖에 혈전성 정맥염과 고혈압에도 사용된다. 출혈성 질환에는 쓰지 않는다.
단삼은 말린 것을 기준으로 한번에 4~8g 가량 달여 먹거나 가루약 형태로 섭취해야 한다. 피부질환에는 진하게 달여 고양으로 만들거나 달여 약기운을 쐬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경북농업기술원 봉화약초시험장에서는 단삼의 생산량과 약리성분을 약 1.5배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단삼의 대표적인 약리성분으로 꼽히는 살비아논산B(salvianolic acid B) 함유량이 4.1% 이상 돼야 유통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팔리는 단삼에는 일반적으로 4.3~4.5% 가량 있는데 봉화약초시험장에서는 살비아논산B 함유량을 7.4%까지 높였다. 게다가 생산량도 기존 1000㎥당 2000㎏에서 3600㎏로 늘렸다. 이같은 연구로 경북 봉화군을 단삼 재배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게 군의 계획이다.
단삼은 항노화 효능을 갖고 있어 화장품 소재로도 가치가 높다. 아모레퍼시픽은 2005년부터 단삼 화장품 원료화 프로젝트를 시작해 제품 개발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는 단삼의 핵심 지표성분 연구를 통해 국내산 단삼이 중국산에 비해 핵심 지표물질이 6배 이상 함유된 것을 확인했다. 피부 효능 검증을 통해 단삼의 항노화(MMP-1 억제) 효과를 규명한 관련 특허 2건을 보유하고 있다.